[헌법, 우리가 바꾸자] 김영주 기자

▲ 김영주 기자

마키아벨리는 <군주>에서 국가 형성과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주의 권력 독점을 용인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강의>라는 책에서는 권력을 독점한 군주는 귀족이 아닌 인민과 연대해야 함을 강조했다. ‘권력’이라는 수단은 공화주의적 정치체제 유지라는 ‘공익’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권력’은 그 자체로 추앙받으며 사익을 위해 봉사하기 일쑤다. 대통령 측근 인사의 공금 횡령 의혹과 자녀 부정입학으로 논란이 된 ‘최순실 사건’이 대표적이다. 권력남용을 감시하고, 권력의 독주를 막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을 통해 소수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유력한 수단이다.

87년에 개정된 헌법이 보장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권력의 야합과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일단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나면,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를 막을 방법은 대통령 탄핵밖에 없다. 여당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충복이 돼 당내 입지를 굳히기 바쁘고, 야당 역시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에는 능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이 권력분산을 위한 만능열쇠는 아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과 대통령의 권력 통합이 일어날 경우, 정부-여당은 내각제에서 더욱 막강한 권력을 독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주의 권력 독점을 용인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력 독점과 의회의 무능이 최순실 사태를 낳았다. ⓒ <EBS> 지식채널e 화면 갈무리

대통령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서는 의회의 독립과 견제라는 기본 전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미국의 해법은 ‘지역분권적 정당’이다. 미국 양대 정당은 당총재가 없는 지역당의 연합체로 이뤄진다. 당총재가 후보공천을 독점하거나 당총재의 결정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 개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의원은 각자 지역구의 인기도나 소신에 따라 대통령에 협조하거나 대통령을 견제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권력 야합이 일지 않을 뿐 아니라, 여대야소에서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협의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우리 국회가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도 ‘지역분권적 권력구조’를 보장하는 조항이 헌법에 추가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정당이 앞장서야 한다. 당의 실세와 대통령에 충성하는 중앙집권적 정당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역 기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지금 정당제도는 지역별로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민의 의사를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에 한참 부족하다. 지역구 의원과 소속당이 지역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정당과 의회에 압력을 가할 방법은 ‘선거’ 외에는 마뜩잖다. 주민발의 등의 제도가 있지만, 지방의회에서 안건을 올리지 않고 임기 후 자동폐기하는 등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역주민의 다양한 정당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지역분권적 권력 구조와 정당 활동을 헌법에 명시하고, 이에 따라 정당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지역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 운영을 가능케 해 정당이 지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케 하거나, 주민이 직접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정당 창당 조건(5개 이상 시도당, 5,000명 이상 당원 모집)을 완화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대통령과 중앙당에 집중된 권력은 존 에머리크의 주장에 충실하게 작동해왔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국민에 봉사하는 절대권력’은 환상에 불과했다. 국민의 다양한 정당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이 중앙 권력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 권력이 분산돼야 다수 국민의 공익을 향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대통령이 불쑥 개헌론을 던졌다. ‘게이트’가 열리지 않도록 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이를 간파한 시민사회와 야권은 ‘수사와 퇴진이 먼저’라며 유례없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어느 대통령 할 것 없이 불행한 말로를 겪게 되는 이유는 권력구조가 잘못 짜여있기 때문이다. <단비뉴스>는 다음 대선 전이든 후든 개헌론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미리 논쟁의 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마침 이봉수 교수의 튜토리얼 시간에 제출된 과제들 중에 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이 많아 토론과 첨삭을 거친 뒤 연재한다. 권력구조 말고도 새 헌법에 담을 다양한 제언과 참신한 시각들을 환영한다. (편집자)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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