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년 전 조선의 세종대왕이 ‘온 백성이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만들고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 9일, 누구보다 감회가 각별한 사람들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말살 정책’도 이겨냈지만 외국어와 인터넷 신조어 등의 홍수 속에 쓰임새가 혼탁해지는 한글을 걱정해온 ‘우리말 지킴이’들이다. 특히 이건범(53) 대표를 비롯한 한글문화연대 회원들과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 이수열(90) 소장의 한글사랑은 남다르다. 법정 공휴일 지정 되살린 한글문화연대 지난 2000년 ‘우리 말과 글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뜻으로 500여 시민들이 뭉친 한글문화
‘세명대 반딧불’의 소원은 “원룸 가격 인하” 세명대 후문 근처 원룸에 사는 이창희(26·세명대 법학과 4)씨는 10개월 계약으로 방값 410만원을 한 번에 냈다. 이씨는 “겨울방학 때 살려면 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명목이다. 그러면서 “연세가 아닌 보증금과 월세로 방값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세명대 인근 원룸 가격을 내리기 위해 총학생회가 나섰다. ‘반딧불 시위’는 그 일환이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제1차 반딧불 시위’를 시작으로 시위를 이어오
“한국교회의 가장 큰 수치는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를 하기로 목사들이 결정한 것인데, 그건 외부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명성교회 등) 대교회의 세습은 외부 압력이 아니라 욕심 때문에 성경의 가르침을 어긴 것이니 신사참배보다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손봉호(80) 서울대 명예교수가 16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한국 기독교의 탐욕과 물질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등록교인이 10만명에 달하는 명성교회에서 지난해 11월 김삼환(73) 목사가 아들
언어는 권력이다. 지난 반 세기 한국에서 권력이 된 언어는 경상도 사투리다. 경상도 사람들은 항상 권력의 중심에 섰다.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하는 때도 야당권력을 쥐었고 경제·종교·학원 권력은 놓아본 적이 없다. 역대 대통령 12명 가운데 7명이 경상도 출신이다. 그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권력의 성벽을 높게 쌓았다. 전라도 사투리나 충청도 사투리가 끼어들 틈은 비좁았다.어느새 경상도 사투리는 권력의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경상도 출신은 표준어를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경상도
“냉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닌 실체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그렇습니다. 냉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거죠.”책 50여권을 쓴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 첫 번째 주제를 ‘불한당들의 세계사’로 잡았다. 불한당은 ‘땀 흘리지 않고 놀고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행패를 부리며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 교수는 세계에 반공주의를 심은 미국을 ‘불한당’으로 은유하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에 ‘냉전적 주체’가 탄생한 과정을 설명했다.
5일 소한 추위가 어김없이 제천을 덮쳤지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만은 1박2일간 열기 속에 휩싸였다. 과정이 빡빡하기로 ‘악명’ 높은 ‘언론인을 꿈꾸는 예비언론인 캠프’가 16번째로 개설됐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에서 선발된 56명 참가자들은 밤늦도록 거의 쉴새 없이 짜인 일정에도 흐트러짐 없이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부산에서 온 김민수(24·인제대 신문방송)씨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서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며 “언론인 출신 교수님들의 짜임새 있는 강의를 듣고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자의 꿈을 현실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캠프
<앵커>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 때 이른 겨울 추위에 집밖으로 내몰린 이재민만 천여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지진의 직접 피해에다 부실시공이라는 2차 피해까지 더해졌기 때문인데요. 주민들은 여진의 공포 속에 붕괴위험에 빠진 정든 집을 하나둘 떠납니다. 기약 없는 이사 행렬을 임형준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리포트>#진앙지 흥해읍 폐허 현장이번 포항 지진의 진앙지인 흥해읍 용천리입니다. 주택담장은 이렇게 입구 기둥만 남은 채 나머지 뒤로는 무너져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역대 두 번째 큰 규모인 5.4 강진에 폐허가 된
부석사 일주문 가는 도로는 화엄 세계로 올라가는 길이다. 가을이면 양쪽으로 빨간 사과가 열린 과수원이 펼쳐지고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길을 오르다 보면 화엄 도량 부석사 경내로 들어선다.빨간 사과와 노란 은행잎의 시선 쟁탈전오르막 직선도로가 따분해 보일까 봐 배려해둔 걸까? 길에는 쓸지 않은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걷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빨간 사과와 노란 은행잎이 서로 시선을 빼앗으려 경쟁한다. 오르막길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사진 욕심에 더욱 더디다. 그러나 극락세계에 먼저 갔다 온 이들의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얼굴은 부처의
“기사 잘 봤습니다. 근데 사진에 찍힌 분들 동의는 받으셨나요? 저희 지금 비상 걸렸어요. 모자이크 처리 부탁 드립니다.” 지난 25일 부산퀴어문화축제 홍보팀이 걸어온 전화였다. 바로 수정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날 나간 “차별은 나빠요, 혐오를 멈춰요” 기사에 관한 정정보도 요구였다. 부산에서는 처음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취재했는데, 그만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사진을 기사에 넣은 것이다. 동의를 구한 사진이 대부분이었으나, 여섯 장은 그렇지 않았다.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를 찍었거나 차량 위에 올라가 자기들 메시지를
춤 동작 하나하나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긴 분홍색 가발, 가슴과 엉덩이만 가린 의상, 무릎 위까지 올라온 분홍색 부츠. 무대를 휘어잡은 쿠씨아 디아멍(27‧활동명)씨는 ‘게이 남성’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산에서 공연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에는 마스카라를 짙게 바르고,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턱 아래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었고, 목울대가 솟아있었다. 귀에 걸린 금빛 귀걸이가 흔들릴 때마다 반짝였다.국내 성소수자들의 잔치인 퀴어문화축제가 23일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쳤다. 국민주권을 강조한 말이지만, ‘우리말 지킴이’ 이수열(89)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장에 따르면 이 문장엔 문제가 있다. ‘~으로부터’는 영어의 프롬(from)을 번역한 잘못된 표현이고, 제대로 쓰자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문과 기사문장 등 일상에서 잘못 쓰이는 우리말을 찾아내 기꺼이 ‘잔소리꾼’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소장을 지난 5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택에서 만나고, 지난 20일 전화로 한 번 더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불리는 살라미스해전 승리의 주역이다. B.C 480년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 연합군의 전함 330척을 이끌고 페르시아 측 1천 237척에 맞섰다. 그리스 연합군 한 척이 페르시아 전함 셋을 맡아야 승리를 엿볼 수 있는 싸움에서 테미스토클레스는 폭풍우의 도움까지 얻어 완승을 거뒀다.그리스 연합군의 승리에도 아테네는 안전하지 못했다. 물러난 페르시아가 언제 다시 공세를 취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졌다. 결국 B.C 490년 마라톤 전투의 주역이던
“(제가 겪어본 대통령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에요. 그분은 항상 이중적 사고를 현실에 적용했어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스스로 그렇게 노력했죠.” 김대중 대통령의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역대 대통령을 평가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 3월 <대통령>이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던 문 의원은 참모 역할 뿐 아니라 정당의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자격으로
하루 한 끼가 간절하던 시절, 벼농사 풍년은 농민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간절한 소망이었다. 추수가 끝나 추석이 오면 햅쌀로 떡을 만들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감사의 의례를 올렸다. 지금은 정반대다. 이제 농민에게 풍년은 골칫거리다. 농업기술 발달로 쌀 생산력은 늘었지만,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줄어 재고가 넘친다.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은 351만톤으로 보관료만 매년 2천억원이 소요된다. 쌀 개방을 미루기 위해 매년 떠맡아야 하는 의무수입물량은 40만8700톤이다. 남아도는 쌀에 내려가는 가격은 농민의 쌀 주권을 위협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올해 아흔인 이수열입니다. 영어투, 일본어투, 중국어투가 점령한 우리말을 바로잡는 일을 합니다. 신문, 방송, 교과서에 나온 외국어투 표현을 고치지요. 2004년 한글학회는 저를 ‘우리말·글 지킴이’로 선정했습니다.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은 촛불이 만든 대통령입니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시민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쳤지요. 대통령님, 하나 여쭙겠습니다. 모
2016년 9월 12일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 일대를 뒤흔든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했다. 그 후에도 작은 지진이 600여 차례나 계속돼 경주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흔들리는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반년이 훌쩍 지난 올 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수강생들이 경주를 찾아갔다. 피해가 컸던 경주시 내남면에는 인적이 드물고 간혹 눈에 띄는 주민들은 묻는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복구하지 못한 지진의 흔적들이 이곳이 진앙지였음을 말해주었다. 기왓장이
<앵커>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영국 작가 닐 게이먼의 말이죠.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라는 충고인데요. 문학 지망생들이 한 장소에 모여 겨루는 ‘백일장’이 꼭 어울리는 무대입니다. 민송 권영우 박사를 기려 세명대학교가 주최한 민송백일장이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임형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5월 10일 세명대학교 강당김기태 민송백일장 운영위원장이 ‘먼지’라는 주제어가 적힌 족자를 펼칩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채 발표 순간을 기다려온 5백여 명의 학생 시민 표정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대부분 뜻밖이라는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