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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말, ‘권좌’에서 물러나야
[상상사전] ‘말’
2018년 01월 31일 (수) 15:30:23 임형준 기자 feyenoord24@naver.com
   
▲ 임형준 기자

언어는 권력이다. 지난 반 세기 한국에서 권력이 된 언어는 경상도 사투리다. 경상도 사람들은 항상 권력의 중심에 섰다.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하는 때도 야당권력을 쥐었고 경제·종교·학원 권력은 놓아본 적이 없다. 역대 대통령 12명 가운데 7명이 경상도 출신이다. 그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권력의 성벽을 높게 쌓았다. 전라도 사투리나 충청도 사투리가 끼어들 틈은 비좁았다.

어느새 경상도 사투리는 권력의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경상도 출신은 표준어를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난무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강재섭 의원이 말했다. “가가 점수를 많이 땄다 카이. 천정배하고 충성 경쟁 벌이는 거 아이가. 노무현이한테 잘 보일라꼬.” 경남 밀양 출신인 김용갑 의원이 거들었다. “확 (노 정권을) 디비뿌라.”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석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쓰는 정치인이다. 그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합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중·고교를 다닌 경상도 토박이다.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MBC에서 라디오 정치 드라마 <격동 50년>을 연출한 노성수 PD는 정치인의 어투와 사투리를 오랜 시간 연구했다. 그는 “정치인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영남 출신 의원들은 의원총회 등 내부회의부터 국회 상임위까지 대부분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만, 호남 출신 의원들은 사투리를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는 군부정권 시절부터 공개된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쓰였지만 전라도 사투리는 그렇지 못했다. 경상도 말이 권력의 표준어가 될 때 다른 지역 사투리는 정치권에서 그야말로 ‘지방 말’인 ‘방언’(方言)에 머물렀다. 

훔볼트는 언어가 인간의 의식과 사고, 세계관 등을 결정한다는 ‘언어결정론’을 주장했다. 그는 인간 사고의 내용과 구조는 언어에 의해 형성된다고 봤다. 경상도 출신 정치인은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동질감을 강화한다. 전라도나 다른 지역 출신은 은연 중에 배제된다. 경상도 말은 이제 언어의 권좌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김민주 기자

[임형준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지역농촌부 임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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