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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값 비싸게 받고 기숙사 신축도 막아
[현장] 시위로 폭발한 대학촌 원룸 갈등 - 원인과 해법
2018년 04월 11일 (수) 16:57:44 임형준 기자 feyenoord24@naver.com
대학촌의 대표적 주거 형태가 하숙집에서 원룸으로 바뀐 뒤 부모 자식 사이처럼 다정하던 집주인과 학생 사이도 철저한 거래 관계로 바뀌었다. 충북 제천 세명대 학생들은 원룸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가두시위까지 벌였다. 서울에서는 원룸업자들이 대학 쪽의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원룸 가격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학가의 갈등을 <단비뉴스>가 취재했다. (편집자)

‘세명대 반딧불’의 소원은 “원룸 가격 인하”

   
▲ 세명대 학생들이 “원룸가격 인하하라”고 외치며 반딧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임형준

세명대 후문 근처 원룸에 사는 이창희(26·세명대 법학과 4)씨는 10개월 계약으로 방값 410만원을 한 번에 냈다. 이씨는 “겨울방학 때 살려면 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명목이다. 그러면서 “연세가 아닌 보증금과 월세로 방값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명대 인근 원룸 가격을 내리기 위해 총학생회가 나섰다. ‘반딧불 시위’는 그 일환이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제1차 반딧불 시위’를 시작으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총학생회는 가격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램프를 켠 채 “원룸가격 인하하라”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한다.  

 

 

총학생회, 캠퍼스 인근 원룸 가격 전수조사

총학생회는 지난달 초 갬퍼스 곳곳에 원룸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붙이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같은 달 7일에는 페이스북에 ‘원룸 가격인하 협조사항 및 진행사항’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총학생회가 세명대 정문과 후문에 있는 원룸 125군데를 조사해 원룸 가격, 공과금 유무, 인하계획을 정리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격을 내리고 있거나 내릴 예정이라고 밝힌 원룸업체는 40곳, 방값을 내릴 계획이 없는 업체는 57곳이다. 가격 공개를 거부한 원룸은 19군데였다. 방값은 후문 일대가 220만~550만원, 정문 앞은 200만~700만원으로 조사됐다.

   
▲ 세명대 총학생회가 캠퍼스 주변 원룸 125곳을 전수조사해 페이스북에 올린 자료 중 일부. ⓒ 세명대 총학생회

총학생회는 캠퍼스 근처 원룸 가격이 비싸다고 주장한다. 강태구(26) 세명대 총학생회장은 “실제 방을 사용하는 기간인 7~8개월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춰달라고 매년 말했다”며 “10년 전부터 학생들의 고충 중 하나가 원룸 가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학생회가 협의체가 돼서 원룸업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학생들에게 홍보되고, 공실(빈방) 없이 원룸이 운영되면서 적당한 가격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우선해야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세명대 총학생회가 내건 원룸 가격 인하 촉구 현수막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 임형준

원룸협회, “가격 협의할 수도 있다”

원룸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 의림지원룸협회 소속으로 후문 앞 모산동에서 그린빌을 운영하는 박중학(69)씨는 “소비자가 우선하는 시대인데, 가능하면 (가격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손해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방값을) 내려야 하고, 앞으로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에 ‘대화하자’고 했는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강태구 총학생회장은 이에 “원룸협회는 우리에게 ‘대화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원룸협회 관계자는 총학생회 쪽과 통화하면서 “학생들이 비싼 원룸을 들어가지 않으면 가격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우리한테 말하지 말고 학생들한테 말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학교에 제시해주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명대 후문에 있는 원룸촌의 한 골목. ⓒ 임형준

세명대 정문 앞의 한 원룸업자는 방값을 일시불로 내는 계약방식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까 그렇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금과 월세 지불 방식이든 현재의 연세 계약방식이든 학생이 원하는 대로 계약한다는 주장이다.

방값 연세와 월세, “목돈 부담은 같아”

학생들은 보통 개강전인 1~2월에 방 계약을 많이 하는데 2월에는 등록금도 납부해야 해서 이중부담으로 다가온다. 지예진(21·여·세명대 부동산학과 3)씨는 올 1학기 개강을 앞두고 목돈을 지출했다. 등록금 300만원과 방값 380여만원을 냈다. 지씨 역시 10개월 계약으로 방을 구했다. 집주인에게 360만원을 입금하고, 보증금으로 약 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제천시내에서 영업하는 신종찬 공인중개사는 “(연세 계약 방식이) 학생에게 불리한 건 아닌 것 같다”며 “보증금과 월세를 내나 지금처럼 계약하나 목돈 부담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방값이 450만~550만원으로 세명대 후문에서 가장 비싼 원룸으로 알려진 한 원룸 건물. ⓒ 임형준

제천이 대도시인 청주·충주 대학가와 방값 비슷

청전동에 있는 33㎡이하 원룸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선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세명대 인근 원룸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신종찬 공인중개사는 “세명대 후문 일대는 제천 시내와 비교해 땅값이 비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3.3㎡당 200만원 이상 가격에서 거래된다.

제천시 인근 충주시와 청주시는 어떨까? 건국대 글로컬캠퍼스가 있는 충주시 단월동 일대 역시 대개 연세로 계약한다. 싼 방은 200만~250만원이고 비싼 방은 300만~400만원이다. 검단리에 있는 한국교통대 근처에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만~200만원과 월세 30만~38만원정도 있으면 된다. 교통대에는 원룸협의체가 있다. 원룸촌 구역을 나눠 총학생회가 관리하고 원룸업자들이 총학생회와 협상해 적정가격을 합의한다.

   
▲ 충주시에 있는 한국교통대 정문. 교통대 원룸협의체는 원룸업자들과 협의해 방값을 정한다. ⓒ 네이버 지도

청주시 개신동 충북대 인근 원룸의 평균 방값은 보증금 200만원과 월세 30만원(관리비 포함)이다. 내덕동에 있는 청주대 주변 원룸은 보통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월세 30만~38만원선이다. 대학교 네 곳 근처의 평균 원룸 가격을 연세로 환산하면 200만~400만원으로 세명대 근처 원룸과 가격이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청주와 충주는 경제 규모와 인구 등에서 제천보다 대도시다. 땅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청주시 상당구 청주타워 부지는 1㎡당 1천50만원(3.3㎡당 3천471만원)으로 충북 도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대학 인근 원룸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세명대생들의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서울서도 학생-원룸업자 ‘갈등’

학생과 원룸업자의 갈등은 제천만의 상황이 아니다. 서울 대학가에서는 원룸업자들의 대학 기숙사 신축 반대 시위가 거의 해마다 일어난다. 그들 주장의 핵심은 ‘생존권 침해’다. 기숙사를 신축하면 자기네가 세놓는 방에 학생을 입주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시내 대학가 원룸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378만원에 월세 49만원이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이마저 원룸업자의 반발에 막히는 실정이다.

한양대 기숙사는 지난 2015년 기숙사 신축계획을 발표한 뒤 2년이 지난 작년 말에야 그 계획이 확정됐다. 신축안이 발표된 뒤 인근 주민과 원룸업자들은 ‘한양대 기숙사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숙사 신축을 저지했다.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양대 총학생회 쪽은 “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이 12.5%로 서울지역 대학 평균인 16.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근 자취방의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비싸다”며 “기숙사를 새로 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등 기숙사 신축 사전절차 과정에서도 ‘기숙사 신축 저지’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 한양대 학생들이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양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고려대는 4년째 기숙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성북구 내 학교 땅에 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90년대부터 주민들이 써온 공원”이라며 기숙사 신축을 막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학생들 주소지를 성북구로 옮기는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지역구 주민 눈치를 보는 지자체를 ‘학생 표심’으로 움직여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선거 뒤에도 기숙사는 신축되지 않았다. 총신대학교 역시 인근 주민이 ‘환경 악화’를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막고 있어 기숙사를 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대학 인근 주민들과 원룸업자들은 여러 이유로 기숙사 신축에 반대한다. ⓒ JTBC

주민과 원룸업자들은 대학 내 기숙사뿐 아니라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짓는 행복기숙사 신축도 반대한다. 지난 2015년 재단은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싼값에 방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서울 성북구 국유지에 행복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장학재단 역시 지난해 10월 성동구 국유지에 연합기숙사를 신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인근 주민들 반대로 기숙사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민과 세명대 인근 원룸업자들은 세명대 하남 캠퍼스 이전과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기도 했다.

전국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매우 낮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21%다. 수도권으로 가면 16.1%로 떨어진다. 수도권 대학생 열에 여덟, 아홉은 원룸 등에서 방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충북 도내 대학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도내 4년제 대학 13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29.6%다. 세명대는 44%로 전국의 종합대학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학생과 원룸업자 상생하려면 정보 공유해야 

   
▲ 세명대 졸업생 모임인 총동문회가 학생회관 앞 인도에 내건 현수막. 원룸 가격 인하가 오랜 숙원임을 말해준다. ⓒ 임형준

부동산 전문가는 학생과 원룸업자의 갈등을 어떻게 볼까? 백민석(47) 세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원룸)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어야 한다”며 “정보가 공유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룸업자가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학생들은 그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곳을 찾아가고, 합리적이지 않은 곳은 공실이 생겨 가격이 저절로 내려간다는 분석이다.


편집 : 박경난 PD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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