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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프레임에 갇혔어”
[단비발언대] 자유민주주의 논란 ③
2018년 04월 21일 (토) 11:19:04 임형준 기자 feyenoord24@naver.com
   
▲ 임형준 기자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프레임(frame)의 핵심을 꿰뚫는 책이다. 미국 버클리대 언어학과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을 현실정치에 적용했다. 그는 ‘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부제 아래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계속 코끼리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슬로건은 ‘세금 구제’(tax relief)다. 이 표현은 ‘세금 삭감(tax cutting)’에는 없는 인식의 프레임을 제공한다. 세금 뒤에 '구제’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세금은 ‘나쁜 것’ 또는 족쇄가 된다. 자연 세상은 족쇄를 채우는 자(감세를 반대하는 민주당)와 벗겨주려는 착한 자(공화당)로 나누어진다. 유권자가 이런 프레임에 갇히면, 민주당이 ‘감세정책이 일부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아무리 비판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강력한 프레임이 설정되면, 진실은 무시되고 가공된 허상만 남는다.

   
▲ 미국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 ⓒ Pixabay

민주당이 공화당의 공약이나 슬로건에 묶여 반박하거나 걸고 넘어질수록 그들의 프레임만 굳혀 주고 민주당은 패할 것이란 말이다. 보수세력이 설정한 프레임을 공격은 물론 아예 생각도 말고,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 보수정당은 ‘언어의 마술사’였다. ‘빨갱이’ ‘자유’ 같은 말로 강력한 색깔 프레임을 구축했다. 지지자들을 프레임 안에 가두고, 이분법적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둘로 나누었다. 자유당부터 이어온 보수정당들은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애국보수’라 불렀다. 조금이라도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면 ‘종북좌파’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 보수정당은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능숙했고 세력을 결집할 줄 알았다.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구도도 프레임의 결과다. 자유한국당이 놓은 덫에 정부여당의 개헌안이 걸려 들었다. 자유한국당은 헌법 전문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한 것은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라고 몰아쳤다.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강력한 색깔 프레임을 쳤다. 자신들은 이 나라와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자로 설정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쪽은 ‘사회민주주의자’ ‘인민민주주의자’로 낙인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개헌안에서 ‘자유’를 빼는 것을 철회할 정도로 보수세력의 색깔 프레임과 마력은 강력하다. 

설령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진정한 자유를 확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보수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정부여당 개헌안을 제대로 살펴보면 ‘자유’가 빠져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서는 ‘자유’가 빠지지만,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실현'이란 말로 더 구체화해 놓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꾼 것도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더 포괄적인 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한 것뿐이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자유란 좁은 틀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프레임 공격을 했다. ⓒ JTBC

정부여당이 보수세력의 프레임을 피하려는 듯 자유한국당의 공격을 슬쩍 피하는 사이, 자유한국당은 줄기차게 ‘코끼리를 생각하라’고 외쳐대고 있다. 보수세력과 그들의 지지자들에게 ‘자유’가 빠지면 나라가 무너지고 인민공화국이라도 들어설 것처럼 국민에게 주술을 걸고 있다. 해방 후 70년이 넘도록 걸어온 낡은 마술을 걸고 정권 흔들기에 들어간 것이다. ‘가짜 주장’의 틀에 갇힌 국민은 진실을 놓치고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헌법 전문에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한 사안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있다. 기본권 강화처럼 국민의 진정한 ‘자유’를 확대하고 지나친 ‘자유’가 초래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확대하기 위한 개헌이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70년도 더 된 색깔 프레임 공격이 지겹지도 않나? 국민들은 지치고 피곤하다.


국회 헌법개정특위자문위원회는 1월 헌법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의 전문(前文)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이 빠지고, 헌법 제4조에서 통일정책의 전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꾼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유민주주의 vs 민주주의’ 논란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도 2월 당 개헌안 중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민주적 기본질서'로 고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네 시간만에 태도를 바꿔 ‘자유’를 뺀다는 것은 착오라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개헌을 하자는 거냐”며 진의를 밝히라고 공격했다. 개헌정국의 핵심이슈로 떠오른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 논쟁의 연원과 찬반 견해, 그리고 그 배경은 무엇인지 세 편의 칼럼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편집 : 임형준 기자

[임형준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지역농촌부 임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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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프레임을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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