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꿈’의 두 얼굴똥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나는 내가 싼 똥이 빌라 전체에 넘쳐서 당황하고 울었다. 어쩔 줄 몰라 하다 잠에서 깼다. 안도하던 것도 잠시, 곧장 내가 얼마전 서류를 넣었던 언론사의 채용 공고가 떠올랐다. 꿈에 똥이 나오면 길몽이라는데,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엄마에게 딸의 취업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며칠 뒤 저녁,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가 말했다. “우리 화성 집 근처에 지하철 역이 생긴다더라. 너도 집 값 오르라고 기도해.” 우리 가족은 안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화성에 살았다. 엄마의 화장품 회사가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모두가 그랬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서울로, 서울로 집중하다 보니 서울은 사람으로 넘쳐나고 이제는 서울 근처까지 비대해졌다. 2020년에는 서울, 인천,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인구가 수도권 외 지역을 합친 인구수를 넘어섰다. 지난 6월 통계청은 올해 수도권 인구수를 2596만 명, 비수도권 인구를 2582만 명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면적의 약 12%밖에 안 되는 수도권이 50.1% 인구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수도권만 있다. 사람이 많으니 자연히 정치, 경제
‘동네’는 없다치킨, 찜닭, 족발, 마라샹궈, 초밥까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받은 뒤로 초인종이 더 바빠졌다. 처음에는 코로나19 걱정에 나가기를 꺼려서였는데, 지금은 기본소득을 쓰기 위해 배달음식을 애용한다. 1인분만 시키기도 어렵고, 둘이 한 번 먹으면 3~4만원은 훌쩍 나간다. 어렵게 받은 돈, 이렇게 낭비하긴 아깝다. 식재료를 사다 해먹으면 좀 더 아낄 수 있지만, 자주 가는 홈플러스에선 기본소득을 못 쓴다. 연매출 10억 이하 ‘동네’ 가게에서만 쓸 수 있다는데 어디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알아야지. 대형마트, 기업형 슈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공유경제의 기초 단계인 중고마켓이 주요 트렌드로 뜨고 있는 이유다.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중고마켓 대표 커뮤니티 ‘중고나라’의 2019년 거래액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모바일 중고시장의 후발주자인 ‘번개장터’와 ‘당근마켓’ 거래액은 1조와 7000억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방송사도 놓치지 않았다. 올해 2월 16일 방송을 시작한 <스타와 직거래-유랑마켓>은 스타가 자기 물건을 동네 주민과 거래하며 쓰지 않는 물건의 가치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은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 이주노동자라고 불린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터에서 땀 흘리는 이주노동자 중 상당수가 농촌 들판의 비닐하우스, 시끄러운 공장과 가두리 양식장의 컨테이너 등 ‘집 아닌 거처’에 살고 있다. 의지할 사람 없는 이국땅, 일과 쉼이 24시간 뒤섞인 숙소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위협한다. 허술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주, 관리·감독 의무를 외면하는 정부는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대한 원망을 안고 돌아가게 만든다. 단비뉴스 특별취재팀이 제조업과 농어
마스크를 쓰며 연결은 깨졌다세계가 82.5㎡로 줄었다. 그 세계의 주민은 나와 엄마, 고양이 두 마리다. 겨울방학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다 해치웠다.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동기들 선물로 사왔던 초콜릿은 하나둘씩 까먹고 달랑 두 박스만 남았다. 원래부터 ‘집순이’라 핸드폰 하나로 하루 종일 누운 채 노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매일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놀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든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일상에서나 가능한 사치였다. 동네 도서관을 나갈 수 있고,
닭발은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다. 혼자 먹기에는 양도 많아 누군가와 함께 시켜야 한다. 의기투합한 친구가 닭발을 좋아하지 않으면 닭똥집이나 오돌뼈볶음을 추가하면 된다. 친구를 더 포섭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계란찜을 좋아하는 친구가 단골 섭외 대상이다. 우리는 모두 입맛이 다르지만, 여럿이 먹는 식탁은 더 다채롭고 풍성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원하는 공약, 이념, 정책은 다르지만 이들이 모이면 한국 정치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정체성 모호한 거대양당의 정쟁에 묻힌 정책들한국 정당정치는 매운 비빔밥이었다. 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이 주최하는 ‘제20기 예비언론인 무료캠프’가 지난 10일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캠프에는 기자‧PD 등을 꿈꾸는 예비 언론인 50여명이 참가했다.<단비TV>가 1박 2일 캠프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편집 : 임지윤 기자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창의력’을 핵심 단어로 두 번째 주제 강연을 했다. 창의력이 무엇인지,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 나아가 창의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강의를 풀어나갔다.“여러분은 저널리즘을 배우니 사실 위주로 접근하는 고민을 하겠지만, 문화산업 분야는 다릅니다. 창의력은 문화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나 작곡가가 살아남으려면 창의적 결과물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는 왜 노인의 이별 장면을 열연했나원종원 “아는 만큼 보이고
길을 걷다가 서점이 나오면 지나치기보다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삽상한 가을 바람에 왠지 공원 앞 벤치에 책을 들고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계절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일제 문화통치 때 독서 캠페인 구호라는 얘기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일제의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평소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은 좋다.하루하루가 바쁘고 치열한 현대인에게 독서는 너무 멀다. 인문학책은 먼지를 뽀얗게 덮어쓰고 있고, 자기계발서조차 거실 테이블 붙박이가 돼버린 지 오래다. 이런 이들을
텔레비전이 신록으로 물들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 예능∙교양 장르 가리지 않고 자연을 배경 삼는 프로그램을 늘렸다. 9월 22일 기준 tvN <삼시세끼 산촌 편>, SBS <리틀 포레스트>, MBN <자연스럽게>, JTBC <캠핑클럽>, MBC <신기루 식당> 등이 휴식, 힐링, 여유를 키워드로 내걸고 방송되고 있다. 8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가드닝 프로젝트 꽃밭에서> 또한 정원 가드닝을 소재로 한 힐링 프로그램을 자처한다. 최초의 가드닝 예능 프로그램국내 최초로 가드닝을
2019년 5월, 부천역에서 가출청소년들을 찾아가는 이동쉼터가 열렸다. 가출한 청소년 중 약 3만 명이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한다. 그 중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37개의 중장기 쉼터와 5개의 자립지원관만이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 머무르는 아이들의 수는 400명 정도다."(친구랑) 세 명 같이 살았을 때 방 나가야 했을 때 딱 밖에 놓였는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짐 다 싸들고 이렇게 짊어지면서 아 어디를 가야 되지, 이러면서 세 명이서 그러고 있었어요. 아 거지들이 그냥 있는 게 아니
올 3월, 승차공유서비스 우버가 창업 10주년을 맞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남는 좌석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아는 사람과, 드물게 일어나던 행위였다. 우버는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타인의 동승을 쉽게 연결해주면서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고, 환경문제까지도 해결되는 미래를 제시했다. 많은 사람이 소유(所有)가 공유(共有)로 바뀐 세상은 대량소비 자본주의로 불거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소유 중심의 산업사회가 종말을 고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
우리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OO에서 꼭 해야 할 일’, ‘OO의 맛집 TOP3’ 같은 문구들을 흔하게 접한다.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거나 즐겁기만 해야 할 여행이 골치 아프게 느껴질 때면 이런 글이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여행은 원래 ‘골치 아픈’ 일이었다. 서양에서 ‘여행’을 뜻하는 travel은 고문의 도구였던 ‘3개의 몽둥이’(three poles)를 뜻하는 라틴어 ‘trepalium’에서 나왔다. 같은 어원을 가진 파생어는 'travail’(진통, 고생, 노고, 노동)이다.사람들에게 여행이 노동이나 고문처럼 고생스러운 일이
낮잠을 잔 게 실수였다. 뺨의 솜털을 건드리는 미묘한 공기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누워있는 내 발끝 쪽에서 우리 집 고양이 토리가 보였다. 천장으로 머리를 쳐들고 집중하고 있는 토리의 시선은 분명 내 머리 뒤쪽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사각지대라 보이지 않았고 순간 안도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 용감한 작은 사자가 사냥에 나설 거다. 사냥에 성공해서 전리품을 뜯어먹기라도 한다면 곤란해진다. 까슬까슬한 혀가 내 팔을, 다리를 핥을 때마다 사랑스러운 주둥이 주위에서 검은 기
지난 3월 17일 밤, KBS1을 보던 시청자 중에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가 많았을 것이다. 그날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는 MBC ‘PD수첩’ 화면이 로고를 단 채 그대로 방송됐고, ‘PD수첩’ 연출자 서정문 피디가 패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KBS 창사 이래 자사 프로그램에 경쟁사인 MBC 피디가 등장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MBC 피디가 KBS에 나타난 까닭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역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3년 6월 28일 ‘미디어 포커스’가 본격적인 미디어 상호 비평의 영역을 열었으나, 정권이
전세계 수많은 나라와 민족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숫자를 세는 방법은 같다. 십진법이라는 만국 공통의 숫자 체계는 우리가 지구촌 어느 낯선 땅을 여행하더라도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십진법도 만능은 아니다. 시간과 날짜를 셀 때는 60진법에 12진법도 쓰인다. 언뜻 낯설지만, 우리 삶에 익숙한 이 셈법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 중에서도 점성술에 뿌리를 둔다.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은 신이 자기 의지를 자연현상에 숨겨뒀다고 믿었다. 해와 달, 별이 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