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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그 후
[심층포커스] 보육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가출 청소년들
2019년 09월 05일 (목) 12:55:04 김지연 이신의 PD huse7@hanmail.net

2019년 5월, 부천역에서 가출청소년들을 찾아가는 이동쉼터가 열렸다. 가출한 청소년 중 약 3만 명이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한다. 그 중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37개의 중장기 쉼터와 5개의 자립지원관만이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 머무르는 아이들의 수는 400명 정도다.

"(친구랑) 세 명 같이 살았을 때 방 나가야 했을 때 딱 밖에 놓였는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짐 다 싸들고 이렇게 짊어지면서 아 어디를 가야 되지, 이러면서 세 명이서 그러고 있었어요. 아 거지들이 그냥 있는 게 아니구나, 저기 자는 사람들이 그냥 있는 게 아니구나." (쉼터퇴소 청소년 김하연)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하연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병환으로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하연씨는 17살 때 중장기쉼터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 후 쉼터를 퇴소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청년주거정책도 있지만 기초수급을 받는 일부 아동을 제외하고는 부모와 관련된 서류를 요구한다. 가정의 문제로 나온 쉼터퇴소아동들에게 부모를 만나 설득하라고 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다. 더군다나 어렵게 서류를 마련한다 해도 부모가 소득이 있다면 높은 순위를 받기 어렵다.

0 VS 5,000,000

아이들에게 주어진 지원 부족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아동양육시설과 비교해봤을 때 더 뚜렷하다. 아동양육시설은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매달 입금한 돈을 두 배로 적립해주는 디딤씨앗통장이 있다면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가지고 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쉼터퇴소아동을 위한 지원금은 없다. 모든 걸 홀로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에게 취업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똑같이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는데, 저희끼리 표현하는 용어로 어떤 친구들은 보육 시설에 부모가 버리고. 어떤 친구는 방임으로, 쉼터로 아이가 들어가게 해서 버리고. 둘 다 그런데 부모가 어디를 선택해줬느냐의 한순간 때문에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까지 하거든요.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도 그런 상황이고요." (경기도자립지원관 홍정화 간사)

하연씨는 ‘굿세이브’라는 사회복지단체에서 월세와 생활비 그리고 학원비를 후원받고 있다. 하연씨의 일상은 후원단체의 도움으로 움직인다. 하연씨는 원래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열악한 여건에서 자립을 시켜야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꿈과 취미는 사치였다.

쉼터퇴소아동들은 당장의 생활도 어렵지만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하연씨는 1년 전 심장에 이상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동양육시설의 경우, 퇴소 후 관리를 법적으로 5년까지 보장한다. 하지만 쉼터는 관련 법규가 없다. 퇴소 후 관리가 된다 하더라도 의료비 지원은 예산의 한도를 벗어난다.

'그런 데가 있으니까 애들이 가출하잖아'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쉼터는 후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후원자를 찾는 과정에서도 쉼터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아동양육시설은 이뿐 아니라 자립수당, 군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쉼터퇴소아동들에겐 어떠한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리가 출산율이 낮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직 낳지 않은 아이에 대한 지원은 엄청나게 해주면서 고작 청소년들에게 몇십만원 몇백만원 쓰는 것을 낭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는 걸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천시 청소년일시쉼터 한태경 소장)

가출청소년 정책의 핵심은 가정복귀기 때문에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다. 하지만 쉼터아동의 가정환경은 아동양육시설의 아동과 비슷하며 연령도 겹친다. 이들을 분류하는 기준은 부모의 선택뿐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개인의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야하는지. 아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질적,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었다.


편집 : 임지윤 기자

[김지연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김지연입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서 가장 높이 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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