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충북 괴산군 동부리에 사는 추영자 씨는 일을 하다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괴산 지역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컴퓨터 단층촬영, 즉 CT를 찍었는데, 의사는 별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추 씨의 증상은 더 심해졌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야 제대로 진단받을 수 있었다.괴산에 사는 윤명희 씨 역시 오진으로 병세가 더 악화됐다. 오한이 들고 가슴과 등이 따끔거려 잠을 자기도 힘들었던 윤 씨는 지역의 병원 세 곳을 찾아갔다. 모두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고, 충북에서는 대형 병원이 몰려있는 청주에 가서야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밥그릇 문제에서는 이념의 문제보다 누가 내 울타리 속에 있는 사람인가, 누가 내 가족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4월 8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가족주의: 한국인의 에너지’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의 가족주의에 관해 본인의 경험담부터 털어놨다. 그는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걸 많이 느꼈다고 한다. 김 교수는 80년대 운동권 안에서도 연고에 따라 사람들 노선이 달라지는 걸 목격했다. 그는 사회과학자로서 한
지난 6일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단 2조는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농(農)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우리원 농장으로 향했다. 이틀째 쏟아진 폭우로 차창 밖을 내다봐도 벼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긴 논들이 많았다. 우리원농장은 42년째 유기농업을 실천해 1995년에는 벼 부문 유기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이 정답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양순(65) 우리원푸드 대표는 1996년 전통식
기후위기 시대를 성찰하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농업과 농촌의 가치다.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은 조별 분산연수와 통합연수의 방식으로 지난 7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4일간 경기 포천시와 연천군, 전남 보성군, 충남 천안에 있는 친환경 농가를 견학해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를 유지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농(農)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연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석자 전원이 선제 검사를 받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재방문률 90% 체험마을 비결은?인구 4만3000여 명에 불과한 경기도 연
지난 3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직 조폭기자로부터 시민과 공직자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기자가 조폭 출신이라는 것을 이용해 시민과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루된 기자들이 제천 지역 폭력조직인 ‘조가파’ 출신이라는 주장이었다. 곧바로 ‘제천 조폭기자’ 사건으로 이름이 붙은 이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제천 조폭기자’로 불리는 사람은 두 명이다. ○○매일 제천 주재 기자인 A씨와 ○○경제TV 제천 주재 기자 B씨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청주지검
2021년 5월 기준 제천시에는 음식점 2882개, 숙박업소 224개, 노래방 98개, 게임업소 80개가 있다. 음식점에는 식당, 카페, 편의점 등이 포함되고, 숙박업소에는 여인숙, 모텔, 호텔은 물론 펜션, 캠핑장, 글램핑장 등이 포함된다. 게임업소로는 피시방, 오락실, 게임장 등이 있다. 하강기에 들어섰는데 코로나19 타격까지이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대상 업종으로 지정되어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노래방은 밀폐공간으로 집단감염 사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면 시간이 오래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감동의 크기가 얼마나 돼야 아주 나중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그걸 하나하나 점수로 매겨 수첩에 적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씩 친밀감을 쌓아간다. 밝은 표정과 점잖은 말투. 둘 중 하나만 있어도 10점 중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다음에는 친절함, 상대방 자리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 배려심, 이런 게 충족되면 8점이 된다. 운 좋게도 식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 ‘문화의 거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시민을 위한 비대면 문화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본공연은 오후 3시부터이지만 12시 무렵부터 10여 명 넘는 인원이 분주하게 마이크, 카메라 등 여러 가지 무대 공연장치와 영상 송출장비를 준비하는 등 제천시민을 위한 ‘유튜브 라이브 문화다(多)방 프로젝트’ 행사 준비로 땀 흘리고 있었다. ‘문화다방’은 제천문화재단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활동이 어려워진 지역 문화∙예술인과 ‘코로나 우울’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다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진리처럼 여겨서인지 행운이 찾아왔다. 내 밭이 생긴 것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귀농을 준비하는 고모부가 내가 ‘단비농부’라는 사실을 알고 밭 한쪽 100평 남짓 공간을 공짜로 빌려주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고모부 댁은 평화로웠다. 조용한 산골짜기에 있는 집은 나무와 황토로 지어져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다.“뭐해, 빨리 장화 안 갈아 신고.”감탄할 새도 없이 호통이 내리쳤다. 농사지을 때 입으려고 장만한 군복 무늬 바지와 체크남방셔츠로 재빨리 갈아
초록이 짙은 지난 5월, 산 넘고 물 건너 작은 책방에 도착했다. 좁고 굽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 도착한 이 책방은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2리 월악산 자락에 있다. 용바위 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에는 약 80가구가 산다. 주민 대부분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다. 마을 인구는 100여 명 정도다. 대부분은 사과나 브로콜리, 치커리 같은 양채 농사를 한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이 마을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뒤 도시에 나갔다 다시 돌아온 30·40대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다. 농촌치고는
‘자연치유도시’를 표방하는 충북 제천시는 매년 관광객만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제천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도시로서 특히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등 ‘제천 10경’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무리하게 산을 깎아 택지를 조성해 집을 짓거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난개발이 성행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제천시 난개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단비뉴스> 취재팀은 지난 4월 21일부터 약 한 달여에 걸쳐 제천시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요즘 저렇게 산 깎아낸 곳이 많아. 볼 때마다 안타깝지. 제천의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에 사는 A씨는 어느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살치살 600g을 샀다.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은 5월 21일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신선할 것이라고 약속된 고기였다. 그날 저녁 시민 A씨는 캠핑장에서 그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한 덩이의 고기를 구워 가위로 자르는 순간, 고기 단면에서 무엇인가 쑥 튀어나왔다”고 A씨는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20일 <단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가늘고 긴 기생충처럼 보이는 이물질이었다”고 말했다. <사진1>은 당시 A씨가 촬영한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주변을 맴돌던 것이 사라지면 허전하기 마련이다. 제천시 봉양읍의 백로 떼가 그렇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개울에서는 갈겨니와 떡붕어 등을 노리는 백로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백로 떼를 만날 수 없다. 백로가 떠난 것이다. 봉양읍 일대는 백로가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개울이 굽이굽이 돌아 나가며 물살도 강하지 않아 물고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수심이 낮아 물고기를 잡기도 좋았다. 숲이 울창한 산이 개울 근처에 있어 둥지를 틀고 천적을 피하기에도 좋았다.
충북 제천은 농촌지역이지만 공공급식체계 부실로 학생들이 신선한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까지 학교에 공급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쌀과 잡곡 위주였고 신선한 채소는 없었다. 제천은 지난해 10~12월까지 엽채류 등 친환경 농산물 4개 품목을 6개 학교에 시범으로 공급했다. 올해부터는 10개 학교에 9개 품목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21년 기준 제천에서 학교급식을 직접 조리하는 학교는 32곳인데 22개 학교 학생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재배한 관행 농산물을 먹고 있다.친환경 학교급식 확대는 문재인 정부 ’국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투성이다. 처음 농장에 발을 들인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여전히 작물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도시에서도 흔히 먹는 나물이라는데 나에겐 처음 보는 풀이다. 한번은 내가 심은 옥수수가 싹을 틔워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 “벌써 싹이 올라왔네요. 밭에는 언제 심죠?” 웬걸, 옥수수가 아니라 고추란다. 농장에서는 이런 무능감을 자주 겪는다. 한 시간을 낑낑대야 끝낼 수 있는 일을 십분만에 해치워버리는 베테랑 농부를 보면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나도 어디 가서 똑똑하다
한 해 농사를 위한 밭갈이가 시작되는 지난달 2일, 농촌이 더 바빠지기 전에 경운기의 위험성을 취재하려고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를 찾았다. 지인의 소개로 괴산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이경철(60)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아는 베테랑 경운기 운전자를 소개해주겠다며 이웃 유희상(65) 씨를 소개했다.유 씨에게 경운기의 위험성을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경운기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뜻밖의 답을 했다. 이왕 내친 김에 “경운기 운전을 직접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뭐? 직접 운전을 한다고? 아
포털 기사에 1천 개 넘는 댓글 등 뜨거운 반응 곽영신(이하 영신) : 지방대 시리즈를 마무리한 소감이 어떤가? 한국 사회 학벌문제와 지방대 차별·소외문제에 관해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이나경(이하 나경)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지방대 시리즈 첫 기사 [대학 이름 밝히자 ‘핵인싸’가 ‘갑분싸’로]를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열정 있고 활발하던 한 대학생이 모교(고등학교)에 찾아갔다가 후배들 앞에서 소속 대학(지방대) 이름을 말하니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져 크게 위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