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끊이지 않는 경운기 사고 원인분석

한 해 농사를 위한 밭갈이가 시작되는 지난달 2일, 농촌이 더 바빠지기 전에 경운기의 위험성을 취재하려고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를 찾았다. 지인의 소개로 괴산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이경철(60)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아는 베테랑 경운기 운전자를 소개해주겠다며 이웃 유희상(65) 씨를 소개했다.

유 씨에게 경운기의 위험성을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경운기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뜻밖의 답을 했다. 이왕 내친 김에 “경운기 운전을 직접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뭐? 직접 운전을 한다고? 아이고, 그건 위험해서 안돼.”

경운기에 내장된 위험성

유 씨와 사용설명서 등에 따르면 경운기는 모든 동작이 손을 통해 이뤄진다. 작동원리는 승용차와 똑같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승용차는 핸들이 조향을 책임진다. 손으로 핸들을 움직이면 방향이 바뀐다. 기어 조정도 대개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있어 변속기를 ‘D’에 놓으면 전진하고 ‘R’에 놓으면 후진한다. 가속, 감속, 멈춤 기능은 모두 발로 할 수 있다. 움직임을 위한 모든 장치가 네 팔다리에 분산돼 있어 위험 상황에 빨리 대처할 수 있다. 이에 견주어 경운기는 모든 조향이 손으로만 이뤄지고 과정도 복잡해 운전이 만만치 않다.

경운기의 작동법을 알려면 변속기에 관해 알아야 한다. 경운기 변속레버는 주변속레버와 부변속레버 둘로 이뤄진다. 주변속레버는 1~3단과 후진으로 구성돼 있다. 부변속레버는 속도의 폭을 조절한다. 부변속레버를 ‘잘게’라고 적힌 왼쪽 부분으로 밀면 주변속레버를 이용해 1~3단과 후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잘게’에 있을 때는 최고속도가 시속 10km를 넘어가지 않는다. 반면 부변속레버를 오른쪽 끝 ‘굵게’에 놓으면 경운기 속도가 상승한다. 최대시속 30km까지 나온다.

▲ 경운기 조작부의 주변속기어와 부변속기어. 주변속기어는 1~3단과 우측 상단으로 움직여 후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랫쪽에 있는 것은 부변속기어다. ‘짧게’와 ‘굵게’를 조정할 수 있으며 각 기능은 고속과 저속을 담당한다. ⓒ 김정산

주변속기어와 부변속기어를 조정해 기어를 넣었다면 손잡이 오른쪽에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밀면 경운기는 움직인다. 이때 액셀러레이터를 급격하게 조작하면 경운기가 급발진하듯 튀어 나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멈춤은 손잡이 왼쪽에 붙어있는 클러치로 조정한다. 클러치는 ‘연결’ ‘끊김’ ‘브레이크’ 세 가지로 나뉜다. 주행 때는 클러치를 ‘연결’에 둔다. 기어를 변경하거나 동력을 끊을 때는 클러치를 ‘끊김’에 둬야 한다. 멈추고 싶을 때는 브레이크에 두면 된다. 트레일러브레이크을 이용해 멈출 수도 있지만 1~2년 사용하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조향이다. 경운기 손잡이 아래 자전거 브레이크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조향을 한다. 오른쪽 레버를 잡으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왼쪽 레버를 잡으면 왼쪽으로 움직인다. 내리막길에서는 조향 방법이 반대로 변한다. 왼쪽 레버를 잡으면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오른쪽 레버를 잡으면 왼쪽으로 향한다. 오랜 기간 경운기를 운전한 사람도 긴장을 놓으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경운기는 작은 부주의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그 흔한 안전벨트도 없으며 의자는 고무호스를 둘러 만들기 때문에 견고하지 않다.

음주운전, 과적, 야간주행…

“농촌에서는 경운기 사고가 제일 많이 난다고, 자칫 실수하면 꼬꾸라져서 머리가 깨져.”

괴산에 오랫동안 살면서 농사를 지은 유희상 씨와 이경철 씨에 따르면 해마다 지역내에서 경운기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유형은 ▲음주운전 ▲과적 ▲야간주행 ▲일반차량 충돌이다.

“그냥 힘드니까 점심 때 식사하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그러지. 술 먹고 운전하다가 졸기도 하고 어디 빠져서 다치고 그러지.”

음주운전은 이동수단의 종류와 무관하게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면 단위 작은 마을에는 단속도 없어 음주 후 경운기를 운전하는 때가 잦다. 현행법상 경운기는 농기구로 분류되며 차량이 아니어서 음주단속도 불가능하다.

▲ 괴산에서 농사를 짓는 유희상(가운데) 씨와 이경철(오른쪽) 씨가 지역내 발생한 경운기 사고와 유형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다. 기자를 직접 경운기에 앉혀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어조작과 경운기 운전법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 김정산

“짐 많이 싣고 가다가 커브 돌면, 경운기보다 뒤가 무거우니까 경운기가 뒤집혀버려 그러면 그냥 죽는거여.”

과적도 문제다. 경운기에 짐을 싣는 공간을 트레일러라고 한다. 경운기가 나아가기 힘들 정도의 무게가 트레일러에 실린 상태에서 주행하면 나아가는 경운기가 트레일러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뒤집힌다. 순식간에 주행자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이 경우 높은 확률로 사망한다. 순발력이 좋은 사람은 경운기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지만 부상을 면할 수는 없다. 경운기 적재중량은 최대 1047.8kg으로 약 1t이다. 하지만 현실은 적합한 적재중량을 잘 모른다. 경운기 매뉴얼에 사고유형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지만 노인들이 읽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인네들이 여기 최소 30년은 넘게 살았으니까 자기들은 길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가로등이 없어도 타고 가는 거야. 앞이 잘 안보이니까 다리에서 떨어지는 거지.”

이경철 씨는 야간주행에서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경운기도 전조등이 있지만 안전한 주행에 부합하는 시야를 넓히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촌에는 가로등이 없는 곳도 빈번해 사고 위험은 더해진다.

“일반 차량이랑 부딪히는 게 제일 위험하지. 그렇게 많이 발생하진 않지만 골목에서 도로로 나가는 길에 달려오는 차량이랑 부딪히고 그래. 그거는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사고 나면 물어줘야 하는 돈이 얼마야? 그게 더 끔찍해.”

이 씨는 경운기가 골목에서 나가는 길에 달려오는 차량과 발생하는 사고가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적한 시골길이기에 빠른 속도로 달려도 된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마을이 있는 국도는 속도를 30~50km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감시카메라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과속방지턱도 없어 과속을 유발하고 있다.

‘안전한 경운기’ 개발 어려워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운기를 개발하고 생산한 대동공업에 따르면 경운기의 조작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동공업에서 생산하는 트랙터의 경우 승용차와 유사하게 발과 다리로 가속과 감속을 하며 핸들로 조향을 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을 경운기에 적용하는 것은 실효성 때문에 무리다.

우선 경운기 가격이 올라간다. 작동방식이 변함에 따라 부품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를테면 엔진의 가속과 감속만으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에서 개별적으로 멈춤 기능을 추가하면, 제동장치, 패드 등 기능에 걸맞은 장비가 추가로 부착되어야 한다.

지역별 조례에 따라 다르지만 경운기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서 사면 트레일러 부착까지 1000만 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 중고로 구매하면 200만 원 미만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1000평 미만 소농의 경우 경운기는 아주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다용도 농기계다. 트랙터는 ‘벤츠 한 대 값’으로 불릴 만큼 비싸다. 소농이 구매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아울러 트랙터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부터 경운기만 사용하던 농민이 트랙터 작동법을 새로 배우고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운기도 추가 장비를 부착하면 크기가 커진다. 경운기의 주역할은 밭을 가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거나 좁은 고랑에서 작업하기도 편리하다. 과거 경운기는 10마력 8마력으로 두 모델이 출시됐다. 하지만 트랙터의 등장으로 경운기 수요가 줄었다. 마을에 트랙터가 한 대 있으면 온 마을이 나눠 쓰는 일도 흔하다.

운전자에게만 책임 묻나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발생한 농기계 사고는 6981건이다. 이 중 경운기 사고는 3769건으로 약 52%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경운기 사고는 사고 유형과 원인을 개별적으로 분류한다. 가장 많은 경운기 사고는 운전부주의로 발생하는데 54%를 차지한다. 과적, 과속 등 안전수칙 불이행이 20.7%로 뒤를 이었다.

운전부주의에는 교통사고, 전도, 추락 등을 포함한다. 교통사고를 운전부주의에 포함하는 것은 사고 원인을 경운기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경운기가 도심을 달리는 일은 드물며 교통사고는 대개 농촌에서 발생한다. 경운기의 경우 순간적인 위기 대응이 불가능해 농촌길을 달리는 차량의 방어운전이 필수적이다. 경운기 운전자의 부주의로 치부하기 어렵다.

안전수칙 불이행에는 경운기 후면 야광 스티커 미부착과 과속이 지적된다. 이 또한 농촌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야광스티커는 농촌에도 가로등 설치가 이뤄지면 해결될 수 있다. 최고속도 시속 30km를 넘기지 못하는 경운기에 과속을 적용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운전자 배려가 사고 줄인다

지난 1월 국토부에서 전국 국도 180개 구간에 ‘마을 주민 보호구간’을 지정했다.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 전방 100m부터 끝나는 지점의 후방 100m까지다. 추후 노면표시, 미끄럼방지 포장, 과속단속 카메라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운기와 승용차 충돌의 경우 마을에서 100m 이상 떨어진 논밭 인근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마을 내부에는 과속방지턱이 있어서 괜찮지만, 마을 조금 지나면 방지턱도 없고 차도 별로 없으니까 빨리 달리는 거죠.”

전북 무주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농업 과목을 담당하는 최준석 교사는 경운기 사고 예방을 위해 마을을 지나가는 차량이 속도를 줄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농촌에 있는 도로는 양 옆에 논밭이 있는 데가 많다. 대개 왕복 2차선이며 도로가 좁아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운기와 부딪힐 위험에 처했을 때 순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번거롭더라도 운전자들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편집 :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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