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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신 기회’ 유기농업이 미래다
[농촌불패]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 참가기 ②
2021년 07월 21일 (수) 21:25:44 김태형 임효진 기자 mump5657@naver.com

지난 6일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단 2조는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농(農)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우리원 농장으로 향했다. 이틀째 쏟아진 폭우로 차창 밖을 내다봐도 벼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긴 논들이 많았다.

   
▲ 폭우로 잠긴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들판. © 박선영

우리원농장은 42년째 유기농업을 실천해 1995년에는 벼 부문 유기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이 정답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양순(65) 우리원푸드 대표는 1996년 전통식품 가공공장을 설립해 발효액, 유기농 장류 등을 생산했다. 우리원농장을 설립한 뒤 2010년 작고한 남편을 풀무원농장 연수생으로 만났다. 결혼 당시 주례사는 ‘하느님 앞에 갈 때까지 바른 농사를 지으며 환경을 보존하고 많은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짓겠다’는 다짐을 받은 것이었다.

세월로 얻은 유기농법 노하우

“우리 논 깨끗하죠? 풀 없죠? 초창기에는 모보다 풀이 더 많았어요. 하루에 논을 다섯 번 매도 가을 되면 벼보다 피가 많았어요. 초창기엔 몰라서 고생 많이 했어요.”

우리원농장은 4500평에서 논농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3만4000평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전 대표는 “4500평 농사지을 때 평생 할 고생 다 했다”며 “지금은 편하게 농사 짓는다고 할 순 없지만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작고한 강 대표는 초창기에 우렁이농법, 오리농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가 침수농법을 발견했다. 모를 이앙한 뒤 논의 물높이를 벼의 두번째 잎 밑까지 맞추는 방식은 초기 잡초를 억제해준다. 전 대표는 “노하우만 터득하면 유기농도 할 만하다”며 “물관리만 잘 해줘도 풀이 안 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원농장은 생태순환농업을 지향한다. 생태순환농업은 농축산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해 농업생태계에서 물질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농업 방식이다. 전 대표는 “땅이 건강해야 농산물이 잘 자란다”며 “수확하고 나면 볏짚을 바닥에 깔아준다”고 말했다. 수확한 뒤 바로 생볏짚을 깔아주고 한 달 뒤에 쌀겨를 뿌리면 자연스럽게 퇴비가 된다.

   
▲ 전 대표는 유기농을 짓기로 결심할 당시 ‘3대가 굶어 죽을 각오’, ‘자식을 무식쟁이로 만들 각오’, ‘미치광이 소리를 들을 각오’를 했다고 한다. © 김태형

“빨대 같이 단단하게 키워서 병충해도 이겨내는 벼를 키워내고 싶습니다.”

우리원농장은 파종 때 포트모판을 사용한다. 강대인 전 대표가 25년 전 일본유기농가에서 사용하는 것을 수입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했다. 전 대표는 “채소든 모든 밀집하면 빈약해진다”며 “포트모를 사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개수를 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원농장은 모판 구멍 하나에 두세 개 볍씨만 심어 발아시킨다. 그래서 우리원농장 논은 초기에는 다른 논과 비교하면 빈약하다. 한 곳에 모를 적게 심어 간격을 넓게 띄어 놓았기 때문이다. 넓은 공간에서 외떡잎 식물인 모는 스스로 새끼를 치는 분열을 한다. 그 결과 추수할 때가 되면 우리원농장 논은 다른 논처럼 빽빽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 우리원농장 논은 포트모판을 사용해 처음 파종을 하고 나면 일반 논과 달리 빽빽하지 않다. © 김태형

생산을 넘어 가공부터 교육까지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6차산업을 권장하지만 (우리는) 30년 전부터 6차산업을 자연스럽게 해왔어요.”

우리원농장은 1차 생산부터 2차 가공, 3차 서비스를 포함한 6차산업을 한다. 직접 생산한 유기농쌀을 가공하고 포장해 유통한다. 작년까지 온라인 식재료 판매업체 마켓컬리와 쌀을 거래하다가 올해부터 그만뒀다. 전 대표는 “판매량이 많아지다 보니 감당이 안 돼서 중단했다”며 “양심적으로 생산하고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원농장은 2011년 전남도 친환경농업관 ‘우리원’을 개관했다. 교육받을 수 있는 강의실과 먹고 잘 수 있는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교육 대상은 일반 농업인, 친환경 농업인, 소비자단체, 청소년 등이다. 농업인 대상으로는 친환경농업, 친환경먹거리, 가공과 유통 등을 교육한다. 전 대표는 “생산자들이 농작물에 막상 병이 오면 농약을 사용하려고 한다”며 “유기농이 환경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서 이웃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면 절대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는 모내기체험, 시설견학, 쌀 가공체험, 쌀피자 만들기 체험 등이 있다. 전 대표는 “농업과 농촌을 향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동시에 농업에 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원농장의 목표라고 밝혔다.

   
▲ 전라남도 친환경농업관 ‘우리원’ 전경. © 김태형

‘6차산업 현장’ 우리원농장

이튿날 비가 그치고 연수단은 농장 견학에 나섰다. 연수생들은 강보리(30) 우리원농장 실장을 따라 먼저 도정시설을 둘러보았다. 벼는 껍질을 벗긴 정도에 따라 다 안 깎으면 현미, 다 깎으면 백미가 된다. 도정 단계에 따라 오분도미, 칠분도미, 구분도미 등이 있다. 도정기 옆에는 쌀을 색깔에 따라 분류하는 색채선별기가 있다. 우리원농장은 녹미, 적미, 흑미 등 색깔 있는 쌀도 생산한다. 강대인 대표는 전국에서 흑미를 최초로 생산했다. 녹미는 녹색쌀인데 우리나라 토종쌀이며 흰쌀보다 단 것이 특징이다. 흑미는 흑향미라는 품종으로 다른 흑미보다 고소한 향이 강하다. 다른 흑미가 쪼갰을 때 속이 하얀 것과 달리 흑향미는 속이 거무스름하다.

우리원농장은 쌀을 직접 포장해 주로 고객과 직거래한다. 5~10월에는 특별히 진공포장 과정을 거친다. 유기농쌀은 영양가가 높아 여름철 습한 날씨에는 바구미라는 검정 쌀벌레가 금방 생기기 때문이다. 쌀은 강대인 대표의 이름과 이미지가 인쇄된 포대에 포장된다. 강보리 실장은 “생산 실명제가 있기 전부터 일찍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 연수생이 포대에 쌀을 받아서 진공포장 기계에 넣는 5kg 쌀 포장을 직접 해보고 있다. © 김태형

연수단은 생산시설을 견학한 뒤 발효액실로 향했다. 우리원농장은 백초액, 산매실, 어성초, 함초액 등 4종류의 발효액을 판매한다. 백초액은 산약초, 과일, 채소 등 100가지를 숙성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원농장은 백초액을 농사에도 활용한다. 백초액을 잎 표면에 직접 살포해주면 벼가 건강해진다. 어성초는 잎에서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발효 과정을 거치면 냄새가 사라진다. 살균효과가 뛰어나 아토피에 좋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장 먼저 자란 풀도 어성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원 친환경농업관 건너편에는 조리체험실습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쌀피자 만들기, 쌀 디저트 만들기, 찰고구마빵 만들기 등 체험이 진행된다. 재료에 사용되는 쌀가루는 우리원농장에서 수확한 유기농쌀이다. 연수단은 이날 찰고구마빵 만들기 체험을 했다. 강보리 실장은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단체 체험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앞으로도 쌀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에 청년 농업인 목소리 필요

   
▲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이 ‘청년 농업인의 삶과 네트워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태형

“요즘에는 청년 농업인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경기권에서 농사짓는다고 하면 나중에 땅값 오르면 팔 거 아니냐고 물어요. 지방에서 농사지으면 땅값 안 오르니까 농사짓는 거면서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말해요. 특히 청년 여성들한테는 외모를 두고 성희롱성 댓글을 달거나 스토킹도 발생해요. 이런 상황이 되니 우리 입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청년 농업인이 스스로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강연을 맡은 강선아(38) 우리원농장 대표는 고 강대인 명인의 맏딸로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농사짓는 횟수보다 서울 가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는 강 대표는 이날도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청년농 활성화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청년농활성화포럼에 토론자로 다녀왔다.

“다양한 분야에 청년 농업인의 목소리가 필요해요. 지금 농촌에 가면 기존 정착민과 새로 온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어요. 같은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생활비를 지원받고 어떤 사람은 못 받아요. 왜 청년들만 지원해주냐는 불만이 나오고, 청년들은 기존 정착민과 갈등을 겪어요. 또 같은 청년 농업인도 창업농과 후계농으로 나뉘죠. 후계농은 부모가 기반을 닦아놨기 때문에 시작점이 달라요. 창업을 한 청년들은 당장 어디서 뭘 먹고 살지부터 걱정해요. 우리는 변화의 기로에 있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강선아 대표는 현 청년농 정책들은 새로 유입된 청년과 기존 농민 사이의 갈등, 창업농과 후계농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가 청년농업인 간 갈등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본인이 후계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부인들 시선에서 봤을 때 나는 금수저였다”며 “후계농들은 좋은 조건에 있으므로 지역사회, 농어촌의 전반적인 문제 해결, 다음 후계농 육성 등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청년 농업인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정책은 ‘유입’에 치중돼 있었다”며 “영농정착 지원이 끊기면 생활이 어려워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단순히 청년 농업인 숫자만 늘어나는 게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를 보완하는 다음 단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거품들이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은 도시와 농촌 이어주는 고리

   
▲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단 2조가 우리원농장 교육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 김태형

“청년농업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 농사도 지어야 하지만 그 외에도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분명 농업은 역사가 있고, 농민들은 그 역사 안에서 최선을 다해 농촌과 토지, 농지를 지켜왔어요. 지금은 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변해요. 청년 농업인은 기존 농업인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 대표는 농업 분야에 종사하길 원하는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확대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청년 농업인은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청년 농업인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국민의 건강과 안전, 먹거리를 지키려면 농업과 농촌은 계속 지속하고 발전돼야 한다”며 “아무리 10년, 20년 뒤에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농촌에 사람이 없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10년째 받아온 유기농 인증 포기

충남 천안시 효덕목장에는 김호기(58) 대표와 그의 아내 이선애(55) 썬러브치즈 대표가 80여 마리 젖소를 기르고 있다. 부부는 1986년 소 네 마리로 축산을 시작한 뒤 2008년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취득하면서 유기농에 관심을 쏟았다. 이듬해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으면서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고 가공했다. 2010년부터는 목장 내 체험장에서 치즈를 생산하고 만드는 썬러브치즈를 운영하면서 낙농체험목장으로 거듭났다.

“소들이 좋은 풀을 먹어야 좋은 우유가 나오기 때문에 풀도 되게 신경 써서 재배합니다. 풀을 편하게 구매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하는 일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고, 또 우리 아이들 미래를 위해 자연환경을 살려주려는 것이니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이선애 대표가 효덕목장 소에게 먹이는 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이선애∙김호기 대표 부부는 소에게 먹일 풀을 직접 농사짓는다. 그들이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를 쓰지 않고 까다로운 검사에 응하면서까지 유기농 풀을 재배하는 이유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2009년부터 매년 받아온 유기농 인증을 포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땅을 임대해 유기농 풀을 재배했는데, 몇 년 동안 퇴비를 줘서 땅을 살려 놔도 땅 주인이 다른 농민에게 빌려줘서 힘들었다”며 유기농 인증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유기농 인증은 포기했지만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풀을 길러 소에게 먹이고 있다”며 “유기농을 하려면 마을 사람들의 힘도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소중함 알리려는 효덕목장

   
▲ 썬러브치즈 이선애 대표(가운데)와 연수생들이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우유 생산, 유가공을 넘어 체험 등으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한 이선애 대표는 2008년부터 한국 목장형 치즈 콘테스트에서 7년 연속 수상한 실력자다. 하지만 이 대표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썬러브치즈 가공장을 설립해 체험 교육을 막 시작할 무렵인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체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체험객들에게 치즈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도 농업과 축산업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녀는 “단순히 체험에 그치지 않고 농업에 관한 가치를 얘기한다”며 “음식을 먹을 때 부모와 농부, 그리고 채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 : 김태형 기자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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