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비대면 시대 제천 ‘문화다방 프로젝트’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 ‘문화의 거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시민을 위한 비대면 문화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본공연은 오후 3시부터이지만 12시 무렵부터 10여 명 넘는 인원이 분주하게 마이크, 카메라 등 여러 가지 무대 공연장치와 영상 송출장비를 준비하는 등 제천시민을 위한 ‘유튜브 라이브 문화다(多)방 프로젝트’ 행사 준비로 땀 흘리고 있었다. 

‘문화다방’은 제천문화재단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활동이 어려워진 지역 문화∙예술인과 ‘코로나 우울’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가들이 유튜브 라이브로 공연을 송출해 비대면 상황에서도 예술가와 시민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지난해에 이어 ‘문화다방’은 올해는 4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진행해 19일 마지막 행사를 치렀다. 

▲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대 뒤편에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송출을 위해 재단 직원 등 많은 이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 김계범

비대면 공연으로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이날 공연에는 힙합 어쿠스틱 여성 2인조 밴드 도리토리와 핑거 기타리스트 김나린이 출연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문화생활이 어렵게 된 지금 공연장이 아닌 집에서도 온라인을 통해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12일, 출연한 김나린 씨가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 김계범

집에서 즐기는 문화∙예술 행사 크게 늘어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오프라인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문화 갈증’을 느끼고 있다. 예술계 역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느라 공연의 형태를 바꿨다.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문화 공연이 늘어난 것이다. K팝 아이돌 그룹 콘서트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뮤지컬 공연 역시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전시 행사도 온라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늘어났고, 지역 문화계 역시 침체를 겪으면서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집계 전 1년간 1인당 비대면 문화∙예술행사 관람 횟수는 25.6회로 그 전 1년간보다 2.6회 늘었다.  

제천문화재단에서는 ‘문화다방’ 말고도 오프라인 전시를 유튜브로 소개해주는 ‘랜선나들이’,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문화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방구석 시리즈’ 등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2020 균형발전혁신네트워크협의회 혁신 사례 공모전’에서는 제천문화재단 촬영·송출팀이 영상미디어센터 장비를 활용해 제작한 비대면 콘텐츠들이 우수상을 받았다. 

▲ 모바일로 본 ‘문화다방’ 유튜브 실시간 공연 화면과 채팅창. 관객들은 실시간으로 공연을 보며 채팅창을 통해 소통한다. © 제천문화재단 유튜브 갈무리

장·단점 뚜렷한 비대면 문화 콘텐츠 

▲ 지난 12일, 문화다방 행사에 출연한 2인조 밴드 도리토리. 왼쪽은 도리, 오른쪽은 객원 보컬로 참여한 루아민 씨. © 김계범

비대면 문화 콘텐츠는 예술가와 관객의 소통에 한계가 있지만 관객들은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예술가들에게는 오프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 12일 ‘문화다방’ 행사에 출연한 밴드 도리토리는 공연 중간에 유튜브 라이브 채팅창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밴드 ‘도리토리’의 도리 씨는 “아무래도 요즘에는 대면 공연보다 비대면 공연이 훨씬 더 많아지고, 비대면 공연을 할 수밖에 없어서 저희도 개인적으로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비대면으로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면 공연보다 시간적인 구애를 좀 덜 받고 대면 공연은 관객분들이 제가 있는 장소로 와 주셔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디서든 접속만 하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눈으로 직접 만나서 하는 소통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제천문화재단 조민지 주임은 “코로나19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는데,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댓글을 통해 매주 유튜브를 라이브로 송출하는 것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공연의 한계에 관해서는 소통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문화다방’ 초기에는 댓글을 남겨준 시민에게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등 이벤트를 통해 소통해보려고 노력했다”면서 “참여하는 시민이 초반보다 늘었고 고정 시청자도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조 주임은 “문화∙예술이라는 게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러 가기까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나가는 등 설렘 같은 것을 동반하는데 비대면으로는 그런 게 아쉽다”고 말했다.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는 오프라인 콘텐츠와 비교해 한계가 있다. 비대면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온라인 문화활동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코로나 끝나도 비대면은 계속된다

제천문화재단뿐 아니라 충북문화재단, 청주시립예술단 등 지역 예술단체들의 비대면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문체부 역시 지난해 비대면 환경에서 지역 문화∙예술가들이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예산을 편성해 17개 시도 광역 문화재단과 함께 지역 맞춤형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을 지원해왔다. 지난 3월에는 비대면 제약을 허물고 새로운 도전을 한 온라인 예술계 현황을 보여주는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성과 공유회’를 열었다. 문체부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원도 늘리고 있다. 

▲ 청주시립예술단이 코로나19 이후 기획한 ‘청주시립교향악단이 집으로 배달하는 예술택배’의 한 장면. © 청주시립예술단 유튜브 갈무리

‘문화다방’ 행사에 출연한 도리 씨는 “지금 잠깐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데 ‘도리토리 TV’라는 방송을 저희끼리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면 공연이 활성화하더라도 이번 활동을 계기로 비대면 공연도 꾸준히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선임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오면서 ICT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하는 상황이 발생해 갑자기 준비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맞이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문화 콘텐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개 오프라인 환경에 익숙한 분들이어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라고 하니 급하게 기획하고 제작은 디지털로 했는데 표현은 오프라인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과도기 상황이어서 온라인 환경에 관한 정확한 이해 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류 선임연구원은 “최근 1년여 간 온라인 콘텐츠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도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이미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반면,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온·오프라인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기술을 가진 사람과 이미 현장에 익숙한 사람 사이 소통과 협업이 코로나 이후 비대면 지역문화∙예술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멀티 프로페셔널한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상황에서 급하게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서 정부에서도 콘텐츠 제작 지원에 머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30~40년 넘도록 지역 축제를 열어도 홈페이지조차 없는 곳도 있는 등 지역 간 편차가 심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역 문화∙예술의 자부심을 말하려면 지난 자료를 모아두는 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농업이슈]와 [농촌불패]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려고 개설한 [지역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주원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