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갈수록 심해지는 ‘먹는 물’ 분쟁, 해결 방안은?

조용했던 농촌 마을에 ‘먹는 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 생활하다 보면 도시에서와는 다른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시골 마을에는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먹는 물’ 부족으로 인한 분쟁이 많이 생긴다.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춧돌이었던 베이비 붐 세대의 귀농·귀촌이 급격히 증가하고 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한 마을은 45가구 가운데 절반이 귀농·귀촌인일 정도로 그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물 부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먹는 물 보급률, 어느 정도일까?

지난 1월 환경부 ‘국가 상수도 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인구 대비 99.3%이다. 충북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 수자원공사 등이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보급률은 92.2%다. 광역 상수도가 없는 농촌 마을에는 ‘마을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이 있다. 먹는 물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마을에 지자체에서 시설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급수시설이다.

▲ 농촌이나 산촌에 설치된 ‘소규모 급수시설’. © 최영길

‘수도법 시행령’은 100명 이상 2천5백 명 이내의 주민에게 정수를 공급하는 일반수도를 ‘마을상수도’라 부르고, 주민이 공동으로 설치·관리하는 급수인구 100명 미만이거나 1일 공급량 20㎥ 미만인 급수시설을 ‘공동급수시설’이라고 부른다.

주민 간 분쟁을 떠나 법적 공방까지

물 부족으로 인한 분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2018년 8월 경북 봉화에서는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던 70대 남성 귀농인이 상수도 문제로 이웃 주민과 갈등을 빚다 결국 상대방 주민은 물론 민원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던 공무원에게 엽총을 난사해 총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담양군의 한 전원마을에서도 마을상수도 설치 문제를 놓고 공유토지 기부 체납과 관련한 법적 분쟁 등으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사례가 있다. 지자체들의 인구 늘리기 정책 등으로 농촌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사이에 물을 둘러싼 분쟁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을 이름을 밝히는 것에는 조심스럽다는 충북의 한 50대 남성은 20여 년 전 농촌 마을에 단독주택을 신축한 후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마을발전기금 100만 원을 이장에게 건넸다. 지난달 충북의 한 농촌 마을에 집을 구입해 이사한 이주민도 마을 이장으로부터 150만 원을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 이주민의 공통점은 먹는 물이 해결되지 않아 이장과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광역상수도가 없는 지역에서 일부 귀농인들이 개인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해 인허가를 지자체에 신청하면서 기존에 지하수를 사용하던 원주민들이 반발하는 사례도 많다. 인근 지역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면 지하 수맥에 영향을 줘 기존에 지하수를 이용하던 주민들이 물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자체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현행 지하수법은 가정용 등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지하수 개발과 이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수도법 제2조 1항은 “국가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수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시책을 강구하며 수도사업자에 대한 기술 지원 및 재정 지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물을 공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자체의 발 빠른 조치가 분쟁 해결의 열쇠

물 부족으로 마을 분위기가 흉흉했던 충북 단양군 천동리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 마을은 여름 휴가철에 계곡을 찾아 피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숙박객들의 폭발적인 증가로 매년 물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잦았다. 원래 소규모급수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물 부족이 지속되자 단양군에서 ‘광역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한 배관 설치까지 마친 상태다. 마을 주민 가운데 소규모급수시설 사용자의 80% 이상이 찬성하면 기존 시설을 폐쇄하고 사계절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광역상수도로 전환하게 된다.

이 마을 이장 정성태(55) 씨는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있었는데, 지자체가 빨리 중재해 물 관리를 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부러워하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먹는 물로 인한 주민 간 분쟁을 해결한 단양군 사례처럼 ‘먹는 물’과 같은 문제에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 충북 단양군 곳곳에 설치된 마을상수도와 소규모급수시설 현황. 단양군청에서 상수도 현황 자료를 제공받아 <구글> 지도 위에 위치를 표시했다. © 구글 지도

읍·면 단위까지 따져서 지자체 가운데 급수 보급률 100%로 물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충북 단양군의 '마을상수도'와 '소규모급수시설' 현황을 보면,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단양군에는 마을상수도 8개소, 소규모급수시설 145개소, 전용 상수도 시설 1개소가 있다. 광역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군 예산으로 관정을 설치해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도시에서 물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겐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안정적인 물 공급은 생각보다 큰 문제다. 짧게라도 수돗물이 끊어지는 일이 생기면 여러 가지 난처한 일이 생긴다. 국민 개개인이 물을 절약하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는 물 부족 현상을 방지할 수 없다. 지자체들도 무조건 귀농, 귀촌 인구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농촌 인구가 늘어날수록 지자체가 먹는 물 문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마을 공동체가 물 때문에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편집 :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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