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연금 개혁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위한 3대 개혁과제로 노동, 교육과 함께 연금 개혁을 내세웠습니다.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을 계속 운용한다면 곧 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도 변화 없이 국민연금을 유지할 경우, 1990년생이 65세가 되어 연금 급여를 받기 시작하는 2055년부터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5년 전의 재정추계보다 2년 앞당겨진 것입니다. 국민연금 소진 시점이 빨라진 이유는 무엇이고 연금 기금 고갈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진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입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지난해 5156만 명에서 2060년 3750만~4800만 명 사이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찍은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18%에서 2060년 42~4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이는 미래에 보험료를 부담할 노동 인구가 줄고 부양할 노인이 크게 는다는 뜻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일하는 동안 매달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부하면(보험료율 9%), 은퇴한 뒤에는 일할 때 벌던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는 구조(소득대체율 40%)입니다. 그런데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으로부터 5년 뒤인 2060년의 근로 세대(1996~2037년 출생)가 소득대체율 40%에 해당하는 연금 급여를 받으려면, 월 소득의 30%를 보험료로 내야 합니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모수 개혁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연금수급연령 등의 요소를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조 개혁은 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의 역할을 연계하거나 국민연금 급여구조에서 소득재분배 비중을 바꾸게 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해 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로 꾸려진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의원들이 입법에 참고하도록 올해 1월까지 연금 개혁 방안에 관한 보고서 초안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논의에 집중해 왔습니다.
논의의 두 축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정입니다. 자문위원들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50%까지 높여 국민연금을 더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자는 ‘소득보장론자’들은 보험률을 9~12%까지만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올리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노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9.8%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 국가 가운데 1위입니다. 빈곤 상태에 있는 노인들의 생활 보장이 시급한 상황이죠.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재정안정론자’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40%로 두고, 보험료율만 지금의 9%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15%로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주장합니다. 현세대의 보험료를 올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죠. 또 이들은 소득대체율 인상만으로는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국민연금은 그 구조의 특성상 소득이 높고 오랜 기간 가입한 고소득층이 많은 연금 급여를 받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소득자뿐만 아니라 고소득자도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더 많이 받는 지금의 상황은 미래 세대에게 공평하지 않으니, 지금보다 소득대체율을 더 높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양쪽 주장을 바탕으로 자문위는 최종 논의를 통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거나, 50%로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8일 국회의 연금특위 소속 의원들이 모수 개혁 대신 구조 개혁부터 하자고 주문하면서 논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을 아울러 노후보장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입장에 대해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문위의 논의 내용이 보도된 뒤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선거를 앞둔 국회의원들이 이를 조정·협의하는 대신, 연금 개혁 문제를 통째로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입니다. 개혁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10월로 예정된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금 개혁,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주의 시사맥(脈), 연금 개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