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목록 ( 총 : 16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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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지나가고
지난 3월 23일 산림청 남부지방청 영주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이재성은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 막내인 그는 이번 산불 진화가 처음으로 끄는 큰불이었다. 지난 3월 23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재성 씨의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초미세먼지가 포함된 산불 연기를 마셨고, 25kg의 장비를 메고 하루에도 네 번씩 산을 오르내렸다.28일 새벽 1시, 경북 안동, 의성, 영양, 영덕, 청송에 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1mm 안팎으로 적었지만, 이 비가 산불 진화 속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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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으로 버티는 산불 진화
지난 3월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된 산림청 남부지방청 영주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이재성은 25일 또다시 경북 의성 산불 현장으로 향했다. 이날 진화는 순탄치 않았다. 거센 바람을 타고 산불이 빠르게 번지면서 진화대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았다. 오후 5시 50분, 마을 주민들과 진화대원들은 번지는 불길을 남겨두고 대피했다.오후 6시 30분쯤 의성지휘본부로 후퇴한 영주국유림관리소 진화대원들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뉴스에서는 산불이 의성을 넘어 안동과 청송,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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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의 그늘에 볕이 들려면
는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각, 청각, 발달, 지체 장애 유권자의 선거 참여 과정을 취재했다. 장애인이 선거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1· 2편에서 다뤘는데, 3편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도 장애인이 투표소에서 겪는 문제를 보도한다.장애인은 모르는 특수 기표 용구이수미(63) 씨는 지체 장애인이다. 4살 때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고, 양손이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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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에서 죄인이 된 사람들
지난 1편과 2편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정보를 얻기 어려운 장애인의 현실을 짚었다. 그러나 더 큰 어려움은 투표 당일 시작된다. 는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 5월 29일, 발달장애인 박연지(33) 씨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투표율은 19.58%로 역대 최고치였다. 박연지 씨도 투표를 위해 집을 나섰다. 그가 먼저 찾은 곳은 투표소가 아닌 서울 광화문 광장이었다. 지적장애인이자 뇌병변장애인인 그는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플퍼스트센터’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박 씨는 동료 20여 명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쉬운 공약집 제작’과 ‘쉬운 투표용지 제작’, ‘투표보조 보장’ 등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50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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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걸린 후퇴
지난 3월 23일, 산림청 남부지방청 영주국유림관리소의 특수진화대원 이재성은 경북 의성 산불에 투입됐다. 2024년 1월부터 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한 재성 씨가 처음 겪는 큰불이었다. 24시간 넘게 산불과 사투를 벌인 재성 씨는 3월 24일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잠을 청했다.2025년 3월 24일, 오후 1시, 경북 영주그 잠조차 오래 가지 못했다. 낮 12시 14분, 잠든 지 한 시간 만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산불 신고 문자였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산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살펴보니,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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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선거 정보를 통역해주세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지난 1편에서 짚었다. 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상황은 어떨까? 이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부족한 통역 인력 탓에 후보자 TV 토론회를 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마련된 대안은 ‘유료’ 채널이었다. 발달장애인은 후보자의 배려 없이는 선거 정보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장애인은 장애 정책만 알면 된다’라는 편견도 존재했다. 그럴듯해 보이는 제도 이면에 있는 차별이 이들을 조용히 배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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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방법 대신 간편한 방법 택한 대선 후보들
지난달 3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보장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35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헌법적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장애인 유권자들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20대 대선 당시 장애인 투표율은 82.1%였다. 언뜻 보기에 높아 보이지만, 조사 대상은 8000명에 불과했다. 현재 장애 유권자 수는 253만 명으로 추정된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5일 와 통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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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첫 출동
지난 3월 22일부터 3월 30일까지 이어진 경북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10만 헥타르(ha)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고, 1조 1306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도 컸다. 3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는 그 최악의 산불을 꺼야 했다. 산림청 남부지방청 영주국유림관리소 이재성 대원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스물여섯 살의 그는 경북 산불 진화에 투입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가운데 막내였다. 그가 보고 듣고 겪은 경북 산불 현장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2025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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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지막 보루가 흔들린다
구약성서에서 선지자 엘리야는 광야에서 마지막 도피처로 로뎀나무를 찾았다. 성경에서 ‘로뎀나무’는 지친 자들을 위한 그늘로 쉼과 안식의 상징이다. 6호 시설인 로뎀 학교에 오는 이들은 가정 또는 학교에서 상처받고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해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이다.로뎀 학교는 그들을 교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6호 시설에 입소하는 소년들 가운데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잖아도 쓸 곳이 많은데 예산은 갈수록 빠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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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강제 멈춤’ 막거나 보상하라
전라남도 해남군 산이면에서 990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최문규(73) 씨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5분쯤 한국전력(한전) 광주전남본부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금일 11시부터 13시까지 전력거래소의 지시로 출력제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기 생산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내려졌다는 말에 최 씨는 곧장 발전소의 인버터를 확인했다. 인버터는 태양광 모듈에서 만들어진 직류(DC) 전기를 소비자가 사용하는 교류(AC)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인데, 최 씨 발전소의 인버터는 출력량 제로(O)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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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도지사 때 계곡 불법시설물 강제철거는 5곳, 1% 미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청정계곡 도민환원 추진 사업을 언급하며, 강제철거는 5~6곳으로,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라북도 군산시 유세 현장에서 “거기(경기도 계곡)가 불법시설물이 1700개인가 1800개인가 이랬었다는데, 제가 강제철거 한 곳은 다섯 군데인가, 여섯 군데밖에 안 돼요. 1%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철거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과 21일 각각 군산,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이 사업이 도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낸 성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0월 8일 ‘청정계곡 도민환원 추진 사업’의 성과를 발표했을 때는 위반 업소 1596개소 중 강제철거가 50곳이었다. 이 후보가 주요 행정 성과로 내세우는 이 사업이 6·3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후보의 발언으로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민들의 자발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책 실행 결과가 왜곡되거나 과장된 것은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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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근로기준법 적용받지 않는 노동자 1500만?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받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4일 권영국 후보는 시사토크 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의 의미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모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일반 사업자처럼 돼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숫자가 15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활동인구는 약 3000만 명으로, 권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노동 인구 절반이 근로기준법 밖에 있다는 뜻이다. 권 후보가 주장하는 근로기준법 확대가 추진되려면 그에 앞서 명확한 적용 대상과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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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실직자를 공공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에는 국내에서 설비용량이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지난 10일 방갈리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쪽을 바라보자, 높고 흰 원통형 굴뚝 7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서해의 아름다운 갯벌과 사구(모래언덕) 등이 있어 197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바닷가에는 1996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가 들어섰고 2017년 10호기까지 건설돼 최대 61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화력발전은 2023년 기준 국내 발전량의 31.4%를 차지하는데,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38년 10.1%까지 비중이 줄어든다. 대신 원자력이 35.2%,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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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노동개혁으로 36년 만에 노동손실일수 최소?
지난달 26일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국민의힘 2차 경선 4강 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노동부 장관 시절 노동 개혁 성과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36년 만에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 손실 일수가 가장 줄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노동 인사 출신인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노사법치주의와 노동손실일수 증감 여부의 상관관계를 근거로 노동 정책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 후보 발언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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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무뎌지고 중독되는 소년들
열일곱 근혁의 부모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싸웠다. 싸움 도중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적도 많다. 근혁도 아버지에게 자주 맞았다. 이유는 없었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또 갑자기 와선 때렸다”고 근혁은 말했다. 참다못한 근혁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는 집도, 버는 돈도 아버지의 것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근혁과 어머니는 힘을 잃었다.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근혁은 집을 나왔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같은 집에 사는 게 싫었다. 무턱대고 감행한 첫 가출은 일주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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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먹방’ 대신 위태로운 노점상 삶에 관심을
민가를 휩쓴 산불, 열사병을 부른 폭염, 반지하방을 덮친 홍수.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기후 대응은 국민의 생존과 경제적 안정을 좌우할 시대적 과제가 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 출범할 정부는 과연 이런 과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는 기후 대응에 삶이 좌우되는 대표적 시민들을 ‘기후유권자’로 보고, 이들이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것을 지상 중계한다. 기후재난의 최전선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사람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 지속 가능한 에너지전환을 위해 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나눠 전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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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대표 때 2030 여성 국힘 지지율 1위?
시사IN이 2022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20대 여성의 감정온도는 16.7도로, 동년배 남성(46.4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이 후보는 대표 시절, 20대 여성이 아젠다 형성에 뒤처지며 정치적 요구가 추상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2.01.20. 오마이뉴스) 이 같은 이유로 이준석 후보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지난 4월 9일 대구에서 열린 첫 유세 이후, 그는 언론사를 상대로 이 같은 인식에 대해 해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젊은 여성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득표율 면에서는 여성들이 득표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던 시기에 지난 10년 사이 2030 여성의 당지지율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의 발언인만큼 이 후보 발언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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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둘, 장발장 하나
충청북도 제천시 송학면 오미리에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제천 시내를 지나 차를 타고 굽은 산길을 30분을 달리면, 허허벌판 같은 논밭 사이로 작은 운동장과 붙어 있는 3층 건물 2개가 눈에 띈다. 충청권 내 유일한 6호 시설, 로뎀청소년학교(이하 ‘로뎀 학교’)다. 이곳에서 지내는 학생 모두 소년보호재판에서 6호 처분을 받았다. 6호 처분을 받는 소년범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비행이 반복될 위험성이 큰 경우, 과거에 4·5호 처분을 받고도 재범을 저지른 경우, 그 죄가 소년원에 송치될 만큼 무겁지 않은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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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만난 둥지
지난 1월 10일, 다솜고 강당에서 1, 2학년 재학생들이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회로 나간다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3학년 선배들과 달리, 재학생에겐 그런 걱정이 아직 깊지 않다. 졸업식이 끝나고 올해 3학년이 되는 설비과 장모세스친케레석천(장모세·17)은 강당을 돌아다니며 친하게 지냈던 졸업생들을 축하했다. 마찬가지로 3학년이 된 기계과 샥조다(20)는 카메라로 졸업생들의 단체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에게도 고등학교 졸업이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나이지리아 출신 장모세는 15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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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했어도 정착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12월 30일 충남에 있는 한 편의점 앞에 물류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편의점에서 직원이 나왔다. 열네 살 때 필리핀에서 이민 온 김민호(가명·25)였다. 그는 트럭에 실린 물건을 편의점 안에 있는 매대 위로 옮겼다. 일을 마친 뒤에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노트북을 들여다봤다. 화면에 그의 이력서가 띄워져 있었다. 특수용접기능사, ITQ 한글과 파워포인트, TOPIK 한국어능력시험 등이 자격·면허 칸에 빼곡했다.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교육 과정인 KIIP 사회통합프로그램도 수료한 지 오래였다. 이력서 아래에는 쓰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