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제25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예비언론인캠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이 주최하는 제25기 예비언론인캠프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제천시 세명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해 진행하던 캠프가 온전히 대면수업으로 열린 건 3년 만이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예비언론인 캠프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언론의 역할, 취재보도윤리, 제작론, 탐사보도, 저널리즘 글쓰기 등 언론인 출신 교수 및 현직 언론인의 강의를 듣고, 밤에는 저널리즘대학원 재학생들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이번 캠프는 삼성언론재단이 후원했다.

저널리즘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은 개소식에서 이번 캠프에는 언론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제 원장은 “언론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관한 근본적 주제부터 어떻게 하면 언론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에 관한 실용적인 주제까지 들을 수 있다”라며 “이번 캠프를 통해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1층 강의실에서 예비언론인캠프 개소식이 진행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1층 강의실에서 예비언론인캠프 개소식이 진행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경향신문> <국민일보> 출신인 제 원장은 개소식에 이은 첫 강의 ‘디지털혁명 시대 언론의 역할’에서 팬데믹, 기후위기, 전쟁 등 전례 없는 재난으로 삶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제 원장은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한 예시로 미국 극우언론 <폭스뉴스>의 코로나 보도를 들었다. 당시 <폭스뉴스>는 ‘마스크는 안 써도 된다’, ‘최악의 코로나에 걸려도 독감(flu)에 걸린 수준이다’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제 원장은 “평소 보는 앵커와 기자가 나와서 코로나는 괜찮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방역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라며 “미국에서 인구의 1/3이 코로나에 걸리고, 1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배경에는 언론의 왜곡보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실보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심석태 교수는 ‘언론인이 꼭 알아야 할 윤리기준’에서 언론윤리를 알아야 기자로서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일반인, 취재원, 정치 팬덤 등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안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자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보도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실성인데, 사실보도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정말 민감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실을 보도하면 신상이 털리고 댓글이 도배되고 협박 전화도 받는 세상”이라며 “사실보도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시사교양과 다큐멘터리 제작론’강의에서 <KBS> 출신 박정용 교수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다큐멘터리에도 PD의 창의성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다큐멘터리의 본령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다큐멘터리는 제작자가 발제·선택·조립한 세계를 보여주는 ‘재현’의 과정이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뛰어난 PD는 세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모든 영상물에는 제작자의 의도가 녹아있기 때문에, 현실을 왜곡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조언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제정임‧심석태‧박정용‧안수찬 교수가 예비언론인캠프에서 강의하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제정임‧심석태‧박정용‧안수찬 교수가 예비언론인캠프에서 강의하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한겨레> 출신 안수찬 교수는 ‘언론인의 입사과정’을 소개했다. 안 교수는 언론사가 채용 과정에서 확인하려는 건 지원자의 ‘취재보도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보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근성이 필요하다’며 “언론사가 논술시험에서 최근 현안을 물어보는 건 그 문제를 진정 나의 문제로 생각하고 끝까지 고민해 본 근성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자‧PD를 꿈꾸면서도,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직접 취재하고 보도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놀고 먹고 즐기고 공부하고

첫째 날 강의가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은 세명대 문화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관은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사용하는 건물이다. 캠프 참가자들은 기수방, 강의실, 단비서재 등 재학생이 생활하는 공간을 함께 살펴보고, 1층 강의실에서 ‘사귐의 시간’을 보냈다. 재학생들이 준비한 게임을 즐기며 참가생과 교수진은 치킨과 맥주를 나눠 먹었다.

캠프 참가자들이 ‘사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캠프 참가자들이 ‘사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둘째 날 강의는 제정임 원장의 ‘시사현안 집중토론’으로 시작됐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주제로 토론식 강의가 진행됐다. 제 원장은 토론에 앞서 “언론인이 시사현안을 알아야 정확한 문제제기와 시의성 있는 기획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찬반을 나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 원장은 강의를 마무리하며 “토론은 쟁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게 좋다”라며 “독서실에서 홀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스터디를 꾸려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심석태 교수는 ‘방송보도의 최신 흐름’ 강의에서 영상뉴스의 힘은 현장성과 실시간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게 영상의 강점이라는 의미다. 심 교수는 최근 방송보도 역시 영상뉴스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루 1곳 이상의 현장을 연결하자는 게 방송사의 주된 흐름”이라며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방송을 잘하고, 영상에 출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예비언론인캠프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목은수 기자
예비언론인캠프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목은수 기자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

점심 식사 후, <뉴스타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진 특임교수의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강의가 열렸다. 김 교수는 ‘제임스 어코인’(james L.Aucoin)을 인용해 탐사보도는 “사회개혁을 위해, 기자의 직접 조사로, 누군가가 감추고자 하는 중요한 공공이슈에 대한 정보를 폭로하는 언론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는 “탐사보도에는 사회개혁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비영리 독립언론의 창업을 돕는 뉴스타파 프로젝트 ‘뉴스쿨’을 소개했다. 그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 ‘독립언론을 시작할 수도 있다’며 “상상력을 더 발휘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수찬 교수는 ‘언론사 입사를 위한 논술과 작문’ 강의에서 글을 쓸 때 필요한 고민은 ‘어떻게 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글의 70~80%가 결정된다”라며 “글이 안 써진다면 글의 재료인 지식과 경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콘텐츠를 그저 즐기는 사람이 수용자라면, 그 콘텐츠를 나의 것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산자”라며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골라보고, 좋은 기사를 분해하고 분석해 보는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MBC> PD 출신인 김민식 특임교수가 ‘예능‧드라마 PD의 세계’라는 주제로 캠프의 마지막 강의를 맡았다. 김 교수는 “예능PD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드라마PD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예능에서 누군가 주목받았다면, 그 뒤에는 그 사람의 매력을 알아본 예능PD가 있다고 설명했다. PD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들의 매력을 고민하고, 그 매력이 캐릭터로 살아나야 비로소 좋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조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 노력하다 보니, 다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야 차별화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세명대저널리즘대학원의 특임교수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김민식 전 MBC PD가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세명대저널리즘대학원의 특임교수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김민식 전 MBC PD가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목은수 박시몬 기자

언론인이 되는 길을 알려주는 곳

저녁 식사 시간에는 교수님과 함께하는 분반 간 대화 시간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식사를 하며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담당 교수에게 물었다. 뒤이어 캠프를 마무리하는 수료식이 열렸다. 제 원장은 수료식에서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과 우리는 사제지간이 됐다”라며 “언제든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고민을 풀어내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단상에 올라 수료증을 받은 뒤 1박2일 일정의 캠프는 모두 마무리됐다.

캠프에 참가한 전소연(28)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무겁게 돌아가게 됐다”며 “막연하게 스터디만 하다가 회의감을 느꼈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태은(25) 씨는 “사전에 배부받은 자료의 구성과 질이 좋았다"며 “냉철한 제언에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김대선(24) 씨는 “과거에 무엇을 놓쳤고, 보완했어야 하는지 깨닫게 됐다”며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수료증을 받고 기뻐하는 참가자들. 박시몬 기자
수료증을 받고 기뻐하는 참가자들. 박시몬 기자

매년 한 차례 예비언론인캠프를 열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은 2008년 개교 후 기자·PD 등 300여 명을 배출한 언론인의 산실로, 비영리 독립매체 <단비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숙식을 무료 제공하며 기금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제도를 갖추고 있다. 오는 7월 3일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2023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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