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품질로 평가받겠다는 권동현 세명대 총장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동현 총장(가운데)을 비롯한 세명대학교 교수들이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현숙 광고홍보학과 교수, 두경일 입학관리본부장, 권 총장, 김호현 부총장, 제정임 저널리즘대학원장. 조벼리 기자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동현 총장(가운데)을 비롯한 세명대학교 교수들이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현숙 광고홍보학과 교수, 두경일 입학관리본부장, 권 총장, 김호현 부총장, 제정임 저널리즘대학원장. 조벼리 기자

세명대학교가 국내 대학 최초로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도입한다. 2024학년도부터 입학 후 교육 불만족으로 자퇴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으로 등록금 일부를 환급한 대학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입학 후 자퇴하는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환불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세명대가 처음이다. KBS, MBC, SBS, <연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은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면서 이를 크게 보도했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등록금 책임환불제’의 취지와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단비뉴스>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27일에는 권 총장과 따로 만나 추가 인터뷰했다. 이틀에 걸친 인터뷰를 아래에 재구성했다.

- 국내 최초로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학의 본질은 캠퍼스의 주소가 아니라 교육의 수준과 품질이다. 그런데 학령 인구의 감소로 지역 대학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국가균형발전에도 부정적 역할을 한다. 본질적으로 대학은 ‘수도권과의 거리’가 아닌 ‘교육의 질’로 평가받고 선택되어야 한다. 각 지역의 대학에는 학생의 지적 성장과 잠재력 실현을 위해 힘을 쏟는 교수들이 있다. 그 점에 있어 특히 세명대는 어느 대학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교육의 품질을 높여 온 우리의 노력이 지역 대학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도입해 세명대 교육의 높은 품질을 알리고 싶었다.”

- 세명대는 이미 ‘대학 등록금 반환 규정’을 갖추고 있다. 기존 규정과 비교해 이번에 도입한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무엇이 다른가.

“현재 규정에는 학기 개시일로부터 30일이 지나면 등록금의 3분의 2만 환불한다. 60일이 지나면 절반을 환불하고, 90일이 지나면 아예 반환해주지 않는다. 이번에 발표한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입학 일수와 상관없이 전액 환불을 하겠다는 것이다.”

권동현 세명대 총장이 지난 27일 단비뉴스와 만나 등록금 책임환불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연 기자
권동현 세명대 총장이 지난 27일 단비뉴스와 만나 등록금 책임환불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연 기자

세명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말고사 종료일 전까지 자퇴를 신청하면 별도의 증빙 자료 없이 해당 학기 등록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다만, 국가장학금 등을 제외하고 학생 본인이 납부한 등록금을 기준으로 돌려준다.

- 재수하여 다른 대학으로 가겠다거나, 편입하는 등의 이유로 자퇴해도 등록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것인가.

“그게 등록금 책임환불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 부담이다. 편입하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은 학생들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까지 포용하는 게 교육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명대에 있는 동안 세명대 학생으로 대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도록 안내하는 것, 그런 진심을 담아 학생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게 교육자의 의무다. 그 진심을 보고 다른 학교에 가지 않을 수도 있겠고, 결국 (세명대에서) 이탈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안내할 것이다.”

- 이 제도를 통해 신입생 모집이 좀 더 원활해질 것으로 보나.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신입생 모집을 위한 단기 대책이 아니다. 내년 1년 동안 운영한 뒤, 필요한 대목을 더 보완하고, 그 적용 대상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저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역적 한계를 교육의 품질 향상으로 극복하자는 거다.”

KBS, SBS,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사가 세명대의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김호현 세명대 부총장(왼쪽)이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설명하는 모습.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SBS,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사가 세명대의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김호현 세명대 부총장(왼쪽)이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설명하는 모습. KBS 방송화면 갈무리

26일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호현 부총장은 평균 자퇴생 비율이 연간 4.1%인 것을 감안할 때 ‘등록금 책임환불제’ 시행 이후 해마다 환불할 금액이 약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발생할 재정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없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김호현 부총장은 “수험생 감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학교 재정을 오래 전부터 안정적으로 운용해왔다. (다소 재정 부담이 생기더라도) 학생 장학금과 교육비 환원율 등 직접적인 교육 비용은 줄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이 대목을 다시 확인했다.

- 이 제도를 계속 시행하려면, 재정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계획인가.

“아시아 최대 운수회사인 ‘KD운송그룹’이 학교 재단을 만들어 세명대를 돕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대학보다 재정적으로 탄탄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글로컬대학30’ 등 정부의 대학 지원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 지역 대학을 선별해 집중지원하겠다는 ‘글로컬대학30’이 실제로는 지역 국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만 늘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역에 있는 사립대 입장에서 보자면, (정부 지원을 받기에) 쉽지 않은 정책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글로컬대학30’ 선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대학 혁신’의 예시를 보면, 대학 간 통합이 있다. 그런데 사립대는 대학마다 재단이 달라 통폐합이 쉽지 않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명대는 혁신의 의지를 갖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글로컬대학30’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30개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현재 방침을 개선하여, 그 지원 대학을 더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학교 기업’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방제품을 판매하는 ‘세명네이처’ 등 이미 만들어진 학교 기업도 있다. 이를 확대하는 것도 재정 확보와 관련된 것인가.

“학교 기업이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세명대의 교육 철학인 ‘학생 경험 교육’을 강화할 현장이자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 기업이 중요하다. 산업체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학교 기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진정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재정적 수익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경험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확대하는 차원에서 각 학과당 하나씩 학교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다.”

세명대학교는 ‘재미있는 경험 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현장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 캠퍼스 정문. 세명대 제공
세명대학교는 ‘재미있는 경험 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현장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 캠퍼스 정문. 세명대 제공

지리적 위치가 아닌 교육의 품질을 통해 평가받겠다는 권 총장은 세명대가 펼쳐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세명대가 내건 ‘경험 중심 교육’의 뼈대는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경험을 통해 익히고 배우되, 이 모든 과정을 일대일로 코칭받으면서 치른다는 점에 있다.

- 교육의 품질로 평가받겠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

“우선, 입학 직전 예비 과정인 ‘꿈설계학기’를 통해 대학 생활과 진로를 모색한다. 그리고 ‘책임지도교수’를 배정해 모든 학생이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이와 별개로 진로 설계를 위한 교과목을 입학 직후부터 수강하면서 학기당 2회씩 전문적 면담을 받을 수 있다. 학교 생활이나 진로와 관련해 겪는 개인적 고민은 ‘참경험상담센터’의 전문 상담가와 상의하여 도움을 받는다.”

그밖에도 ‘1842커뮤니티’를 통해 방과 후 다양한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조직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학생으로만 구성된 ‘13개 학생위원회’에서 학교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배정받아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등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권 총장은 소개했다. 50종의 장학제도와 3,32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등 다양한 복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 교육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세명대가 어떤 평가를 받길 기대하는가.

“입학을 앞둔 학부모와 상담 전화를 하다 보면, 다들 ‘서울과의 거리’를 물어본다. 학교 위치가 서울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멀리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세명대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그 품질을 믿는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찾아 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 <단비뉴스>를 운영하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은 언론인을 지망하는 전국의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언론계에 진출한다. 이런 시스템을 학부 쪽에도 도입해서 대학 전체의 전국적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권동현 총장은 1979년생이다. 전국 대학을 통틀어 몇 명 되지 않는 ‘40대 총장’이다. 2022년 3월, 세명대학교 10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남다른 목표와 지향을 제시했다. ‘젊은 생각, 젊은 대학, 그리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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