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재학중 입사해버린 기자·피디의 세저리 이야기

세명대저널리즘대학원(이하 세저리)이 2024년 3월 입학할 17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원서는 12월 26일부터 1월 5일 오후 5시까지 받는다.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2008년 3월에 개교한 세저리는 지난 15년여 동안 270여 명의 언론인을 배출했다.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강현주 KBS제주총국 PD, 김태연 <한국일보> 기자, 윤준호 <세계일보> 기자, 이성현 EBS PD, 이주연 전주MBC 기자, 조성우 <국제신문> 기자 (가나다순) 등 모두 6명의 세저리 출신 현직 언론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세저리 졸업 이전에 입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태연, 이주연, 조성우 기자는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교 교수와 함께 지난달 25일 줌(ZOOM)에서 만나 이야기했다. 강현주, 이성현 PD와 윤준호 기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세저리를 한데 묶어 재구성했다.

우리는 모두 세저리!

안수찬 교수(이하 안수찬): 세저리에 왜 입학하게 되었는지, 또는 왜 세저리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이주연 기자(이하 이주연): 언론고시 준비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KBS에서 작가로 일했어요. 일하면서 언시를 동시에 준비하니까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주변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가 많이 없다는 점도 힘들었죠. 언론고시 준비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하루 종일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학 원서를 냈어요.

김태연 기자(이하 김태연): 본격적으로 언시 준비를 시작한 건 작년 10월이었는데, 기자라는 직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취재 실무 경험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거든요. <단비뉴스>에서 아이템 발제부터 실무까지 경험하고 싶어서 대학원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1월 25일, 줌(ZOOM)에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의 좌담이 열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교수, 최은주 단비뉴스 기자, 김태연 한국일보 기자, 조성우 국제신문 기자, 이주연 전주MBC 기자다. 최은주 기자
지난 11월 25일, 줌(ZOOM)에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의 좌담이 열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교수, 최은주 단비뉴스 기자, 김태연 한국일보 기자, 조성우 국제신문 기자, 이주연 전주MBC 기자다. 최은주 기자

강현주 PD(이하 강현주): 입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1년 여름에 세저리가 주최한 ‘예비언론인캠프’를 들었어요. 당시 ‘초심자의 행운’으로 KBS 면접을 앞두고 있었죠. 하지만 준비돼 있지 않은 초심자를 합격시켜 주진 않더라고요. 1년간 스터디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서류 합격률은 높아졌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때 아랑에 올라온 세저리 홍보 글을 보고 안수찬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교수님과 대화를 통해 세저리 공부가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윤준호 기자(이하 윤준호): 2021년 한 해 동안 혼자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서류와 필기시험까지는 통과했는데 번번이 면접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어느 언론사 실무전형 면접에서 이야기를 잘하는 지원자를 봤습니다. 언변이 좋다기보다는 경험이 많다 보니 말을 잘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세저리에서 공부했더라고요. 2021년 말, 저널리즘스쿨에 지원했습니다. 윤세영저널리즘스쿨과 세저리 모두 최종 합격했고,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건 생생한 취재 보도 경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안 교수님의 표현대로라면, “기자 지망생이 아니라, 기자로 살기 위해” 세저리에 온 거죠.

세저리 졸업 전에 언론사 입사하는 비결

이성현 PD(이하 이성현): 학창 시절부터 제 꿈은 영화감독, PD였습니다. 학부 때 영화를 전공하며 영상 스토리텔링을 배웠지만, 저만의 이야기와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교 전역 후 교육센터, 취업특강, 아카데미 등을 찾아서 듣다가 세저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세저리 소개글을 보자마자, 내가 부족했던 내 안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라고 단번에 느끼게 되어 오게 됐습니다.

조성우 기자(이하 조성우): 저도 언시를 혼자 2년 넘게 준비했었습니다. 일단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인터넷 매체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실제 일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때 함께 일하던 선배가 ‘여기서 겪었던 일로 기자 일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조금 더 해보자, 대신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이끌어주고 제가 따라갈 만한 등불 같은 교수님이 존재하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세저리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안수찬: 입학하면서 걱정되는 바는 없었나요?

강현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제천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야 하는 먼 곳이었습니다. 안 교수님과 입학상담할 때, 세저리에 이미 제주 출신의 선배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을 덜었습니다.

조성우: 저는 걱정되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주연 기자가 세저리 입학할 때 함께 입학 시험 치렀는데, 그때 낙방했었거든요. 두 번째 지원에서 세저리에 합격했던 거라서, 마냥 좋았습니다.

안수찬: (웃음) 왜 굳이 재수해서 세저리로 왔습니까?

조성우: 기자는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꼭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하든 안 하든 간에 기자라는 직업을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번 더 지원했습니다.

조성우 국제신문 기자(오른쪽)가 세저리 재학시절 단비뉴스의 ‘2030 지역정치’ 보도를 위해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다. 출처 조성우 기자

이주연: 2년을 대학원에서 보내야 한다는 걱정을 하긴 했어요. 이미 언론고시를 오래 준비했기 때문에 여기서 2년을 더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기숙사 생활을 과연 견딜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김태연: 저도 기숙사 생활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또 제천이라는 낯선 곳에서 지낸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모두 좋았어요. (웃음)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

안수찬: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이 그다음에 어떻게 해결됐는지, 또는 해결되지 않았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학교에 막상 들어오니 어땠나요?

이주연: 저는 원래 혼자 사는 것에 익숙했거든요. 누구랑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그런데 입학해 보니, 동기들이 너무 좋아서 기숙사 생활이 오히려 더 즐거웠어요. 오늘 뭐 했는지 잠들기 전에 서로 얘기하고, 힘든 일 있으면 서로 들어주고, 기숙사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기숙사 생활이 그 이후부터 되게 좋았어요.

강현주: 제천 생활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생각이 많아 답답할 때는 넓은 캠퍼스와 근처 의림지를 걸으며 바람을 쐴 수 있어 좋았어요. 서울에 갈 일이 있어도 KTX로 1시간 거리라 오히려 제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것보다 편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 선배들과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면서 현직 언론인만큼이나 언론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안수찬: 흥미롭군요. 입학 전에는 기숙사 생활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 더 좋았다는 거잖아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는 게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김태연 한국일보 기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세저리 재학시절 친구들과 제천의 어느 식당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조벼리 기자

조성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었어요.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증명이 되더라고요. 뭐랄까, 마음을 다스리는 측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력 있는 언론인이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

안수찬: 아까 이주연 기자가 대학원 과정 2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했잖아요? 알다시피 세저리 입학한다고 해서 대학원 졸업 뒤에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졸업 이전에 입사했고. 그런데, 그 2년 과정이 길다는 생각은 입학 뒤에도 변함이 없었나요?

이주연: 교수님들이 ‘첫 학기에는 언론사 입사 지원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시잖아요. 처음엔 그것에 대한 반발심이 없지 않았어요. 마음이 급하니까 빨리 여기를 떠나는 게 목표인 친구들도 있었어요. 근데 저는 교수님들의 말을 믿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학기에는 언론사 지원을 안 하고 정말 공부만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 기자가 되겠다고 안달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사를 쓸까’ 혹은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할 수 있었던 첫 학기가 엄청 소중한 시간이었거든요.

안수찬: 그렇게 공부하다가, 어떻게 언론사에 지원하게 됐는지, 세저리의 생활이나 공부가 입사 전형에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윤준호: 우선, 세저리에서 치러낸 취재 보도 경험이 자기소개서에 녹여 쓸 내용이 됐어요. 세저리 입학하기 전에 썼던 자소서에는 그냥 ‘생각’만 담았는데, 입학 이후에는 실제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필기전형에서는 세저리의 글쓰기 수업이 도움 됐어요. 그 전엔 작문을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꼈는데, 세저리 입학 이후에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게 작문’이라는 것을 배우고 나서는 전혀 막막하지 않았습니다. 취재보도했던 모든 경험이 작문 아이템이 되는 거니까요.

세저리 재학 시절, 윤준호 세계일보 기자가 취재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윤준호 기자

김태연: 저는 올해 처음 지원했던 곳이 한국일보였습니다. 단비뉴스에서 청년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매주 아이템 회의를 거치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보는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녹였어요. 한국일보 자소서 문항 중에 ‘뉴미디어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보라’는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단비뉴스 소셜전략팀에서 뉴스레터 팀장을 맡았거든요. 당시 활동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저의 시각을 보여준 게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기획 아이템을 발표하고 면접하는 전형도 있었는데, 30여 분 동안 신년 기획 기사를 구성하는 평가였어요. 짧은 시간에 짜임새 있는 기획안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단비뉴스 활동 덕분이었어요. 실제로 취재보도했던 경험이 실무 전형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주연: 원래 저는 신문 기자를 지망했었거든요. 그래서 영상 관련 수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전주 MBC에 지원했어요. 전형 중에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단비뉴스의 편집국장을 맡아본 경험이었어요. 매주 학생들 앞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표정 관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습이 됐거든요. (웃음) 또 저는 환경부 소속이었는데, 환경부에서는 ‘소리뉴스’를 녹음하잖아요. 소리 뉴스 특성상 혼자서 10분이 넘는 시간을 녹음해야 해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계속 갈라져서 연습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 모든 경험이 방송사 실무 과정에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이주연 전주MBC 기자가 눈 내린 덕유산 입구에서 리포트하고 있다. 출처 전주MBC 갈무리
이주연 전주MBC 기자가 눈 내린 덕유산 입구에서 리포트하고 있다. 출처 전주MBC 갈무리

조성우: 제가 입사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들은 이미 세저리에서 직접 경험했던 문항들로 구성이 돼 있더라고요. 저희 신문사는 무엇보다 ‘왜 기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동기’에 관해 굉장히 궁금해했어요. 세저리에서 1년 동안 많이 고민했던 문제라서 어렵지 않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또, 국제신문 근처에 원전이 있다 보니까 환경에 대한 질문도 나왔거든요. 저는 단비뉴스에서 환경부 소속으로 취재했으니, 특별히 면접을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수찬: 조성우 기자님, 이제 진짜 기자처럼 말씀하시네요. (웃음) 여러분 모두 최소 6개월 이상 기자 또는 피디로 일했잖아요. 세저리에서 공부한 것이 언론 현장에서 겪는 일 또는 상황에도 도움이 되던가요.

이주연: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멘탈관리 였습니다. 제가 입사했던 시기에 전주 지역의 다른 언론에 입사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은 매일 기사를 취재 보도하는 일을 가장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전주만 해도, 세저리를 졸업한 강훈 기자가 JTV, 김현주 기자가 KBS전주에 있거든요.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우리 셋은 단비뉴스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기사를 썼던 경험을 갖고 있으니, ‘언젠가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했어요. 수습과 초년 기자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을 세저리, 그리고 단비 뉴스에서 얻은 거죠.

조성우: 단비뉴스에서 취재하고 기사 쓰고, 여러 교수님들 수업을 들으면서 기자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춘 상태로 입사했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가령 어떤 지시를 받거나 피드백을 받을 때, 그걸 빨아들이고 성장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어요. 현장의 기자 선배들은 아주 직설적으로 피드백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잘 소화하는 편이었어요. 세저리를 다니면서, 교수님들이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우리 입에 떠먹여 주듯이’, 취재 보도의 여러 문제를 가르쳐 준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선배들의 직설적 이야기도 금방 이해하고 배울 수 있더라고요.

즐기고 누리는 세저리

안수찬: 등록금과 생활비 이야기도 해봅시다. 입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세저리 입학 이후에 돈과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도 고민하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돈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했나요.

이주연: 저는 입학 전에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돈을 조금 모아둔 상황이긴 했습니다. (웃음) 그래도 등록금이 부담이니 장학금을 받고 싶었어요. 두 번째 학기부터 단비뉴스에서 환경부 부장을 맡고, 세 번째 학기에 편집국장을 하면서 부담을 덜었던 것 같아요. 단비뉴스 간부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 제 생각보다 큰 금액이더라고요. 기숙사와 학식을 모두 무료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됐어요. 다만, 코로나 시기에 방학 기간엔 무료 급식이 제공되지 않았었는데, 그 시절에도 세저리를 졸업한 선배들이 재학생들 사정을 알고 온갖 음식을 학교로 제공해 주셨어요. 그것까지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조성우: 등록금이나 생활비 측면에서 세저리에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숙식도 무료로 제공되니까요. 입학 뒤에는 생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소액이나마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리고 국가장학금 대출도 이용했어요. 정식 학위 과정인 저널리즘 대학원은 세저리가 국내에서 유일하잖아요. 그러니, 다른 사설 교육 기관과 달리 국가장학금 제도도 이용할 수 있었어요.

세저리 재학 시절, 이성현 PD(맨 왼쪽)가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 인근 솔숲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출처 이성현 PD
세저리 재학 시절, 이성현 PD(맨 왼쪽)가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 인근 솔숲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출처 이성현 PD

안수찬: 이제 다들 현직 언론인이 됐어요. 일차적 목표는 달성한 거지요.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입사 이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어요. 그 과정이 어땠는지, 현업의 일로 바쁜 와중에 일부러 석사 과정을 마친 이유가 뭔가요.

이주연: 저는 세 번째 학기 말에 입사해서 취득해야 할 학점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어요. 세저리 커리큘럼에는 입사한 기자들을 위한 수업들이 있잖아요. 일과 시간이 아닌 주말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너무 정신없고 바쁜 와중에도 주말에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그렇지, 내가 이런 기사를 쓰고 싶어서 언론사에 들어왔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수업 덕분에 세저리 재학 시절 품었던 꿈을 입사 이후에도 놓지 않고 계속 잡을 수 있었어요.

안수찬: 석사 학위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요? (웃음)

이주연: 음, 언젠가 박사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제 주변의 기자들 중에는 석사 공부를 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현업에 있으면서 그 공부를 하기가 매우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미 저는 석사를 딴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이제 박사만 따면 되는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웃음)

안수찬: 석사는 일종의 자격증입니다.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격증이죠. 석사 자격증이 있어야 박사 공부를 할 수 있거든요. 박사는 남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이에요. 후배 언론인을 가르칠 기회가 앞으로 많을 테니, 여러분 모두 나중에 꼭 박사 공부도 하십시오. 이제 마지막으로 장차 입학할 신입생에게 세저리 생활에 대한 도움말 하나씩 들려주세요.

교수님 말씀대로만 하세요

김태연: 저는 우선 교수님들 말을 그냥 좀 믿고 그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미 상당 기간 언시 준비를 했거나 심지어 언론사 생활을 겪은 사람들도 입학하잖아요. 그런 경우엔 ‘자신의 방법’만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지 말고, 수십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교수님들의 말씀을 스펀지처럼 그대로 흡수하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히 집중하는 게 오히려 빨리 언론사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지난 5월, 세저리 재학생들이 ‘봄철 야유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지난 5월, 세저리 재학생들이 ‘봄철 야유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조성우: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저리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자의 능력을 충분히 갖춘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어요. 빨리 입사하겠다고 초조해하지 말고, 세저리에서 한두 학기 더 공부한다고 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절대 아니고, 언론인의 삶이 늦춰지는 것도 아니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좋은 강의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주연: 높은 밀도로 대학원 생활을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입사 준비가 더 시급한데 이 활동이 나한테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기회를 충실히 경험하는 게 나중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단비뉴스에서 치러내는 여러 일이 언젠가 나에게 꼭 도움이 될 거라고 저는 믿었고, 실제로 그랬거든요.

윤준호: 세저리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단비뉴스가 아닌 기성 언론의 기자는 내가 하고 싶은 취재만 할 수 없습니다. 맡고 있는 출입처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챙겨야 합니다. 그러나 단비뉴스 기자는 자신이 관심을 둔 아이템을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세요.

안수찬: 긴 시간, 좋은 이야기 들려주어 고맙습니다. 나도 여러분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군요. 초년 언론인 시절은 힘듭니다. 절대로 낙담하지 마세요. 일단 버티십시오. 그다음엔 그 일에서 작은 재미를 찾으십시오. 익숙해지면, 그 직업이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빛나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꼭 만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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