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온라인·우편 아닌 현장 백일장의 전통을 잇다

현장에서 직접 글을 쓰는 ‘민송백일장’이 오는 5월 25일 열린다. 세명대학교가 설립자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의 건학 이념을 실천하고 문학을 통해 청소년의 아름다운 성장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개최하는 이 백일장은 전국적으로도 희귀한 ‘현장 백일장’이다. 온라인이나 우편으로 글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종이 원고지에 작성한 글을 평가한다. 2016년 처음 개최한 이래 4년 동안 2천여 명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열리게 됐다.

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민송백일장의 제시어는 5월 25일 오전 10시, 세명대학교 학술관에서 공개된다. 역대 제시어를 보면, ‘나무’(2016년), ‘먼지’(2017년), ‘노래’(2018년), ‘아버지’(2019년) 등이 출제됐다. 이번에는 어떨까. 민송백일장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매년 시대상을 반영해서 제시어를 선별한다”면서, 이번에도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도록 “보편적이되 구체화하기 어려운 단어로 고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2017년 2회 민송백일장, 학술관에서 제시어가 발표되고 있다. 박기완 기자
2017년 2회 민송백일장. 세명대 학술관에서 제시어가 발표되고 있다. 박기완 기자

제시어가 공개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세명대 캠퍼스 어디에나 자리잡고 자유롭게 글을 쓰면 된다. 아름다운 공원을 닮은 세명대 캠퍼스 곳곳에서 수백 명이 종이 원고지에 글을 쓰는 장면은 민송백일장의 백미다.

컴퓨터 문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글을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접수받는 ‘원거리 또는 온라인 백일장’은 많아졌지만, 해가 떠 있는 동안 글을 쓴다는 뜻의 ‘백일장’(白日場) 본래의 형식을 따르는 행사는 희귀해졌다. 김기태 교수는 “좋은 글을 쓰려는 뜻으로 모인 수백 명이 한 날 한 곳에서 각자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일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낯설고 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 귀한 기쁨을 누리려면, 사전에 반드시 접수해야 한다. 4월 17일부터 5월 25일 오전 10시까지 세명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는다.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신청을 받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자신의 나이에 맞춰 참여하면 된다. 다시 말해, 만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구분한 3개 부문에서 각각 산문과 운문으로 나눠 장원(상금 50만 원), 금상(상금 30만 원), 은상(상금 20만 원), 동상(상금 10만 원)을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작은 나중에 책으로 모아 발간한다.

2016년 열린 1회 민송백일장 대학∙일반부 참가자들이 세명대 잔디밭에 누워 글을  쓰고 있다. 민수아 기자
2016년 열린 1회 민송백일장 대학∙일반부 참가자들이 세명대 잔디밭에 누워 글을 쓰고 있다. 민수아 기자

수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백일장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육필이 담긴 원고를 제출하고 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문학 행사가 이어진다.

백일장이 열리는 5월 25일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세명대 학술관 제1컨퍼런스홀에서 ‘북콘서트’가 열린다. 초청작가 나태주 시인이 출판평론가이기도 한 김기태 세명대 교수와 대담하는데, 백일장에 참여한 누구나 글과 문학에 대해 묻고 듣고 생각할 수 있다. 시상식은 북 콘서트 직후에 열린다.

이번 민송백일장에 대해 김기태 교수는 “스스로 글을 써보고,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문학의 향기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니,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누구나 민송백일장에 와서 써보시라”는 권유도 덧붙였다. 제 5회 민송백일장 참가 신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다.

5월 25일 열리는 제 5회 민송 백일장 홍보 포스터. 세명대 제공
5월 25일 열리는 제 5회 민송백일장 홍보 포스터. 세명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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