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시상식

“우리 근현대사에서 대학은 언제나 비판적 지성이 성장하고 사회 변동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곳이었지만, 갈수록 그런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대학언론의 현실도, 미래도 어둡지 않나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 대학언론상 참가작들을 보면서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느꼈습니다. 인적자원 면에서, 재정적으로, 또 대학 당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학언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진지한 관심을 쏟고 있었고, 땀 흘리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과 저널리즘연구소가 28일 줌(Zoom) 화상회의로 연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시상식에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대학언론의 자율적이고 진취적인 취재 보도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 세명 대학언론상 공모전에서 47건의 응모작 중 최우수상은 부산대 <채널PNU>의 ‘137곳 장벽들, 배리어 프리와 너무 먼 캠퍼스’가 차지했다. 우수상에는 서울대 <대학신문>의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 장려상에는 한국외국어대 <외대>의 ‘한국외대 노동실태, 당신은 알고 계십니까?’가 선정됐다.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 높은 응모작 많아

28일 오전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온라인 시상식이 시작되는 모습. 이주연 기자
28일 오전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온라인 시상식이 시작되는 모습. 이주연 기자

심석태 교수는 심사경과 보고 및 총평을 통해 “대학언론의 보도가 과연 어떤 수준일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부산대, 서울대, 한국외대, 창원대, 이화여대, 연세대, 제주대 등 전국에서 접수된 작품의 상당수가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식과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볼 때 일반 독자들이 보더라도 통할 만한 콘텐츠였다”며 “특히 글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함께 활용한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사는 제정임, 심석태,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와 김혜영 한국일보 디지털기획부 커넥트팀장이 함께 맡았다.

안수찬 교수는 수상작 개별 평가를 통해 “최우수작인 ‘137곳 장벽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여러 기사 중 발군의 작품이었다”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핵심 증거를 찾아내 실증하는 생생한 보도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학생 당사자가 직접 캠퍼스 전체를 다녀 보거나 공동 취재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수작인 ‘코로나는 사라져도~’에 관해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대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주목해, 시의성과 문제의식 차원에서 매우 훌륭했다”고 평했다. 안 교수는 “다만 취재원 중 대학생 당사자보다 전문가들이 더 많았던 것은 아쉽다”며 “당사자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장려상을 받은 ‘한국외대 노동실태~’와 관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룬 기사가 다수 있었는데 그중에서 사실을 실증하는 힘이 가장 좋았던 기사”라고 말했다. 수상작에는 각각 200만 원, 100만 원, 5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안수찬 교수가 수상작에 관한 개별 평가 및 제언을 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2022 세명 대학언론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안수찬 교수가 수상작에 관한 개별 평가 및 제언을 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휠체어 체험 등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본’ 취재

이어진 수상 소감에서 <채널PNU>의 김현희(21·부산대 영어영문학과) 기자는 “부산대 95명의 장애 학생 중 한 명이 되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돌아다녔던 취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휠체어에 앉으니까 두 발로 걸어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배리어(장애물)들이 보여서 학내 구성원들에게도 꼭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채현(24·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기자는 “대학언론들이 좋은 기사를 공유할 기회가 생겨서 너무 뜻깊다”며 “각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우리도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공론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상제작팀으로 참여한 남승우(19·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한승수(19·부산대 해양학과), 지용재(24·부산대 사회학과) 기자도 이동 약자들의 불편함을 영상에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고, 영상 제작으로 이어져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8일 보도된 부산대 '채널PNU'의 ‘137곳 장벽들, 배리어 프리와 너무 먼 캠퍼스’ 중 영상물. '채널PNU'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9월 28일 보도된 부산대 '채널PNU'의 ‘137곳 장벽들, 배리어 프리와 너무 먼 캠퍼스’ 중 영상물. '채널PNU'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대 <대학신문>의 노영진(21·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기자는 함께 기사를 쓴 김혜원(22·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카와하라 사쿠라(21·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기자가 교환학생 파견 등의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2020학번이라서 코로나가 퍼질 무렵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까지 했는데 되게 막막한 시간이었다”며 “그래도 (이번 영상제작에) 교내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부생들도 참여를 해줘서 보람차고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 영상 1부. 유튜브 '대학신문' 채널 갈무리.
서울대 '대학신문'의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 영상 1부. 유튜브 '대학신문' 채널 갈무리.

이날 해외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한국외대 교지 <외대>의 김세은(21·한국외대) 기자는 미리 보낸 수상 소감에서 ”노동이라는 주제는 처음 교지에 들어왔을 때부터 꼭 기사로 다루고 싶었던 주제”라며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기사라서 가장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고민선(21·한국외대) 기자도 “지난여름 외대의 노동 실태를 파헤치고 거짓 없는 진실만을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땀 흘리며 취재했던 기억이 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외대 교지 '외대' 2022년 가을호에 실린 ‘한국외대 노동실태, 당신을 알고 계십니까? 기사. 출처 '외대'
한국외대 교지 '외대' 2022년 가을호에 실린 ‘한국외대 노동실태, 당신을 알고 계십니까? 기사. 출처 '외대'

세명 대학언론상은 전국 대학의 다양한 매체가 보도한 의미 있는 기사를 발굴해 시상함으로써 대학언론의 비판 활동과 청년 공론장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각 대학 학보사, 교지, 방송국, 자치언론, 인터넷 신문, 웹진 등 대학(원)생이 주도해서 제작하는 비영리 매체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대학’ ‘청년’ ‘지역’을 다룬 모든 형태의 글 기사와 영상 보도물을 대상으로 한다. ‘2023 세명 대학언론상’은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보도된 기사·영상 등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지원작을 공모한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