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JIMFF, 예산 초과 사용에 업무추진비는 감시 사각지대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사무국이 지난해 비용은 제천시에서 받은 것보다 더 집행하고 수익은 예상보다 줄어 5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 논란이 된 가운데 업무추진비도 방만하게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령에 따라 사용이 금지된 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주말이나 명절 같은 공휴일에도 마트나 음식점 등에서 이용하기도 했다. 사용 상대방이 없는데도 혼자 식당이나 카페에서 쓴 횟수도 많았다. 연초에 계획한 한도를 넘겨 지출한 해도 있었다. 하지만 사용 내용 상당수는 무슨 목적으로 썼는지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 제천시가 사후 점검을 하기도 어려웠다.

<단비뉴스>는 최근 두 해 동안 영화제 사무국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모두 입수해 살펴봤다. 사무국이 은행에서 받은 신용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는 A4 용지로 300쪽 분량이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해 직원들의 출장기록도 확보했다. 카드 결제 내용과 일일이 비교해 출장 명령이 없었는데도 휴일이나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사용했는지 확인했다. 제천시는 지난해 잘못 사용된 금액을 회수하고, 올해부터는 사무국이 쓴 업무추진비 내역을 온라인으로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의 법인카드 이용대금명세서 일부. 집행위원장 등 간부들은 각각 매달 2~30건씩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의 법인카드 이용대금명세서 일부. 집행위원장 등 간부들은 각각 매달 2~30건씩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사용 금지”인 주점에서 100여만 원 결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은 한 해 평균 4000여만 원가량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사무국 총책임자인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대외협력이사와 사무국장, 프로그래머에게 개인마다 법인카드가 지급됐고, 사무국 부서 운영을 위한 업무추진비 카드도 따로 발급됐다. 사무국 인력은 매년 조금씩 변동이 있지만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15명 수준이다.

사무국은 지난 두 해 동안 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아홉 차례, 모두 122만 원을 사용했다. 고깃집이나 횟집 등 일반적인 음식점을 제외하고 술과 안주 판매만 취급하는 바(Bar)나 호프, 이자카야 등이었다. ‘주신’(酒神), ‘포차’ 등 상호에 버젓이 술을 뜻하는 글자나 단어가 들어간 주점도 있었다. 세 건은 업무일이 아닌 주말에 사용됐다.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직원 다수가 전라북도 전주로 출장을 간 2021년 5월에는 출장 기간인 사흘 동안 매일 밤 주점에 들르기도 했다.

전주 시내 여러 곳에서 쓴 다른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과 달리, 주점 세 곳은 숙소에서 800미터,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전주한옥마을 입구에 모여 있었다. 지도: 국토교통부 국토정보플랫폼
전주 시내 여러 곳에서 쓴 다른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과 달리, 주점 세 곳은 숙소에서 800미터,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전주한옥마을 입구에 모여 있었다. 지도: 국토교통부 국토정보플랫폼

업무추진비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다섯 가지 규정을 지켜 사용해야 한다. 우선 법정공휴일과 주말에 쓰면 안 된다. 밤 11시 이후인 ‘비정상적 시간대’에도 쓸 수 없다. 사적으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자의 집 근처에서 결제는 피해야 한다. 근무 지역을 벗어난 다른 시군구에서 사용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주류 판매가 ‘주목적’인 업종에서 사용은 금지된다.

접객원이 있거나 무도시설을 갖춘 유흥주점은 의무적 제한업종이다. 신용카드 승인이 막혀 있어 사용이 사전에 차단돼 있다. 다만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적인 주점에서 결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당시 상황에 비춰 다른 장소에서는 업무협의가 어려웠다는 등 사정이 불가피하고 직무와 법인카드 사용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 주점에서 사용을 막아놓지는 않되, 꼭 필요한 때만 쓰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3년 예산집행지침 가운데 업무추진비 집행지침 부분.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3년 예산집행지침 가운데 업무추진비 집행지침 부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의무적 제한업종은 아니지만 업종이 주점으로 분류되는 업소에서 음주 목적의 부정적 사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유흥주점이 아닌 ‘기타주점’에서도 사용을 제한하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기타주점업은 호프나 선술집 등 일반적 형태의 주점을 모두 포함한다.

휴일에, 혼자… 연간 사용 한도 넘기기도

업무추진비는 대개 다른 기관과 업무를 협의하거나 간담회를 열고, 내부적으로는 직원을 격려하는 자리나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영화제 사무국이 업무추진비를 상대방 없이 혼자 사용한 내용도 다수 있었다.

혼자 쓴 기록은 56건이었다. 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했다. 이 가운데는 휴일에 사용한 내용도 12건 있었다. 사무국은 영화제를 앞두고 주말 출근이나 야근이 많아진 탓에 종종 혼자 쓴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혼자 사용한 기록은 연중 고르게 나타났고 정작 영화제가 있는 달과 그 전달인 7~8월에는 주말 사용이 거의 없었다.

휴일 사용만 따진 결제 기록은 137건으로, 주말에 마트를 이용하거나 추석 당일 20여만 원을 고깃집에서 쓰기도 했다. 개천절, 한글날 등 다른 공휴일에도 사용이 잦았다.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사용금액은 휴일과 1인 사용을 제외하고서도 2년 동안 300여만 원이었다.

제천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사무국이 서명한 서약서 내용 일부. “법률 등 제반 법규를 준용해” 예산을 사용하라고 명시돼 있다.
제천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사무국이 서명한 서약서 내용 일부. “법률 등 제반 법규를 준용해” 예산을 사용하라고 명시돼 있다.

업무추진비가 연초에 계획한 한도를 넘기기도 했다. 2021년 사무국은 업무추진비 예산 항목으로 3700만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실제 지출은 이보다 1700만 원 많은 5400만 원이었다. 애초 계획보다 46%나 많은 금액을 쓴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예 연간 한도를 5400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실제 지출은 3800만 원에 그쳤다.

사무국은 영화제가 있는 시기를 중심으로 업무가 몰려 개인에게 지급된 업무추진비도 한 달이 아니라 1년 단위로 한도를 정해 사용했다. 하지만 예산 사용 현황이 적절한지 제때 검토하지는 못했다. 사무국 한 관계자는 “말단 회계직원에게 영수증을 갖다주면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했는지 간부에게 따지지는 못하고 장부에 올리기만 하는 식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에게 왜 썼는지 상당수 기록 없어

제천시는 2021년 한 해 동안 영화제 사무국에서 잘못 사용한 업무추진비 133만 원을 회수했다. 주점에서 쓴 몇 건과 휴일 사용 등이었다. 어린이날 어린이복지시설에서 치킨과 피자 등에 8만 원을 결제한 건도 있었는데, 어린이들을 상대로 영화제를 홍보했다고 소명했지만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한 업추비가 133만 원 뿐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사무국이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상당수는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사용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아 지출의 적절성을 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무국에 대해 3년 만에 이뤄진 감사에서 제천시는 감사 결과 보고서에 “집행대상 및 구체적인 업무와 사유 등이 없는 지출을 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지적했다.

감사팀 관계자는 “사용 내용의 10~20% 정도는 증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 기록이 얼마나 빠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감사의 목적이 잘못을 적발하는 것보다 현장 지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건이 지적사항으로 남기지 않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도하는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사무국이 제천시에 제출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 사용 날짜는 모두 같은 날로 돼 있고 무슨 목적에서 누구에게 썼는지 표시하지도 않았다.
사무국이 제천시에 제출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 사용 날짜는 모두 같은 날로 돼 있고 무슨 목적에서 누구에게 썼는지 표시하지도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지자체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기관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해야 한다. 결제 내용마다 8가지 항목인 사용자, 일시, 장소, 집행목적, 인원수, 금액, 결제방법(카드 혹은 현금), 비목을 써야 한다. 분기마다 공개해야 하고 조례로 공개할 항목을 추가하거나 주기를 단축할 수도 있다.

인원수를 쓰는 이유는 접대비로 1인당 4만 원을 넘게 사용했는지 감독하기 위해서다. 상대가 공무원이라면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게 1인당 사용액이 3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한 번에 50만 원 넘게 결제하려면 인원수뿐만 아니라 상대의 소속이나 주소, 성명까지 써야 한다. 영화제 사무국은 이런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1인당 사용금액 한도를 지켰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올해 영화제 업무추진비 공개하겠다”

제천시는 올해부터 영화제 사무국의 업무추진비도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장기동 제천시 영화제TF팀장은 “그동안 사무국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방만했던 건 사실”이라며 “올해는 누구를 만나 무슨 목적으로 썼는지 증명하도록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사무국을 상대로 특정감사도 계획하고 있다.

제천시는 출연기관인 한방바이오진흥재단의 업무추진비는 공개하고 민간위탁기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련 법령이나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지침에도 업무추진비 사용을 어느 범위의 기관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모든 민간위탁기관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공개 방법과 범위는 공무원과 같다. 최영하 서울시 민간위탁관리팀장은 “민간위탁기구까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건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고 서울시 조례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며 “하지만 그동안 부정 집행에 대한 비판 보도가 있었고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기관장에 한해 경영공시 페이지인 ‘공공기관 알리오’에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공표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정부가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거나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지고 있는 기관을 뜻한다. 하지만 공무원과 달리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기관마다 정보공개 항목과 방법이 제각각이다. 대체로 건수와 총액만 공개하는 식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기준, 당시 전국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장의 업추비 집행내용. 한 해 동안 4000만 원 가까이 사용했지만 요약된 정보만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 공개됐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기준, 당시 전국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장의 업추비 집행내용. 한 해 동안 4000만 원 가까이 사용했지만 요약된 정보만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 공개됐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민간위탁기관의 업무추진비는 조례를 제정해 공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세금으로 대형 사업을 하는 기관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문제도 있다”며 “조례가 있고 없고를 떠나 예산 사용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소장은 “공무원인지 아닌지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서 받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5억 원 초과 사용, 흥행 실패보다 회계부실

지난해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치른 뒤 사무국은 5억 2000만 원의 결손이 나 있는 상태다. 조성우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규모를 키웠지만 흥행에는 실패해 그만큼 비용 회수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천시의회에서 열린 의원간담회에 나와 공연 규모 확대를 예산을 초과 사용한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면서 “영화제를 지역산업으로 육성하려 했다”며 “그러려면 공연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하고 티켓 수익이 대폭 상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전 집행위원장이 말한 공연은 필름콘서트와 스페셜콘서트다. 필름콘서트는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으로, 각기 다른 주제와 관현악단이 사흘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 회는 비가 내려 취소됐다. 스페셜콘서트는 ‘위플래시’와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직접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는 공연이었다. 두 공연은 이전까지 없었던 프로그램으로 음악영화제 취지에 적합한 행사라며 지난해 처음 시도됐다.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 단비뉴스 자료사진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 단비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두 공연의 예매율은 10~20%밖에 되지 않았다. 좌석은 5000개였다. 대중가수들의 공연은 두 회차 전부 매진된 것과 비교하면 제대로 흥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영화제 전체 수익은 6억 3000만 원으로 애초 목표한 수익보다는 9000만 원 정도 못 미쳤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5억 2천만 원에 달하는 적자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제 재원은 예상 수익에 이월금을 더한 자부담금과 시에서 받은 민간위탁금으로 크게 나뉜다. 흥행 저조로 입장료 수익 9000만 원이 빈 데 더해, 제천시에서 민간위탁 예산으로 받은 금액보다 4억 3000만 원을 더 쓴 탓에 결론적으로 5억 2000만 원이 모자라게 됐다. 지난해 영화제 사무국은 시비 21억 원을 비롯해 도비와 국비 등 30억 원을 받았다. 결국은 전체 예산 범위를 넘어서 공연 비용을 집행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제천시는 영화제 진행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도 못했다.

예산 부족으로 사업비는 물론 직원 급여까지 주지 못하게 되자 제천시는 예비비를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제천시는 회계 부실 책임을 물어 조성우 집행위원장과 장지훈 사무국장을 해임했지만 지난 2월부터 해임무효확인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천시는 두 사람을 배임 혐의로 고소할지도 이달 안에 결정한다. 올해 영화제는 예산 감독은 강화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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