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김창규 민선8기 제천시장 당선인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창규 충북 제천시장 후보 당선은 이변이었다. 김 당선인은 상대 후보와 15%포인트나 차이가 난 사전 여론조사 예측을 뛰어넘었다.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던 현직 이상천 시장을 2천여 표, 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선거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7일 <단비뉴스>는 김 당선인을 만나 선거를 치른 소감과 앞으로의 시정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김 당선인은 먼저 선거 결과에 대해 ‘무너진 제천 경제를 살리겠다’는 호소가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처럼 진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준 영향도 컸을 테지만 현장 유세를 다녀보니 자영업자나 청년 등 지역 민심은 대체로 경제 회복에 대한 바람이 컸다는 것이다. 

‘3조 원대 투자유치’로 대표되는 경제 공약의 방향과 목표는 뚜렷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할 방안을 충분히 구체화하지는 못했다는 점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여러 개발사업의 우선순위와 예산 규모 등도 취임 뒤 검토해 정리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전임자의 업적에는 함부로 손대지 않겠다며 큰 혼란 없이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게 될 김창규 제천시장 당선인. ⓒ 현경아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게 될 김창규 제천시장 당선인. ⓒ 현경아

‘외국기업특화도시’ 구체화 방안은 고민 중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 특히 충북지역 진출 정도는 상당히 낮아요. 저는 외국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해요. 큰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제천에 본사를 두는 기업을 끌어오는 거죠. 사실 외국에서 다른 나라에 진출하려고 보면 막막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나라에 가면 외국기업을 위한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거나 거기 가면 편리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일단 거기로 몰리거든요.”

김창규 당선인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34년 동안 외무부에서 일했다.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외교관을 지냈고 2018년 퇴직했다. 이후엔 제천으로 돌아와 세명대학교 객원교수로 지냈다. 2년 정도 교양과목으로 ‘세계문화의 탐색’을 강의했다. 지난해 10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이른 시기에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당선인은 “후진을 양성하며 노년을 정리하려 했는데 고향에 기여하라는 주변의 ‘소리 없는 압력’이 있었다”며 “낮은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출마를 빨리해서 시간을 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놓은 1호 공약이 외교관 경력을 살린 ‘외국기업특화도시’다. 그동안 형성한 국제 인맥을 동원해 외국기업을 제천에 유치한다는 내용으로 임기 4년 동안 3조 원을 투자받겠다는 목표다. 제3 산업단지 조성으로 민선 7기 제천시가 1조 7000억 원 가량 국내 기업 투자를 유치했으니 같은 속도로 외국기업 투자까지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당선인은 “같은 당 소속인 김영환 도지사 당선인과도 외국기업특화도시에 공감했다”며 “충청북도가 외국기업 유치 활동이 왕성하지 않은데, 나와 인식을 같이하면 유치 활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임을 강조한 김창규 당시 후보 공보물. ⓒ 김창규
외교관 출신임을 강조한 김창규 당시 후보 공보물. ⓒ 김창규

하지만 당선인 개인의 인맥과 경험을 넘어서 제천시가 투자 유치를 실행할 방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은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여러 조건을 요구할 텐데, 이를 바탕으로 조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갖추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세일즈(홍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새로운 시장의 역할은 “외국 기업체에 직접 접촉해서 제천의 유리한 투자 환경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기업에만 특별히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일단 외국어를 할 수 있거나 외국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로 투자전담팀을 만들고, 업무량이 늘면 과 단위로 승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당선인은 이미 외국기업과 물밑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미국계 기업과 제천에 친환경 공장을 짓도록 2천억 원대 투자를 협의 중”이라면서 “토지 제공 같은 조건이 정리되지 않아 어느 기업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창규 당선인. 1시간 동안 공약과 시정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 현경아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창규 당선인. 1시간 동안 공약과 시정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 현경아

“제천무역진흥공사 설립 법적으로 문제없어”

외국기업 투자와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다른 한 축이 ‘제천무역진흥공사’ 설치다. 제천지역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한방 제품을 해외로 팔 수 있게 지방공기업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쟁점은 실현 가능성이다. 지방공기업법에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할 수 있는 공기업 범위가 한정돼 있고, 국가 사무에 가까운 무역을 전담하는 지방공기업 설치 사례가 지금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쟁 후보였던 이상천 시장은 낙선 뒤 제천무역진흥공사를 비롯한 주요 공약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하기도 했다.

김창규 당선인은 법적 검토를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 맡기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국가적인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외교 업무를 한다거나 전국적인 차원의 무역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품을 판촉하는 활동을 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관으로 있을 때 주재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수출 상담 대표단을 구성해서 공관을 찾아온 적이 많았다”며 “그 일을 도와주느라 노력을 많이 했는데 비슷한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천시장 TV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이상천 후보는 김창규 당시 후보의 주요 공약에 실현 가능성이 작다며 공세를 폈다. ⓒ CJB 
지난달 26일 열린 제천시장 TV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이상천 후보는 김창규 당시 후보의 주요 공약에 실현 가능성이 작다며 공세를 폈다. ⓒ CJB 

김 당선인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 제천 유치’도 공약했지만 실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지방 이전이 이뤄지더라도 혁신도시가 없는 제천에 유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금 예정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불안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대비를 안 하면 안 됩니다. 정부 차원에서 계획이 무산되면 그건 하는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가능성에 대비할 거고, 실제로 계획이 수립되면 발 빠르게 움직여서 낚아채야죠.”

김 당선인은 “공공기관을 혁신도시에만 이전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혁신도시와 거리를 둘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은 원도심과 떨어진 곳에 신도시 형태로 이뤄진 탓에 정주 여건이 좋지 않았고, 서울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유령 도시’로 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구도심을 개발하는 데 공공기관을 하나씩만 줘도 그야말로 좋은 계획이 될 것”이라며 “제천에 공공기관이 들어서면 군사 용도가 폐기된 제천비행장 부지에 유치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임자 업적 존중…드림팜랜드 더 키울 수도”

“이상천 시장의 활발한 행정은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시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행정을 해야죠. 주민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일을 많이 하는 게 능사는 아니잖아요. 저는 생산적인 행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생산성에 집중해서 행정을 할 겁니다.”

김창규 당선인은 이상천 시장의 1호 공약인 드림팜랜드 조성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사업성’을 지목했다. 드림팜랜드는 ‘생산행정’이 아니라 ‘소비행정’의 대표 사례라며 “처음 공약할 때는 연간 관광객 300만 명을 약속했는데, 용역을 거쳐 보니 99만 명 수준이라면 사업성이 보장되는지 용역을 맡겨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경문화 체험과 자연치유 테마파크인 드림팜랜드 조감도. 제천시가 시비 1,200여억 원을 비롯해 국비, 도비를 합쳐 1600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 제천시
농경문화 체험과 자연치유 테마파크인 드림팜랜드 조감도. 제천시가 시비 1,200여억 원을 비롯해 국비, 도비를 합쳐 1600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 제천시

하지만 재검토 결과 수익성이 없다 해도 토지 매입이 거의 끝난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할지는 판단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림팜랜드 조성에 1600억 원(시비 1200여억 원)이 들어가는데 1년에 500억 원씩 주민에게 수익을 가져다준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수익성만 있다면 더 크게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천 시장이 드림팜랜드 운영을 맡기겠다며 공약한 제천도시관리공단 설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이 시장의 다른 사업도 대체로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 등 이상천 시장이 복지 분야에서 창의적인 제도 정비를 잘해왔다고 평가한다”며 “이 시장이 잘해온 부분인 복지 분야에 대해서는 손을 댈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은 자녀 출생일로부터 1년 넘게 제천에 거주한 사람이 셋째까지 낳으면 주택자금으로 최대 5000여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김 당선인은 “제천비행장 부지에 스포츠센터를 짓겠다는 이 시장의 공약도 받아들이겠다”며 “다른 분야에도 전임자가 해온 일을 부정적으로 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도저히 고쳐야 할 정책은 나중에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어떤 정책에 반대할지는 조금 더 검토한 뒤에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규 당선인이 이상천 후보 공약을 살펴보고 있다. ⓒ 현경아
김창규 당선인이 이상천 후보 공약을 살펴보고 있다. ⓒ 현경아

개발사업 많은 공약, 소요 예산 못 정해

김창규 당선인은 ‘청계천식 용두천 개발’도 공약했다. 제천시 영천동을 통과하는 2.5㎞ 길이 복개하천인 용두천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린다는 공약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TV토론회에서 이상천 후보는 “용두천 개발은 이미 제천시에서 검토한 사업”이라며 “2000억 원까지 들어가는 사업비를 어떻게 확보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복원 사업은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세 구간이든 네 구간이든 용두천을 나눠서 시민들이 좋아하는 구간부터 시행해 주민 반응을 봐야 한다”며 “일단 시작해 놓으면 국가 예산을 받아오기도 수월해지는데 시비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국가사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1987년 복개된 용두천. 2009년 국비 620억 원을 지원받아 복원이 추진됐지만 이듬해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35% 대 45%로 나오면서 백지화됐다. ⓒ 제천시
1987년 복개된 용두천. 2009년 국비 620억 원을 지원받아 복원이 추진됐지만 이듬해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35% 대 45%로 나오면서 백지화됐다. ⓒ 제천시

김 당선인이 공약한 개발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천공공의료원 유치, 약초박물관과 한방스파휴양리조트 건설, 의림지 한옥호텔 조성, 세계나비정원 설립 등 예산 계획과 이행 기간을 밝히지 않은 사업이 많다. 김 당선인은 “공공개발을 하면 실패 가능성이 크다”며 “상당 부분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비지원과 시비 투입, 민자 비율 등은 경제성 평가에 따라 달라져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약 변경 필요할 땐 주민공청회 열겠다”

김창규 당선인은 여러 개발사업 공약 중 “세계희귀민물고기수족관 설립 계획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바로 옆 지역인 단양에도 비슷한 사업이 있어 충돌되는 면이 있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취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어떤 공약을 실제 이행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김 당선인은 “공약 중 확실하게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시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행계획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공약을 변경하거나 축소, 파기할 때 어떤 방법으로 주민 동의를 얻겠느냐는 질문에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하는 공약은 공약의 중요도에 맞게 적절한 규모로 공청회를 열겠다”며 “관련된 주요 공약 몇 개를 분야별로 모아서 공청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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