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불법 캠핑족으로 체육공원 기능 마비된 단양체육생태공원

충북 단양생태체육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 ⓒ 최영길

충북 단양군 단양읍 남한강변에 있는 ‘단양생태체육공원’은 지역 주민이 다양한 운동 시설을 즐기는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1년 말 4대강 사업 일환으로 둔치를 이용해 체육공원으로 만들어졌다. 12만㎡(약 3만6300평) 면적에 축구장과 야구장, 생태습지, 피크닉마당, 간이화장실 등을 갖췄고,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공장도 있다. 이후 단양군민 요구를 반영해 개발과 보존의 중간 형태인 생태체육공원이 됐다. 주차장 100면도 있는데 따로 주차관리를 하지는 않고 주민이 자율적으로 이용한다.

지역민 위한 체육공원이 불법캠핑장으로 둔갑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며 방역으로 인한 제한이 대부분 풀렸다. 여행을 떠나는 캠핑 인구가 늘면서 천혜의 관광 자원을 가진 단양도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과 캠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단양에는 단양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다양한 캠핑 시설이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단양군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인 단양생태체육공원이 무료 캠핑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변해버렸다. 상수도와 간이화장실 등 기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주차장 주변으로 조성된 넓은 공원까지, 캠핑족에게는 최상의 조건인 것이다.

▲ 드론으로 촬영한 단양생태체육공원. 캠핑카와 텐트들이 불법으로 주차장과 도로에 끝없이 늘어서 있다. ⓒ 최영길

주말이면 쉴 새 없이 공원으로 들어오는 캠핑 차량으로 공원 주변 도로가 혼잡을 빚는다. 불법으로 주차장을 점령한 캠핑카와 텐트로 단양생태체육공원 주차장은 대규모 캠핑장 모습 그대로다. 주말이면 캠핑카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캠핑카가 몰려든다. 주차장에서 바비큐를 하고, 밤에는 곳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기도 한다. 캠핑카 오수통을 주차장에 있는 간이화장실에서 비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캠핑객이 몰리면서 공원 관리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이 공원의 지난 3년 동안 시설 운영비를 보면 2019년 9200만 원에서 이듬해 1억 3000만 원, 지난해 1억 9000만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인건비와 수도광열비를 제외한 유지관리비도 2019년 25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 1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곳곳에 불법 주차한 캠핑족들로 인해 체육공원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 최영길
곳곳에 불법 주차한 캠핑족들로 인해 체육공원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 최영길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다른 건 다 실패했는데, 단양 생태공원은 잘 만들었어요. 그런데 주말마다 캠핑오는 사람들이 우리한테 불편함을 주는 건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단양군에 몇 번이고 민원도 넣어봤는데, 캠핑 오는 사람을 막을 방법이 없다네요."

단양생태체육공원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주민 전복태(70) 씨의 이야기다. 그는 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주민이 주차를 하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차를 엄청 빨리 몰아 위험하다”고 전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아예 일부 주차장에 회원용 주차장이라고 표시해놓으니 거기엔 캠핑족들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군 차원에서 관리가 안 되니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셈이다.

단양군청, ‘관광 단양’ 이미지 훼손 우려해 단속 꺼려

주차장법 제8조의2에는 주차장을 주차장 이외 목적으로 이용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자동차 운전자에게 주차방법을 변경하거나 자동차를 다른 장소로 옮기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단양군청은 이런 불법 캠핑족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불법 장기주차를 하는 캠핑카까지 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가 ‘관광 단양’의 이미지를 훼손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단양에서 전통 한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아침마다 이곳을 산책하는데, 악취가 진동하고 각종 쓰레기가 있어 군의회에 민원을 제기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단양군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군민은 주말이 되면 산책과 운동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캠핑객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먹을 음식을 출발지 대형마트 등에서 사서 오기 때문에 단양군은 사실상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워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불법 캠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단양군은 캠핑객들의 생활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한다. ⓒ 최영길
불법 캠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단양군은 캠핑객들의 생활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한다. ⓒ 최영길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오면 불법 캠핑은 더는 주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불법 캠핑을 단속하는 대신 캠핑카 주차 공간을 새로 마련하든, 지역민들의 생활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조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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