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OECD는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제정했다. OECD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주주, 이사, 경영진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재벌 총수의 부실 경영이 손꼽히던 상황이었고,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주자본주의는 오히려 총수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OECD가 강조한 견제와 균형은 결국 한국의 기업 문화에 뿌리내리지 못했다.거수기 사외이사들로 채워진 기업 감사위원회는 재벌 총수를 견제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초입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 ‘외출시 마스크 착용’ ‘의료진에게 해외여행력 알리기’ 등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이 온통 중국어로 쓰여 있다.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동영상 촬영기처럼 생긴 ‘열감지 카메라’가 거리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준하고 있다. 상점 곳곳에는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 마라탕 가게 문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반 달 동안 영업을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350미터(m) 정도 시장거리를 걷는 동안 상인과 손님들 중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라온컨벤션에서 열렸다. 학계 전문가와 장애인협회 관계자, 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뿐 아니라 실제 탈시설 자립생활 당사자까지 한 곳에 모여 ‘대전·충청권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지원 정책의 현주소’라는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탈시설’에 국가적 노력 기울여야발제자로 참여한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전반적인 탈시설 정책의 현황과 과제 및 쟁점’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지난 23일 인권위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죠. 선거제 이슈는 시기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정국으로 인식이 높아졌을 때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이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빠르면 11월 27일쯤엔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 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야가 몸싸움과 고소·고발전으로 ‘난장판’
교수님 방에 편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청소 아주머니가 교수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 같았다. 특이했다. 제자들 편지도 아닌 청소 아주머니 편지라니. 평소 교수님이 어떤 마음으로 대했기에 아주머니가 편지까지 썼을지 궁금했다. 나도 마주칠 때 가끔 인사는 드렸지만, 대개 그냥 지나쳤다. 아주머니가 손으로 써 내려간 마음과, 잊지 않으려 잘 보이는 곳에 간직하는 교수님 마음도 인상 깊었다.‘관계’를 떠올렸다. 교수님과 청소 아주머니 관계.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그림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드려본 적 없는 편지를, 아주머니
늦은 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이제 막 매장을 닫으려는 아이스크림 집에 뛰어들어갑니다. 가장 달콤한 맛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소중히 받아듭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싹 다 먹어버려요.달콤하고 시원한 진통제, 아이스크림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나를 위한 극약처방입니다. 화가 나면 ‘열 받는다’고 표현하죠. 몸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가 화끈거려요. 몸이 피곤하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머리가 뜨거워집니다. 열은 상처, 분노, 피로 등과 연결되어 있어요. 앓아 누운 사람의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동요 ‘앞으로’ 중 일부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 동요를 “법대로 법대로 법대로 법대-로”라며 바꿔 부르며 강연을 시작했다. 국정농단에 연루돼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언뜻 희화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 현대경제사를 온몸으로 겪은 노교수의 ‘감각’은 정확했다.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고,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왜 2019년에도
지난 23일 영화 <기생충> 관객수가 개봉 25일 만에 900만을 돌파했다.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68만여 명을 동원했다.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다 관객수다. 이 정도 흥행은 누구나 예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높은 인지도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닌가. 국내 평론가들도 감독과 영화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관심사는 전작 <설국열차>가 넘지 못한 ‘천만 관객 동원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계기로 ‘봉준호’는 단순한 감독을 뛰어넘어 하나의 장르가
“이번 선거제 개혁이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5일 저녁 서울 중구 열매나눔재단에서 ‘공정한 선거, 절차를 넘어 결과까지’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참여한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속적인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상식에 부합하길 바라는 분들이라면 이념, 종교, 지역을 떠나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는 없고 ‘싸움’만 남은 패스트트랙 혈투‘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 조지 짐바르도가 <루시퍼 이펙트>에서 한 말이다. 짐바르도는 1971년 스탠포드대 지하에서 모의 감옥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는 평범한 대학생 24명이 선발돼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했다. 각자 역할에 맞는 복장을 입었고, 교도관은 죄수를 실제 상황처럼 통제했다. 이 실험은 원래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6일 만에 중단됐다. 교도관이 점차 가학적이고 잔인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짐바르도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 본성이 본래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상황 조건에 크게 영향받을 수 있음을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연속 토론회’ 두 번째 모임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19일 열린 첫 모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에 이어, 이번에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 2년 평가’, 황선웅 부경대 교수가 ‘소득주도성장과 산업 생태계 혁신’, 김남근 경제민
1866년 10월 병인양요 때 큰 피해를 입은 격전지 김포 문수산성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면 프랑스 군대가 조선왕실 의궤와 고문서 등을 약탈한 규장각 강화서고가 나온다. 이곳은 원래 고려궁궐지다. 1231년 몽골이 침략해 오자 고려 무신정권의 실력자 최우는 항전을 다짐하고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긴다. 비록 가까운 거리라도 바다를 건너지 않는 몽골군의 약점을 이용한 전략이었다. 지금은 해인사에 가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팔만대장경이 불심으로 피어난 곳도 강화도 선원사라는 절이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강화를 짓밟은 청나라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밴드 넬의 대표곡 ‘기억을 걷는 시간’ 중 일부로, 헤어진 연인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는 노래다. 팬들 사이에 기억을 ‘걸어가는’ 시간인지, 기억을 ‘걷어내는’ 시간인지 의견이 엇갈렸다. 영어 제목이 ‘Time Walking On Memory’로 알려지며 논란은 종결됐다. 그러나 팬들은 원작자의 문학성에 감탄했고, 누군가는 기억을 ‘걷어내는’ 시간으로 마음에 담아뒀을 것이다.헤어진 연인 사이에도 서로를 걷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75년간 서
르네상스라는 문명사적 전환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탄생했다. 우리는 르네상스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의 미술관> <지식의 미술관> 등의 수십 권 미술평론집의 저자인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미술가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 미술가가 존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이들의 뒷얘기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역할을 한 메디치 가문에 초점을 맞춰 강연을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당대 피렌체의 역사·지리적 상황피렌체는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윤극영의 기념비적 동요 ‘반달(푸른하늘 은하수~·1924년)’에 이어 1927년 발표된 동요다. 까치설날이 뭘까? 섣달그믐을 가리키는 ‘아치(작은)설날’에서 변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또 다른 주장에 귀가 솔깃하다. 고려 시대 일연이 쓴 ‘삼국유사’ 권1 ‘사금갑(射琴匣·거문고 보관소를 쏘다)’조를 보자. 신라 21대 비처(소지) 마립간(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위 10년째 488년 왕비 선혜 부인이 궁중에 들어온 스님과 눈이 맞았다. 이 일을 까마귀(烏)가 안내한 선인으로부터 들
img { cursor:hand;}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를 낀 채 피 흘리는 코스타리카의 바다거북. 태국과 말레이시아 접경 바다에서 구조된 둥근 머리 돌고래 뱃속의 80여개 비닐봉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39개 브랜드 천일염 중 36개 제품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인간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을 해치고, 마침내 식탁에 올라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뉴스의 장면들이다. ‘플라스틱의 역습’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마구 버린 1회용품, 밥상 위 소금까지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