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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재연되나
지식인네트워크 '문재인정부 2년 평가 토론회' ②
2019년 05월 03일 (금) 16:51:13 홍석희 박서정 기자 mufc1001@naver.com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연속 토론회’ 두 번째 모임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19일 열린 첫 모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에 이어, 이번에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 2년 평가’, 황선웅 부경대 교수가 ‘소득주도성장과 산업 생태계 혁신’,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를 차례로 발표했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2차 토론회가 2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김용진 서강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주상영 건국대 교수. ⓒ 홍석희

공정거래위, 재벌 적폐 청산에 미온적

“이재용씨 등 경제권력 핵심이 자한당이나 언론을 통해 ‘김상조를 공정거래위원장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말을 안 하는 걸로 볼 때, 저는 김상조 위원장이 이재용한테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동 교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적폐 청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으며, 문재인 정부가 행정부의 힘만으로 ‘공정경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는데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관련 수사가 미진한 것을 지적한 뒤 “상속세는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의 경우 명목세율이 65%지만 실효세율은 십 몇 %라고 하니 4분의 1 수준이고 그 실효세율 계산도 잘못돼 10%가 안 되는 것 같다”며 한국 상속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기조발제하고 있다. ⓒ 홍석희

김 교수는 “독일은 주 30시간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3개월 탄력근로제를 인정 안 하고 6개월로 가고 있다”며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왜 투자가 -10%로 떨어졌는지 보고 방향을 잘 잡아야지, 계속 기득권 세력과 그쪽에 봉사하는 관료들을 데리고 혁신성장, 포용국가를 이야기해봤자 기회는 더 불평등해지고, 과정은 더 불공정해지고, 결과는 더 정의에서 멀어지는 그런 5년”이 된다며, 법대를 나온 첫 대통령인 만큼 “이재용을 법대로 수사하게 하라”는 요구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대통령 권한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개혁도 방치

“문재인 재벌 정책은 입법을 핑계로 지금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1년차에는 너무 재벌의 자율성에 기댄다고 비판했더니, 2년차에는 입법,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시했어요. 내용이 없는 것을 정부 개정안이라고 포장해서 개혁한다고 낸 겁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박상인 교수는 “정부가 ’입법을 야당에서 막으니까 우리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입법 외 사항으로서 효과적으로 재벌개혁을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그는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것보다, 증권거래소 상장규칙에 ‘비지배주주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 제도를 도입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우려되는 기업 행위에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의 동의를 얻게 하는 규정이다.

   
▲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2년차 재벌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 홍석희

박 교수는 이어 비지배주주에 속하는 투자기관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원칙은 거수기 노릇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통과될 건 반대하고, 반대하면 통과되지 않을 건 찬성이나 기권을 해버렸어요. 단 하나 예외가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건이었습니다. 그 외 몇 백 건을 분석해보면,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금융통합감독법을 주장하고, 작년 총선 이후 정부가 ‘은산(銀産)분리’를 깨뜨리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이나 차등의결권 도입 검토 등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이상 임금을 깎아 단가 후려치기로 이익을 얻는 재벌 대기업에만 경제성장을 의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앞으로 성장을 기대하려면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하며, 징벌적 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조선업이나 자동차처럼 한계점에 도달한 산업에 한해 한시적 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출자에 관해서는 ‘출자계열사에게서 출자받은 피출자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에 출자를 금지하되 100% 출자는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가맹사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리점·가맹점 사업자인 ‘을’들에게 단체구성권 부여를 넘어 단체협약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시행령과 지침 개정’을 강조하고, 정치인들이 총선 공약으로 재벌개혁에 관해 구체적인 약속을 내세우도록 시민단체들이 유도할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이제라도 초심 돌아봐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하는 원대한 포부를 제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이명박근혜’ 정부 경제정책들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과 산업생태계 혁신: 평가와 과제’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당시에는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사람 중심 경제’를 제시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비정규직 문제 적극 해결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정책 변화 기조에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2년이 지나며 구상이 많이 깨져 투자 활력, 규제 완화, 수출경쟁력 강화 등 친기업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황선웅 부경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평가 및 과제’라는 두 번째 발제를 하고 있다. ⓒ 홍석희

황 교수는 “통화·재정정책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면서 중소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며 “실행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정책들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도 덧붙였다. 그는 “임금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한 연대임금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지난 1월 KB 노사가 저임금 직군 임금인상률을 일반직보다 2배 높게 결정한 사례를 높이 평가했다.

중소상공인 놓친 것이 실착

“최저임금 인상률 조정도 결국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반발 때문에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려면, 중소상공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국면에서 중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지지부진했던 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핵심 정책이다. 그래서 보수 언론은 ‘경기 침체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그 전략은 유효했고 정부도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영업자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 뒤늦게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 ‘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를 주제로 세 번째 발제를 하고 있는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홍석희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중소상공인은 이 지점에서도 ‘약자’로서 어려움을 겪는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대기업만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대기업 집중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소상공인 개개인은 힘들더라도 중소기업 협동조합, 컨소시엄 등은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그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상공인을 위한 강력한 입법, 행정도 중요하지만, 각종 단체를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책임지지 않는 정부 행태도 질타했다. 그는 “작년에 하도급법과 상생법이 개정되어 중소상공인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면 ‘우리는 감시·감독을 하지 행정을 하지 않는다’며 회피하고, 중소벤처기업부에 가면 ‘관련 법안이 우리와 상관 없다’며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이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와 차별성을 보이려면, 중소기업을 혁신경제 주체로 내세워야 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원가구조 파악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들이 단체를 구성해 상생협약으로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등을 시행하는 동반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세부 정책 보완해 재추진해야

발제 이후에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김용진 교수는 바로 앞서 발제한 김 위원장에 이어 ‘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에 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중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협업이나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진흥원’을 설립해 협동조합 조직화를 위한 교육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대기업이 전체 수출액 비중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위해 해외사업 전문인력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에 관해 토론하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 ⓒ 홍석희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경제민주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종합적으로는 기대보다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경제적 강자가 지위를 남용하여 담합과 같은 시장질서 파괴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위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하여 생계형적합업종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이 진척되지 않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경제민주화 핵심은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내 다양한 불공정 거래행위가 만연해 있으며 정당한 경쟁이 실종됐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재벌개혁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 지명 토론자로 나선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실업보험 확대, 근로장려세제 강화가 동시에 추진됐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큰 이슈로 부상하면서 개혁에 차질이 생겼다고 봤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되 지나치게 목매지 말고,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현행보다 3개월 이상 연장하고 근로장려세제를 좀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무원 보수를 억제하면서 공공부문 취업자 비중을 더 늘리자”고 제안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지난해 7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9월 19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1차 토론회, 11월 30일에는 ‘문재인 정부, ‘촛불 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2차 토론회를 했다. 이번 토론회는 네 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2년을 평가하는 3연속 토론회의 두 번째 모임이며, 오는 24일에는 일자리와 노동 문제 등 ‘포용국가’를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편집 : 박선영 기자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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