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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탓’ 눈총 두려워 ‘자체격리’까지
[단비현장] 국내 최대 중국인 밀집지역 안산의 코로나19 방역
2020년 03월 12일 (목) 00:45:24 홍석희 기자 mufc1001@naver.com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초입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 ‘외출시 마스크 착용’ ‘의료진에게 해외여행력 알리기’ 등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이 온통 중국어로 쓰여 있다.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동영상 촬영기처럼 생긴 ‘열감지 카메라’가 거리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준하고 있다. 상점 곳곳에는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 마라탕 가게 문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반 달 동안 영업을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350미터(m) 정도 시장거리를 걷는 동안 상인과 손님들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못 봤다. 거리 전체에 긴장감이 흘렀다. 

외국인노동자 모이는 다문화거리에 우려 눈길 

안산시의 ‘코로나 경계’가 다른 도시보다 유난스러운 것은 전국에서 재중동포 및 중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국내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가 분출하는 동안 안산시민들은 남모르는 속앓이를 했다. 이주영(44·안산시 와동)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코로나 발생 초반에는 중국인 거주지에 대해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 곳곳에 중국어로 된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현수막이 걸려 있다. ⓒ 홍석희

안산시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안산시에는 중국 출신 5만7426명이 살고 있다. 중국동포가 4만8789명이고 중국인이 8637명으로 안산시 전체 인구 73만8066명 중 7.7%를 차지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안산 시화·반월공단에서 내국인이 기피하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다. 안산에는 다른 나라 출신 이주노동자도 많은데, 전체 외국인 주민 수는 8만7507명으로 안산 인구의 11.8%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인구가 약 1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5162만 명)의 3%가량이니, 안산은 매우 ‘이국적’인 도시인 셈이다. 

안팎의 걱정과 달리 안산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월 9일 22시를 기준으로 3명에 그쳐 다른 도시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70대 부부인 1, 2번 확진자는 지난달 22일 용인시 기흥구 소재 며느리(군포 2번 환자) 집에 방문했다가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신도인 3번 확진자는 지난달 16일 대구 신천지 예배에 참석한 뒤 자가격리를 하던 중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안산시내 확진자는 모두 내국인이며, 안산 외부 지역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문화거리 구역에서는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안산시와 상인회의 ‘방역 찰떡 호흡’

이런 결과는 안산시와 다문화거리 상인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효과로 볼 수 있다. 국내 전체 확진자가 아직 11명이던 지난 1월 31일, 안산시 공무원들과 상인회 임원들은 다문화거리를 중심으로 개인위생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 출신 상인과 주민들을 위해 중국어로 된 홍보자료도 배포했다. 안산시는 상인들을 위해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일찌감치 배포했다. 다문화거리에서 화장품점을 운영하는 안산글로벌원곡동상인회 황은화(47·중국동포) 회장은 “시에서 손 소독제를 미리 배포해서 (식당에는) 테이블마다 한 개씩 배치할 정도로 예방에 힘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안산 다문화거리 중간지점 모습. 상인들도, 고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서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 홍석희

안산시 방역대응팀은 코로나19 국내 발병 초기부터 다문화거리와 100미터(m) 가량 떨어진 안산역을 중심으로 거리 소독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원곡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구역을 설정해 일주일에 네 번씩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다문화거리 중간 지점에는 행인들의 발열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도 설치했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단원보건소 원곡보건지소 직원 2명이 실시간으로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한다. 

기준 체온인 35.2~35.3도(야외 설치 시 다소 낮게 측정)를 크게 상회하는 사람이 나타날 경우, 그 자리에서 체온을 다시 잰 뒤 원곡보건지소로 데려가고 해외여행력이 있을 경우 단원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보낸다. 지금까지 2명을 선별진료소로 보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방역담당자인 안산시청 안전사회지원과 정웅열(40) 주무관은 “다문화거리 주변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에 초기 방역 지역을 설정할 때 그 일대를 집중적으로 고려했다”며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중국 출신 주민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안산시 다문화거리 중간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천막. 안산시 공무원 2명이 거리에 설치한 카메라의 발열 측정결과를 천막 안에서 모니터 하고 있다. ⓒ 홍석희

중국 춘절 다녀온 종업원들 2주 동안 못 나오게 

황은화 회장은 중국인과 중국동포들이 고향에 다녀오는 ‘춘절’ 무렵에 긴장감이 특히 높았다고 말했다. 

“한국 구정(1월 24~26일) 쯤 사태가 벌어졌죠. 근데 다문화 거리 상인이나 종업원 중에는 중국 고향에 춘절(1월 24~30일)을 쇠러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춘절 이전에 미리 상인들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구정이나 춘절 기간 동안 중국에 다녀온 직원들은 출근시키지 않는 걸로. 증상이 있건 없건 무조건 집에서 2주 동안 쉬고, 아무 증상이 없었을 때 출근하는 걸로 정했어요. 왜냐면 2주 지나야지 결과가 나오는 거잖아요.”

상인들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 ‘셀프 자가격리’를 실시한 셈이다. 외국에 다녀 온 여행객이 많은 다문화거리 특성상 ‘여행가방 든 손님 출입금지’도 결정했다. 황 회장은 “매출에도 부담이 됐지만 초반에는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손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상인들 스스로 마스크를 열심히 쓰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매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안내문을 붙였다.

   
▲ 코로나19 확산 추세 속에서 인건비 등 유지비 절약을 위해 반달 동안 휴업하기로 한 마라탕 가게의 안내문. ⓒ 홍석희

당연히 매출은 급감했다. 황 회장 화장품 가게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전에 비해 평일, 주말 모두 하루 평균 매출이 60% 이상 줄었다. 황 회장은 “음식점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며 “매출이 90% 이상 줄어든 가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거리에 중국, 태국 등 500여 곳의 외국인 식당이 있는데,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며칠 쉬었다가 다시 문을 여는 방식으로 임시 휴업했던 식당이 30곳 정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전파자로 보는 시선’과 ‘가짜뉴스’에 상처 

“코로나 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저희 원곡동(다문화특구)은 전혀 상관없는 지역입니다. 단지 중국 사람이 많다는 것뿐이죠. 근데 안산역에 코로나 감염으로 피를 토하는 사람이 있다는 가짜뉴스까지 퍼지고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요즘엔 SNS로 순간적으로 정보가 전파되니까 그런 가짜뉴스 때문에 우리를 코로나 전파자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지역주민으로서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우리 스스로 지키자’는 각오로 지금까지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난 1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누군가가 안산역에서 피를 토하며 발작을 일으켰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는 게시물이 떠돌았다. 불과 30분 만에 다른 게시물에 의해 가짜뉴스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많은 안산 주민들은 상처를 입었다. 황은화 회장은 “코로나19가 시작한 곳은 중국이지만 한국 내 확진자는 대부분 한국 분들”이라며 “편견을 갖고 계속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 지난 1월 28일 SNS를 통해 ‘안산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피를 토하고 발작을 일으켰다’는 내용의 정보가 퍼졌지만(왼쪽) 불과 30분 만에 가짜뉴스라는 것(오른쪽)이 밝혀졌다. ⓒ 페이스북 캡쳐

또 다른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등포구에 등록된 중국 출신은 총 3만3581명(중국인 5590명+중국동포 2만7991명)으로, 서울시 구청지역 중 이 지역의 중국인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지난 11일 기준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8명은 모두 내국인이었다. 영등포구도 지난달 1일 ‘전국귀한동포총연합회’ 등 중국동포 단체와 함께 대림동 일대에서 한·중·영 3개 국어로 된 홍보자료와 마스크, 손소독제를 배포하며 코로나19 대응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8일에는 중국인 및 중국 방문자와 접촉한 고위험군 밀집지역에 소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대림동 주민들은 지난 1월 29일 한 언론사가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라는 제목 하에 중국인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기사를 보도하자 반발한 일이 있다. 해당 기사는 현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재판매 목적’ 마스크 사재기 횡행”이라는 제목으로 수정된 상태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신규확진자 발생 속도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안산시는 지난 주말 확진자 발생 이후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정웅열 주무관은 “안산 1번, 2번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 7일 공무원비상명령을 내려 모든 공무원이 확진자가 다녀간 거리와 건물에 소독약을 뿌리는 등 방역을 실시했다”면서 “확진자 동선 뿐 아니라 인접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방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출신 확진자가 없는 부분에 대해 “아직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안산시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일주일에 4회 이상 지역사회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 안산시청

편집 : 김지연 PD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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