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뒤늦게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시골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박동주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조차 낼 힘이 없는 수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기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대통령님께 편지를 쓰게 된 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지난해 11월 연예인 설리 씨가 사망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연예인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악플이었습니다. 여성 연예인의 복장과 외모에 집중된
<키워드 하나, 회사원>기자는 회사원일 뿐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언론사에 소속돼, 밉보이지 않고 좋은 인사고과 점수를 받으려 애쓰고 있다. 세월호가 기울었을 때 기자들은 단독보도에 눈이 멀어 유가족의 슬픔을 무시하고 이들에게 마음이 찢어지는 질문을 던졌다. 속보 경쟁에 매몰돼,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퍼뜨려 국민의 마음을 헤집어 놨다. 신문은 대기업의 사외보(社外報)에 불과하다. 2015년 삼성 분식회계 논란이 일었을 때, 몇 신문만 관련 내용을 실었다. 대다수 신문은 삼성 폴더블폰의 경이로움, 삼성이 지닌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보면 계층에 따라 쓸 수 있는 ‘말’이 다르다. 음성학자인 히긴스는 하류계층 여인 일라이자를 상류계층 귀부인으로 만드는 실험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히긴스는 일라이자를 사교계의 꽃으로 만든다. 이는 일라이자가 입는 옷, 뿌리는 향수, 걷는 모양새 등 외적 요소를 바꿔서 이룬 게 아니다. 하류계층이 가진 말투와 표현, 쓰지도 듣지도 못한 상류계층이 쓰는 ‘말’을 교육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다. 일라이자는 상류층 말을 씀으로써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말에는 특정 계층의 욕망과
“국무조정실에서 세어봤더니 청년정책은 30여 개 기관에 약 185개 대책이 있습니다. 돈은 20조 원 들어가게 되는데 청년이 체감하는 건 굉장히 낮은 거 같아요.” (국무조정실 차영환 2차장)왜 그럴까?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개최한 ‘청년 소통 열린회의’에서는 그 이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청년정책 많지만 와 닿는 게 별로 없다”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정책은 청년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그 밖에는 청년 정책이란
결투 상대 전투력을 수치로 파악한 ‘드래곤볼’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무렵 일본 만화 한 편이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마 이 시대에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이 만화 한두 권 보지 않은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만화 제목은 <드래곤볼>로 주인공 손오공과 가족·친구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싸우는 전형적인 결투 만화다. 강한 적을 겨우 물리치면 새로이 더 강한 적이 나타나고, 손오공과 친구들은 다시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다. 이 만화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극적인
열심히 살아야 한다니까 열심히 살긴 사는데요.자꾸만 가슴 속이 더워집니다.새벽같이 일어나 서둘러 씻고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에 집중하는 삶.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바삐 살고 있어요. 늘 나 자신에게 “열망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라!” 외치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어쩐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꿈을 이루기 위해, 혹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렇게 삽니다.열심히 달리고 있는 나의 몸과 마음은 어떤가요?혹시 지쳐있지는 않나요?열정과 열심의 더위에 혹사당하고 있지는 않나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냉랭한 한일관계를 풀려고 하는 모양인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만의 정의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그 학교에는 유독 일본인 학생이 많았다. 수많은 나라 다양한 친구들 속에서,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빠르게 친해졌다. 금세 밥도 같이 먹고 놀러도 많이 다녔다. 비슷한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반대로 서로를 향한 호기심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한번은 수업에서 국가간 관계가 다뤄졌다. 선생님은 “한국과 일본 관계는 어떠냐”며 웃으며 물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일본인 룸메이트 유키를 포함한 일본
남자는 100kg이 넘는 전동 휠체어를 탄다. 여자는 그 옆에서 두 발로 걸어간다. 쉬는 날엔 야구장으로 데이트를 하러 가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EBS 다큐 시선 ‘꼽슬과 빙구’를 보면 여느 커플과 다름없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커플과 다름없지만, 꼽슬과 빙구는 보통 커플과 다른 시선과 대우를 받는다.우리가 두 발 딛고 서있는 위치는 다른 곳의 풍경을 상상할 수 없게 한다. 남자기 때문에 혹은 여자기 때문에, CEO이기 때문에 혹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부모이기 때문에 혹은 자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
도우미 없인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교수님이 말로만 진행하는 강의가 제일 좋아요. 칠판에 필기하거나 PPT를 사용하는 수업은 무슨 내용이 씌어 있는지 알 수 없어 너무 답답해요.”점심식사 후에 이어진 강의는 스크린에 PPT(파워포인트)를 띄워 놓고 수업을 진행했다. PPT 내용과 말로 설명하는 내용에 차이가 없어, 듣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장애인인 기자의 짧은 생각일 뿐이었다. 슬라이드를 넘기려고 치는 키보드 때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시각장애인인 서연주(가명·20) 씨는 불안해했다.“지금은
“저도 이 학교 다니는 학생입니다”지난 5월 21일 오전 10시, 영남에 있는 A대학 한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갑자기 담당 교수가 쪽지시험을 치겠다고 했다. 여기 저기서 원망 섞인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교수는 웅성대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나눠주는 텍스트를 읽고 간단히 답만 써내면 된다”고 했다. 잠시 뒤 잠잠해진 학생들은 교수가 제시해 준 텍스트를 읽으면서 답안지를 쓰기 시작했다.“교수님!” 강의실 뒤쪽에서 한 여학생이 교수를 불렀다. 강의실 맨 뒤편 출입문 옆에 앉은 서연주(가명·20) 씨다.“어머, 어머, 미안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통계를 작성하고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면 어떤 통계가 좋은 통계인가?공장 연기가 발전의 상징인 시절의 통계먼저 사회가 필요로 하는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 우리 경제와 사회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인식도 바뀐다. 정부나 기업, 일반 국민의 관심 분야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면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경제발전의 상징이라 생각하고 뿌듯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미세먼지 걱정으로 그것을 당장 시정하라는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사회 환경이 바뀌
“이러다간 졸업 못 한다. 사라진 수업 복구해라.”“수업 듣고 싶어, 수업 하고 싶어.”토요일인 2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리미어 플레이스 빌딩 앞에서 열린 ‘강사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는 강사 말고도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경희대 등 대학생 20여명이 참석해 '강사구조조정으로 수강과목수가 줄어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수업과목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강사제도 개선과 대학 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 학생들도 합세해 '시간강사 대량 해고로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