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시내에서 출발해 청풍대교를 지나 구불거리는 산길을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 사이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을 둘러싼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어딘가 색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제천 덕산면에 있는 ‘누리마을 빵카페’다. 녹이 슨 카페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고, 건물 한쪽에는 빵카페가 만들어질 당시 후원했던 사람들 명단이 나무 팻말에 새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내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테이블이 8개 있었는데, 2개를 제외하곤 점심을 먹으러 온 제천간디학교 학생들로 북적였다. 까르보
의료를 시장에만 맡기면 수익 구조 상 지역의 병원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게 만들어진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은 모두 지역민들의 몫이다. <삐뽀삐뽀> 취재팀이 이번에는 사는 지역과 무관하게 국민 모두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집중 조명했다. 2019년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5.5%에 해당한다. 공공의료 병상 수는 OECD 가입국 평균 71.6%에 한참 떨어지는 9.7%다. 취재팀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왜 이렇게 허술한지,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지 살펴봤다.우리나라는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을
개고기가 배송 준비를 마쳤다. 제법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포장재로 쓰인 투명한 비닐에 아직 덜 빠진 피가 고였다. 이윽고 직원이 들어와 손수레에 가득 싣고 떠난다. 지난 6일 찾은 충북의 한 도축장에는 해체를 끝낸 개고기가 노란 상자 4개에 담겨 사무실에 쌓여 있었다. 염소를 도축한다고 허가를 받은 곳이다. “개는 (전체 도축량의) 5%도 안 돼. 안 하려고 하지. 마진이 없잖아. 내가 식당 가면 (보신탕) 하지 말라고 권유를 해. 염소탕만 하라고.” 성격이 소탈한 사장이 묵혀놓은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장은 개 식용 시장이 몇
지난 1일 충북 제천의 세명대학교 후문 일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불을 밝힌 술집들이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면서 대학 강의가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됐고, 식당과 술집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명대 후문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의 한 호프집은 1단계 일상회복 첫날부터 만석이었다. 술집 안에는 모든 테이블에 빈 술병들이 즐비했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신이 난 학생들의 수다가 섞이며 대학가 특유의 활기로 가득 찼다. 대학가의 주인, 학생들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아프면 서울이나 대도시로 가야 한다. 그 지역에 제대로 된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삐뽀삐뽀> 취재팀은 1~3화에서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충북 주민들 사연을 전했다. 산부인과가 없어서 매번 50분씩 걸리는 거리를 오가야 하는 충북 괴산의 임산부, 안과가 없어 2주에 한 번씩 진료봉사 오는 선생님을 기다리는 단양 주민도 있었다. 지역에 병원이 생기더라도 유지가 어려워 금방 폐원하고 마는 현실. <삐뽀삐뽀> 취재팀은 의료진과 전문가들을 만나 지역에 민간병원이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민
“그런 사람 여기에 없어요. 그리고 저희는 장기투숙객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곳이랑 착각하신 것 아닌가요?”지난 6일, 제천역 반경 300미터(m) 안에 있는 여관촌을 찾았다. 폭 7m 도로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 여러 대를 지나 A여관에 도착했다. 공범과 함께 미성년자를 강간한 전과자 김창대(가명) 씨의 주거지로 등록돼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투숙객이 머무를 수 있는 방 8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공용샤워장과 세탁실이 있어 장기투숙객이 머물 수 있는 환경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니 김창대(가명)라는 이름의 투숙객은
지난 20일 오전 8시 40분 제천시 백운면 다릿재터널. 작업 시작 20분을 남겨놓고 노정환(57)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산하 다릿재터널관리사무소 과장과 작업자 7명이 청소를 위해 터널 앞 3차선에 섰다. 터널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이날 아침 온도는 영상 3도였다.작업자들이 도착하고 7분 뒤 ‘브러시차’와 ‘노면청소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브러시차는 양옆에 부착된 호스로 물을 뿌리며 회전솔로 측면을 청소해 ‘물차’라고도 불린다. 브러시차와 노면청소차는 작업자를 중심으로 이동한다. 물차는 작업자보다 앞서간다.
“이제는 죽지 못해 여기서 농사짓고 있는 거야. 300명 살던 마을에 이제는 50명도 안 남았어.”18일 오후 2시쯤 제천시 금성면 구룡2리. 15평 남짓 가정집에서 물건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30평 마당을 가득 채웠다. 마당을 채운 물건은 구룡2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모 씨의 유품이다. 청소업체와 유가족들이 김 씨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 씨의 집에서 50m 떨어진 밭에서 참깨를 털고 있던 박길수(78) 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김 씨의 집을 쳐다봤다. 40명 남짓 거주하는 마을에 구성원이 떠나 허전함은 더해졌다.70년대
충청북도 제천시 숭문로16길과 독순로7길이 교차하는 곳에는 모텔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밤이 되면 모텔의 불빛이 거리를 밝힌다. 그 불빛 사이에 흰색 벽으로 가려진 ‘관계의미학’ 카페가 있다. 하얀 벽 안으로 들어가면, 정사각형의 녹색 정원을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벽에는 ‘관계의미학’이라 적힌 문패가 붙어 있다. 문패 옆 대문은 열려있다. 지난 17일 저녁, 그 틈으로 가수 윤상의 ‘한 걸음 더’가 흘러나왔다. ‘관계의미학’은 박흥진(39), 김수지(33)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문을
시래기는 눈과 비를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잘 손질해 보관해 뒀다가 푹 삶아 밥과 함께 볶아 참깨를 솔솔 뿌려 강된장과 비벼 먹는다. 자극적이지 않아 입에 넣자마자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수 있지만, 독한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순하고 깔끔한 그 맛이 다시 떠오른다. 80년을 한자리에 있는 건물제천역에서 100미터(m) 남짓 떨어진 곳에 ‘제천시락국’이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남편 신은우(63) 씨는 홀 서빙을 맡아서 하고, 아내 윤영선(60) 씨는 주방 일을 주로
교통은 우리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입고, 먹고, 머무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오가는 일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장거리 이동수단으로는 항공, 고속버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기차는 남다르다.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과는 다르게 산속 깊은 골짜기 마을 근처에도 간이역이라고 하는 기차역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져 폐역이 된 곳도 꽤 있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았고, 보존돼 추억의 명소가 된 곳도 여럿 있다. 무엇보다 기차
8일 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103호에서 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중국에서 온 신과 씨가 무대에 서서 ‘나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었다. 국제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중국어 성조가 묻어나는 한국말로 “그림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7명의 세명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에서 왔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한 자리씩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는 한글날 575돌을 맞이해 세명대학교
충청북도의 여러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에는 없는 진료과가 많다. 단양, 괴산, 보은에는 이비인후과가 없고, 단양, 음성, 증평, 괴산, 보은, 옥천, 영동에는 피부과가 없다. 단양, 음성, 증평, 괴산, 보은, 옥천에는 분만시설이 없어서 지역민은 '원정출산'을 가야 한다. 지역에 병원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민간이 적자를 보면서 병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역민의 건강권이다. 수요가 적어 병원이 문을 닫으면 지역민은 어쩔 수 없이 '원정진료'를 받는다.정부와 지자체들은 지역 의료격차를 메우기 위해 이런저런
충청북도는 의료 취약지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실태조사'를 보면 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58.5명으로 가장 높다(전국 평균 50.4명). '치료 가능 사망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숨지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의미다. 충북에 노령 인구가 특별히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노령 인구가 많아서 생기는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기준으로 봐도 2019년 충북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335.8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30.4명
최근 충북 제천시의 한 개 사육장이 지역사회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물과 먹을 것 없이 ‘뜬장’에 갇힌 사냥개 20여 마리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제천시도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제천시는 ‘사냥개도 반려견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반려견을 사육할 때 필요한 관리의무에 어긋나는 부분을 고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제천시청 담당 공무원은 사육장 주인이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보고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곧바로 상태가 심각한 개 네 마리를 분리조치해 동물보호
사육장에 다가서자 개 수십 마리가 절규하듯 짖어댔다. 사육장 주변에 비닐하우스 잔해 같은 폐기물과 폐타이어 등이 나뒹굴었다. 개들은 마실 물과 먹을 것 없이 방치돼 있었다. 개 주인이나 관리자는 현장에서 몇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지난 10일 단비뉴스가 확인한 제천시 봉양읍의 한 개 사육장은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누렁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식용 ‘개농장’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발견한 개 22마리 가운데 경비견으로 보이는 6마리를 빼면 모두 땅을 밟을 수 없는 이른바 ‘뜬장’에 갇혀 있었다. 뜬장은 배설물이 철장 바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에 걸맞게 정치, 경제, 문화 시설들이 모여 있다. 서울에 모든 것이 있으니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조선 시대부터 늘 그랬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아들에게 절대 한양 사대문을 떠나지 말라고 말을 남겼을 정도다. 반면에 경치 좋기로 유명한 충북 단양은 어떨까? 2만 8천여 명의 군민이 사는 단양에는 없는 것이 많다. 영화관이 없어 문화생활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종합병원도 없고 안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원도 없다.사람들은 인구가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병원 운영에도 경제적인 부분을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