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줄지만 끊이지 않는 개고기 유통

개고기가 배송 준비를 마쳤다. 제법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포장재로 쓰인 투명한 비닐에 아직 덜 빠진 피가 고였다. 이윽고 직원이 들어와 손수레에 가득 싣고 떠난다. 지난 6일 찾은 충북의 한 도축장에는 해체를 끝낸 개고기가 노란 상자 4개에 담겨 사무실에 쌓여 있었다. 염소를 도축한다고 허가를 받은 곳이다. 

“개는 (전체 도축량의) 5%도 안 돼. 안 하려고 하지. 마진이 없잖아. 내가 식당 가면 (보신탕) 하지 말라고 권유를 해. 염소탕만 하라고.” 성격이 소탈한 사장이 묵혀놓은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장은 개 식용 시장이 몇 년 사이 크게 줄어 더는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했다. 3년 전쯤만 해도 매일 개 40~50마리를 도축했다. 염소보다 많이 잡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10마리만 잡는다고 했다. 

“몰래 도축해도 그만둘 수는 없어”

이 도축장은 개 한 마리를 50만 원에 사 오면, 고기로 만들어 70만 원에 식당가에 판다. 전기 도살에 들어가는 전기료와 인건비를 빼도 이익이 남기는 하지만, 위험 부담까지 짊어지면서 예전만큼 많이, 자주 하기는 어렵다. 개는 염소와 체구가 비슷해 전국적으로 염소 도축장에서 개를 잡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2019년 4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허가받은 가축이 아닌 동물을 도살하는 도축장에는 2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도축할 수 있는 동물에 개는 들어 있지 않아, 개는 어느 도축장에서도 도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검역관을 도축장에 파견해 도살 과정을 감독한다. 도축장에서는 검역관의 눈을 피해 주로 이른 새벽 개를 잡는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때와 맞물려 개고기 소비도 주는 추세다. 팔려는 개 농장도 아직은 많고, 사려는 식당과 찾는 손님도 크게 줄지 않았지만, 중간에서 도축해주기 어렵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충현 사무관은 “(법 개정으로) 개가 도축장에 가는 것부터 허용되지 않다 보니, 요즘은 개 도살이 음성적으로 숨어버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몇 년 안에 (개 농장들은) 문 닫지 않을까. 차라리 보상해주면 그 사람들 안 한다고. 염소나 소로 바꾼다니까. 1년이면 1년, 기간을 둬서 폐업 신고받고 보상해준 다음에 단속하겠다 하면 받아들인다고. 지금은 남 생업을 망가뜨리고 다니는 거야. 순서가 잘못된 거지. 쥐도 쥐구멍도 안 내고 몰아붙이면 고양이를 물어. 괜히 죄인부터 만들지 말란 말이야.” 

개 농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 사장은 개 농장과 관련 산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이 정비되고,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생업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도축장 사장은 “환경단체, 방송사 등 생업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많아 출입금지 푯말을 세웠다”고 말했다. ⓒ 박성동

제천에만 육견 1만 마리 사육 추정

“몰래 도축할 수 있는 업자를 끼고 있는 농장만 하는 거예요.” 제천시에서 개 2500여 마리를 기른다는 한 농가. 2019년 전까지 매출이 많을 때는 연간 3억 원, 적게 나올 때도 1억 8천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천만 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농장주는 경기도에 있는 중간업자와만 거래한다고 말했다. 중간업자는 개를 받아 경기도 내 도축장이나 경매장에 넘기는데, 성남시 모란시장 등에서 개 식용 단속이 심해지면서 도축장과 거래도 어려워졌다. 그는 “판로가 없다”며 “도축비가 마리당 3만 원인데, 만 원 더 얹어줄 테니 거래처를 소개해 달라는 사람도 얼마 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개 농장은 사육장에서 자체 번식을 시켜 마릿수를 유지한다. 개는 많으면 일 년에 세 번도 출산할 수 있다. 한 번에 열두 마리, 못해도 서너 마리는 낳으니 그 가운데 한두 마리가 열악한 환경에서 죽는다고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15년째 개 농장을 해온 농장주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면 골치 아픈 영업을 그만둘 뜻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육장으로 쓰는 가설건축물도 다 불법이다. 자진신고하면 세금 물리지 않는다고 했던 때가 있어서 신고했다”며 “(사료로 쓰는) 음식물폐기물 사용 등도 허가가 잘 안 나온다”고 덧붙였다. 

제천시에 신고된 개 사육장은 34곳, 사육 규모는 모두 9800여 마리다. 가축분뇨법에 따라 60제곱미터(㎡)를 넘는 면적에 개를 사육하려고 분뇨처리시설을 갖췄다고 신고한 곳만 따질 때 숫자다. 아무리 적은 곳도 사육 규모가 100마리 수준이고, 많은 곳은 1000마리를 기른다. 앞서 2500여 마리를 기른다고 말한 농장은 지난 2008년 농가시설을 신고할 당시 600여 마리 수준으로 신고됐는데, 운영 과정에서 사육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개는 소나 돼지와 달리 사육두수가 늘거나 줄더라도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동물권 단체와 육견협회에서 추산하는 식용견 규모는 전국적으로 100만에서 200만 마리 사이다. 

하지만 개 농장은 대개 깊은 산지에 있어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도로변 가까이 자리하더라도 검은 비닐하우스를 사육장으로 써, 밖에서는 개 농장인지 알기 어렵다. 비닐하우스 폭은 보통 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내부에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철망 구조물인 ‘뜬장’이 4열로 빽빽하게 줄지어 있다. 

▲ 제천시에 개 980여 마리를 키운다고 신고된 농장. 투견으로 개량돼 살과 근육이 많은 도사견을 기른다. 4년 전 영업을 승계했다는 농장주는 현재 2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네 동을 갖췄지만, 내부에 있는 ‘뜬장’은 절반 이상 비어 있다. ⓒ 박성동

개 농장에서 개를 키우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축산법상 가축사육업은 기본적으로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자유업이다. 전염병에 취약하고 농가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기르는 소와 돼지, 닭, 오리만 사육시설 면적이 50제곱미터(㎡)를 넘을 때 허가 대상이다. 세부적으로 규정된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을 확보해야 하고, 소독과 환기장치, 온도조절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등 규제를 많이 받는다. 개 농장의 경우 분뇨처리시설 이외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다. 건축법과 폐기물관리법 등도 주변적인 규정일 뿐, 어떤 목적으로든 개를 사육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할 근거는 없다. 

줄지만 끊이지는 않는 개고기 소비

제천시 중심 상가의 한 보신탕집. 개고기 파는 게 좋은 일도 아니라며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중년의 여성 사장은 “올해처럼 보신탕 안 팔리는 건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개고기를 팔아온 지 6년째인 사장은 “보신탕이 잘 팔릴 때는 남편과 둘이 일해도 일손이 모자랐지만,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신탕이 많이 나갈 때는 개 한 마리를 도축장에서 사 오면 열흘 만에 소비했지만, 지금은 2~3개월은 족히 걸린다. 사장은 “요즘은 개 먹던 손님도 와서 염소탕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소비가 줄고 있지만, 사장이 더 걱정하는 건 개고기 공급이다. 사장은 “손님들이 개고기를 찾아도 재고가 없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여름에도 거래하던 도축장에서 개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해 애먹었다”며 다른 도축장에 겨우 사정해 한 마리 잡아 왔다”고 털어놨다. 한 번 확보한 개고기는 120에서 130그램(g) 정도, 1인분씩 진공상태로 소포장해 보관하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제천역에서 가까운 다른 보신탕집은 개고기를 취급하지 않은 지 4년째다. 보신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져 아예 간판과 상호에 ‘영양탕’을 빼버렸다. 주요 메뉴도 두부찌개로 바꿨다. 하지만 모든 식당이 이곳처럼 변화를 시도하는 건 아니다. 제천시내에는 아직도 보신탕집 10여 곳이 남아 있다. 

지난달 18일 찾은 제천시내 유명 보신탕집은 오후 3시쯤이었는데도 두 테이블에서 손님 예닐곱 명이 보신탕을 먹고 있었다. 더는 보신탕을 팔지 않는다고 한 업주는 “손님들이 염소탕을 먹는 중인데, 가격을 맞추려고 표기만 보신탕으로 해뒀다”고 말했다. 개고기를 어디서 받아오는지 여러 차례 묻자 “우리 집은 개고기를 뜻하는 낱말이 버젓이 간판에 들어가 있는데 불법이었으면 애초에 허가를 내주지 말지 그랬냐”며 “이제 와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천역 앞 오일장에서도 몇 년 전까지 개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시장 상인이 장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고추나 애호박 같은 채소와 함께 아이스박스 안에 개고기를 담아 팔았다. 개고기를 팔아온 상인은 “찾는 사람이 줄어 자연스럽게 팔지 않게 됐다”면서도 “1근(600g)에 만 원씩, 10만 원 이상 주문하면 도축장에 부탁해 개를 잡아 온다”고 말했다. 

▲ 오일장마다 개고기를 팔던 자리. 지금은 개고기를 좌판에 꺼내놓고 팔지는 않지만, 시장상인은 주문을 대량으로 받으면 개고기를 만들어 판다고 말했다. ⓒ 박성동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생각

동물권 단체들은 개 식용 금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다’는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개라는 한 종을 식용견과 반려견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인종차별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경선 토론회에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유승민 후보 질문에 “반려동물 학대가 아니고,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느냐”고 답했다. 유 후보는 “개는 같은 개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대로라면 식용개와 반려견을 구분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동물보호법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반려동물은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개’라고 돼 있다”며 “문언 해석상 ‘반려 목적이 아닌 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끼도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토끼고기를 허용하고 있어 반려토끼와 식용토끼가 나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려견 생산시설은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2016년부터 동물생산업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식용견을 기르는 개 농장은 뜬장 사용 금지 등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찬 동물권단체 케어 자문변호사는 “현행법은 반려 목적인 개와 아닌 개를 구분하는 해석도 가능한 상태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동물에서 반려동물만 떼어내 특별히 보호하는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모든 동물을 평등하게 더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개고기 판매는 현재도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며, 처벌 규정만 없을 뿐 “지금과 같은 열악한 개 농장에서 개를 기르는 자체가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편집: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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