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여관·공장’이 주거지…“수시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

“그런 사람 여기에 없어요. 그리고 저희는 장기투숙객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곳이랑 착각하신 것 아닌가요?”

지난 6일, 제천역 반경 300미터(m) 안에 있는 여관촌을 찾았다. 폭 7m 도로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 여러 대를 지나 A여관에 도착했다. 공범과 함께 미성년자를 강간한 전과자 김창대(가명) 씨의 주거지로 등록돼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투숙객이 머무를 수 있는 방 8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공용샤워장과 세탁실이 있어 장기투숙객이 머물 수 있는 환경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니 김창대(가명)라는 이름의 투숙객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사례가 확인됐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거주지가 등록된 박철민(가명) 씨. 지난 2009년 4월부터 두 달 동안 경기도 광명시 일대에서 두 차례의 성폭행을 저질러 강도강간과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음성군 읍내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등록된 주소지로 가보니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유통회사 건물이 나왔다. 경비실 건물 오른편으로 은색 바리게이트 정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공장 마당에서는 트럭 2대에 직원들이 짐을 싣고 있었다. 유통회사에 기재된 연락처로 박 씨에 대해 물으니 “그런 사람 모른다”고 답했다. 박 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경상도로 돼 있었다. 

▲ 성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박철민(가명) 씨가 실제 거주지로 등록해 놓은 공장이다. ⓒ 김정산

최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이전과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잇따라 보도되며 성범죄 전과자 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2008년부터 2017년 사이 등록된 범죄 사례를 분석한 ‘2020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처음 범죄를 저질러 ‘원등록’ 된 이후 3년 이내에 재등록된 재범 사건은 2천 901건 가운데 약 62%를 차지했다. 전자발찌 부착 사례의 재범률도 58% 이상으로 나타났다.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명령 대상자들의 거주지를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는 여성가족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과자들의 주소 갱신과 감시 등의 업무는 경찰과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여가부는 신상공개명령 대상자의 허위 주소 등록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범죄자 알림e 주소등록은 법무부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송달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법무부가 경찰에 등록 자료를 전송하면 경찰은 등록대상자의 사진과 주소지 등을 접수 받은 다음 법무부로 신상이 담긴 자료를 보낸다. 법무부는 이를 바탕으로 여가부에 홈페이지에 공개할 정보를 넘긴다. 여가부의 역할은 홈페이지 관리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여가부 로고만 있어 많이들 헷갈려하지만, 실제로 주소지 관리 등은 법무부와 경찰이 함께 하고 있다”며 “주소 등 수정 사항이 있으면 즉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신상정보공개 대상자의 거주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법무부가 형량 등에 따라 3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대상자에 대한 감찰 시기를 정하는데, 우리는 그에 따라 현장 점검을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명령 대상자가 주소 변경이나 차량구입 등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가 점검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거주지로 등록한 곳에 살고 있지 않으면 즉시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감시로 신상정보공개 대상자의 거주지가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상정보공개 대상자에 대한 수시 밀착 감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현재의 성범죄자 추적 제도의 빈틈을 채우려면 인력 문제가 발생할 텐데, 이를 위한 수많은 비용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당장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라며 “수사권이 없는 여가부가 경찰, 법무부에 수시로 감시 요구를 하거나, 경찰과 법무부가 일부 누락자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편집: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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