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천·단양 ‘인구감소지역’ 공식 지정

“이제는 죽지 못해 여기서 농사짓고 있는 거야. 300명 살던 마을에 이제는 50명도 안 남았어.”

18일 오후 2시쯤 제천시 금성면 구룡2리. 15평 남짓 가정집에서 물건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30평 마당을 가득 채웠다. 마당을 채운 물건은 구룡2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모 씨의 유품이다. 청소업체와 유가족들이 김 씨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 씨의 집에서 50m 떨어진 밭에서 참깨를 털고 있던 박길수(78) 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김 씨의 집을 쳐다봤다. 40명 남짓 거주하는 마을에 구성원이 떠나 허전함은 더해졌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구룡2리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다. 가구당 평균 8명이 살았으며 박 씨네 가족은 13명이었다. 모두가 농사를 짓던 시절이라 작은 마을에서도 부족함 없이 경제활동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났다. 청년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구룡2리 참깨밭과 농기계 창고. 박길수(78) 씨가 아내와 함께 참깨를 털고 있다. © 김정산

“농업 선진국은 생산, 가공, 유통을 마을에서 전부 다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농촌은 생산만 하잖아. 그러니 누가 시골에 와서 살려고 하겠어? 청년들에게 맞는 일을 시켜야지.”

오후 3시 30분쯤 단양군 적성면 소야리. 소야리는 입지가 좋아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이 매년 유입되는 곳이다. 제천시 생활권에 고속도로가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야리의 전체 인구는 매년 감소세다. 이동근(67) 소야리 이장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마을 상황에 근심을 내려놓을 수 없다.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전입을 와도 부부가 동시에 내려오는 경우는 없으며 둘 중 한 명이 미리 내려와서 살아본 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주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2차병원을 가기 위해 차량으로 40분을 이동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다가온다. 소야리에도 자식들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자식들이 멀리 살고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병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약에만 의존하고 있다. 차량이 있는 사람들도 긴급한 상황에서 직접 운전을 하고 움직일 수 없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 충북 단양군 적성면 소야리 고추밭. 수확을 마쳤지만 내년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올해 뿌린 비료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내년 농사에 도움을 준다. © 김정산

제천시는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관내에 있는 세명대학교·대원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주소 이전을 권장하고 있다. 주소를 이전한 대학생에게는 100만 원을 지원하는데 올해는 5억 5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한 다자녀 가정 학자금 지원 사업,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청년 끌어 모으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제천시의 인구는 2019년 1월 13만 5159명, 2020년 1월 13만 4359명으로 800명이 감소했으며, 2021년 9월 인구는 13만 1879명으로 2019년 1월 대비 3280명이 줄었다. 매달 100명씩 제천을 떠난 셈이다. 지금까지의 인구 확보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제천시도 지금까지의 인구 유입 정책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제천시청 양승호 인구정책팀장은 앞으로는 단순 전입신고로 인구를 유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산업단지를 신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제천시와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제3산업단지 공장 신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제천시는 1차와 2차 산업단지가 조기 분양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3차 산업단지 분양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제천시는 또 2023년 신설 예정인 코레일 제천 정비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서게 되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500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는 제천과 단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 전국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말 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지난 6월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해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고시된 89개 인구감소지역에는 강원도 영월, 정선 등 12개 지역과 충청북도 제천, 단양 등 6개 지역이 포함됐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각각 16곳으로 가장 많고, 경상남도 11곳, 전라북도 10곳, 충청남도는 9곳, 경기도는 가평과 연천 두 곳이 포함됐다. 이미 지난 5월 기준으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단양을 포함해 소멸위험지역인 제천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건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역 인구 유입 사업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자체 차원의 정책들이 지역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효과를 내지 못하자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중앙정부가 큰 틀에서 지원 방향을 정하면,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편집: 최은솔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