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1조에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 의무’를 명시해 ‘환경국가’로 도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6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대한민국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기자회견에서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등 각계 인사 29명이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닌다’는 3항을 헌법 1조에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헌법 1조는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KT&G 서울사옥에는 택배 상자 7~8개가 잇달아 배송됐다. 이 회사 직원이 상자를 열자 담배꽁초로 빽빽한 페트병과 비닐봉지가 가득 나왔다. 이런 손글씨들이 적힌 편지도 상자마다 들어있었다.“하루에 버려지는 꽁초 1246만 개! 1년에 45억 개비! 꽁초에 플라스틱, 알고 계세요?”“저희가 걸어 다니는 모든 곳과 도로에서도 눈에 띄는 담배꽁초가 잘 안 보이시나요? 저희의 귀한 시간 내어 직접 주운 꽁초를 보내드립니다.”“담배꽁초는 쓰레기통에 버리게 해주세요. 우리가 먹고 씻는 물에
30일 공식 개막한 서울 녹색미래(P4G)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시민·환경단체들이 정부에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잇달아 열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P4G 멈춰! 우리가 바로 녹색이다!’ 집회가 열렸다. 섭씨 3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날씨에도 환경·노동·인권·종교 등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나온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초록 깃발과 크고 작은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환경·노동·인권·종교단체 150여 명 청계천 광장에서 집회 황인
27일 오전 11시 30분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검은색 우비를 입은 남녀 청소년 5명이 서울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광장에 섰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인 이들은 취재진 30여 명이 빙 둘러선 가운데 ‘청소년들이 DDP 앞에 썩은 당근 217kg을 쏟아부은 이유는?’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들의 뒤편엔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의 사진이 들어간 종이 조형물과 ‘기후위기는 최악인데 왜 입만 움직여?’ 등이 적힌 팻말이 놓여있었다. 윤현정(17) 활동가가 말문을 열었
지난달 30일 밤 12시쯤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공식 폐쇄됐다. 두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 석탄발전소 수는 일단 56개로 줄었다. 각각 560메가와트(MW) 발전용량을 가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1983년 8월과 1984년 2월에 준공돼, 약 38년간 전기를 생산했다. 가동연한은 30년이었다. 문을 닫은 두 발전소 바로 맞은편에는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들어섰다. 새 발전소 2기의 합계 발전용량은 2080MW로, 폐쇄된 2기의 2배 규모다. 고성하이1호기는 지난 14일
“지구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플랜B는 없습니다.” 12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한국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말했다.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그는 “신은 항상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인용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 참석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한 가운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코로나19는 지구환경
벚꽃이 거리를 눈부시게 수놓았던 지난달 초. 이시현(26) 씨는 친구들과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으로 꽃구경을 갔다. 친구들은 사진을 찍기 바빴지만, 이 씨는 웃을 수 없었다. 기후변화 탓으로 벚꽃이 열흘이나 일찍 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며칠 후에는 야경을 보러 서울 응봉동의 응봉산에 올랐다. 아름다운 풍경 뒤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자동차들과 빛공해를 일으키는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야경을 만끽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이 씨는 입을 뗄 수 없었다. 이 순간에도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난달 12일 오전 7시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정문 앞 보도가 피처럼 붉은 물감으로 뒤덮였다. 흰색 방호복을 입고 등짐펌프를 멘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다섯 명이 순식간에 뿌린 것이다. 활동가들은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 포스코 삼진아웃’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포스코 직원들이 막아선 가운데,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갔다. 활동가들은 철강을 만드는 포스코 사업장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데다, 자회사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에 석탄발전소까지 짓고 있기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11일 지진해일(쓰나미)로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로 식혀주지 못해 1~3호기에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났다. 핵연료가 과열되면서 원자로 노심이 녹아 격납용기 밖으로 흘러내린 것이다. 사고 후 일본 정부는 ‘40년 이내에 사고를 수습하고 폐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안팎의 원전 전문가들은 이것이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에 따르면 수소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에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로 경각심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법 개정 등 국가가 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국가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개인부터, 지역 사회부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주부 양미아(46) 씨는 지난 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 씨는 지난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후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플라스틱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염(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피난명령을 해제하고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후쿠시마는 여전히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땅입니다.”4일 오전 10시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가가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린피스 전문가들은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원전 사고와 관련, 방사성 오염조사 보고서와 원전 폐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산업계에서 나오는 고기든 해산물이든 엄청난 피해를 입겠지. 우리가 수산물 수입도 많이 하는데, 후쿠시마 근처에서 난 고기를 다른 지방으로 옮겨가지고 수출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사실 이거는 우리나라만 떠들어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떠들어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지난해 12월 26일 오전 6시 <단비뉴스> 취재진이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70대 횟집 주인의 말이다. 그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것이라는 뉴스에 바다 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자갈치시장 등 수산업계 상인들 피해 걱정 코로나19로
"최근 폭우와 태풍, 산불, 가뭄 등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 지구촌 곳곳에서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전환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꼽히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늘 창립하는 그린수소포럼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 중심의 수소경제 소통 채널이 될 것입니다."2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그린수소포럼 창립식에서 진행을 맡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
이탈리아 베니스를 우린 ‘물의 도시’라 부른다. 건물 사이로 굽이진 물길을 상상하며 곤돌라를 탈 때의 낭만을 그리곤 했다. 지난해 겨울에 찾은 베니스의 물은, 그러나 너무도 탁했다. 얼마나 뿌연지, 마늘 넣고 끓인 미역국 같았다. 노를 저으며 세레나데를 부를 것 같던 선원은 곤돌라에 앉아 담배를 태웠고, 도시 곳곳에서는 인부들이 그해 여름 홍수에 쓸려온 이물질을 아직 청소하고 있었다.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불현듯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관광객이 줄자 베니스의 물길이 내가 기대했던 투명함을 찾았다고 한다. 물과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이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사선 오염 덩어리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려는 아내에게 의사가 외친다. 또 다른 부모는 눈을 제외한 온몸의 구멍이 막힌 채 태어난 딸을 두고 마음이 무너진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체르노빌의 목소리>에 나오는 원전 사고 희생자들의 모습이다.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비극을 불러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논리는 공고하다.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 이 논리는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그들은 인류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빛의 기둥’을 보러 나온 지역 주민들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달이 밝게 빛났고, 눈이나 꽃가루 같은 것이 날렸다. ‘빛의 기둥’을 보러 철교로 나온 주민들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자신들이 판타지 세계에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응시했던 신비로운 ‘빛의 기둥’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후, 방사능에 공기가 이온화해 발광한 것이었다. 눈발이나 꽃가루처럼 흩날리던 먼지는 방사능 낙진이었다. 체르노빌 원전이 터진 날 밤, 제어되지 않은 원전의 민낯을 철교에서 응시
사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마지막 비상구>라는 책 제목은 너무 비상해 보였다. 비상구는 화재 등의 위급상황에서 쓰는 단어가 아니던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비상구라기엔 지구 수명이 한참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을 펼치자마자 ‘대한민국은 세계 4대 기후악당’ ‘기후위기대응지수(CCPI)가 61개국 중 58위로 바닥권’과 같은 표현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진심으로 대하며 읽기 시작한 건 원전밀집지역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였다.어린 주현이가 ‘생존배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