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활 속 ‘기후위기 대응’ 동참하는 기성세대

“주변에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로 경각심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법 개정 등 국가가 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국가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개인부터, 지역 사회부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주부 양미아(46) 씨는 지난 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 씨는 지난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후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플라스틱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생활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은 생산, 가공, 폐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방출하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연분해되지 않아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대나무 칫솔, 개인 용기 등으로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 

양 씨는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가 가능한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고, 지인들과 소프넛(천연비누로 쓰이는 나무열매)으로 만든 세제와 수제비누 제작법을 배워 직접 만들어 쓴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로 배출되는 물티슈 대신 행주를 구입해 장기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천연세제는 합성세제 속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고 행주는 물티슈 속의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스테르를 줄일 수 있다.

▲ 양미아 씨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사용 중인 대나무 칫솔과 행주 등 생활용품. © 양미아

양씨는 이런 실천 노력이 주변의 비협조로 벽에 부닥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을 포장할 때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개인 용기를 준비하는데, 식당에서 거절하고 일회용 포장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법을 개정해서 업주들이 거절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자발적으로 ‘무포장 운영’을 하는 매장들도 등장하고 있다.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가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의 카페 트랜스는 1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모두 없앴다. 음료를 사가는 고객은 개인 용기를 준비해 오거나 텀블러 대여를 이용해야 한다. 최정희 매니저는 지난 1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지나가다 들어오는 분들은 테이크아웃을 할 때 보증금을 받고 (텀블러) 반납을 부탁드릴 경우 다른 카페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며 이어 “최근에는 텀블러를 반납하기 어려운 손님들에게 여러 번 사용할 것을 부탁드리며 (기증받은 텀블러를) 선물로 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장식 대량축산시설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도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인데, 이 카페는 모든 메뉴를 비건(완전 채식)으로 운영 중이다. 

▲ ‘모든 메뉴 비건’ ‘일회용 컵 없는 카페’ 등의 구호를 내세운 카페 트랜스 입구. © 카페 트랜스

환경단체 후원 늘고 환경책 독서모임도

‘꿈꾸는 모래시계’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누리꾼은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를 일시 후원하다 이번 달부터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6일 <단비뉴스> 이메일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우연히 TV광고를 보고 그린피스 일시후원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고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그린피스 정기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속에서 텀블러, 천연비누, 장바구니 사용 등을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했지만 불가피하게 플라스틱 제품을 사야 하는 경우들을 겪으면서 한계를 느꼈다”며 개인적 실천을 넘어 집단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김민주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 따르면 실제로 후원이 늘어, 지난 2019년 대비 2020년 신규 후원자가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담당자는 지난 1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정확한 액수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2020년 1·2월 호주산불 발생, 8·9월 태풍 등 기후위기 이슈가 심각할 때 온라인 신규 후원자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개인이 모여 환경 독서모임 등을 결성하기도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활동하는 빨강장화북클럽은 2018년 출범했는데, 올해 1월부터 환경책 독서모임을 추가로 열고 있다. 빨강장화북클럽은 매달 1권의 환경책을 읽고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며, 지난 1월과 2월에는 각각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를 읽고 토론했다. 

이 클럽을 운영하는 김혜현(39) 씨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올해부터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어 고민 끝에 환경 독서모임을 시작했다”며 “지금도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은 의미가 없고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6명 정도 참여를 기대했는데 1, 2월 모임에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놀랐다”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커졌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환경 활동 관심 가졌다가 전문 강사로 활동 

인천시 미추홀구에 사는 주부 이정민(45) 씨는 공정무역과 환경에 관해 공부모임을 갖는 등 환경 관련 활동을 하다 현재 지역에서 환경 강연을 다니고 있다. 2017년 개관한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 내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에서 환경공부 모임을 했던 게 첫걸음이었다. 이 씨는 지난달 20일 줌(ZOOM) 화상회의로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공정무역 커피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다가 기후위기에 대해 알게 됐고, 딸을 생각해서라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에코센터에서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추진한 ‘온마을학교’ 사업에서 강사로 선발됐고 현재 선학중학교에서 3학기째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씨는 “기후위기로 살 땅이 줄어들고, 취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때문에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는데, (교육이 없다면) 합의점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의 딸 김나현(8) 양도 이 씨의 교육을 받아 친구들과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 줌(ZOOM)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정민 씨와 딸 김나현 양(위). 아래는 지난해 9월 인천시청 앞에서 탈석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있는 이정민 씨의 모습. © 민지희, 이정민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되긴 싫다’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재난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요.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

지난해 9월 25일 ‘기후를 위한 온라인 결석시위’에 참여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외쳤다. 그들은 미래에 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기성세대에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린뉴딜, 2050 넷제로, 탈원전, 탈석탄 등 다양한 정책이 발표됐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9년 통계에서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1.7톤(세계 7위)으로 여전히 많고 감축 추세도 더디다.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2020년 발표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보고서는 “한국의 탄소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 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2020년 9월 열린 ‘기후를 위한 온라인 결석시위’에서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 청소년기후행동

김영준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아직 우리나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길거리 시위를 나서면, 가끔씩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지만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활동가들 위주로 운동이 이뤄지고, 시민들 현장 반응도 크지 않아 온라인 반응을 주로 확인하는데 악플도 많이 달린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활동가는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환경 선진국처럼) 활동가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이 의식을 갖고 지역공동체에서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연구소 조주은 연구원은 한국의 기후행동이 정책수립과 법 개정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달 1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결석 시위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데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지 않은 것 같다”며 “부족한 인식 탓에 캠페인 참여자가 적어 캠페인보다는 정책적, 법적 변화를 꾀하게 되고, 캠페인을 하지 않으니 위기의식이 확대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9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약 96%의 응답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답했지만 아직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 연구원은 “산업 분야 개혁, 정부 정책 등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압력을 넣으려면 개인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각성은 자기반성에서 오는 것인데, 스스로가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 버리는 쓰레기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기록해서 수치로 계산해 줄이려 노력하고, 주변과 이야기를 나눠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편집 :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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