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일본 원전사고 10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염(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피난명령을 해제하고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후쿠시마는 여전히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땅입니다.”

4일 오전 10시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가가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린피스 전문가들은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원전 사고와 관련, 방사성 오염조사 보고서와 원전 폐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린피스가 동시통역을 제공한 가운데 줌(ZOOM) 화상회의로 이뤄진 이날 행사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각국의 기자 60여 명이 참여했다.

나미에 등 7개 피해지역 중 ‘제염완료’ 15%뿐

▲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가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조사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 그린피스

버니 수석은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지역을 조사한 결과, 7개의 제염특별구역(나미에, 토미오카, 이타테, 후타바, 카츠라오, 오쿠마, 나라하)에서 제염이 완료된 면적은 평균적으로 전체의 약 15%에 불과했다”며 제염작업이 성공적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후쿠시마현 나미에 마을 조사결과를 예로 들며 “특히 산림 지역 앞에 있는 학교와 유치원 등 어린이 보호구역들은 방사능 수치가 위험수준”이라며 살던 곳으로 주민들이 돌아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버니 수석은 “후쿠시마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 지대는 제염이 불가능한 대형 오염원으로 언제든 후쿠시마 지역을 재오염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버니 수석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산림 앞 학교지역의 평균 방사능 수치는 1.6μSv/h(시간당마이크로시버트)로 도로 앞 학교지역의 평균 방사능 수치인 0.4μSv/h의 4배에 달한다. 버니 수석은 이에 관해 “1.6μSv/h는 일본 정부의 장기 제염목표치인 0.23μSv/h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1년 동안 쌓일 경우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선량인 1mSv/y(연간 1밀리시버트)를 크게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 후쿠시마현 나미에의 한 산림지역 앞 학교와 어린이보호구역을 상공 100미터(m)에서 드론 촬영해 방사능 수치를 표시한 사진. 연한 파란색은 방사능 수치가 낮은 지역이고 빨간색, 진한 파란색은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고위험 지역이다. 학교와 도로 주변은 제염작업으로 방사능 수치가 낮아졌지만 산림지대는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 그린피스

그는 “제염을 실시한 곳의 방사성 준위가 2019년 말에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는 2019년 후쿠시마를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산림지대의 방사능이 도로로 씻겨 내려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피난민 주거 지원 끊고 귀환 종용 

그린피스 동아시아 일본사무소의 스즈키 카즈에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2017년부터 이타테 마을 등 일부 후쿠시마 피난민의 주거 지원금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약 삼만 명이 후쿠시마 피난민 공식 통계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후쿠시마는 위험한데도 정부가 후쿠시마 일부 지역의 피난명령을 해제하고 주민 귀환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갈 곳 잃은 피난민들을 연간 20mSv에 달하는 고선량 방사능에 노출되도록 내모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0년 12월 1일 기준 이타테 마을로 돌아온 피난인구는 1255명으로 2011년 3월 인구 기준 19%인 것으로 집계됐다.

▲ 그린피스 동아시아 일본사무소의 스즈키 카즈에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후쿠시마 피난민의 인권침해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 그린피스

사토시 사토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원자력 기술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해체 계획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쿠시마 원전 폐로 보고서’를 이날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의 폐로 계획은 비현실적이며 30~40년 안에 폐로를 마무리 짓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염처리수 저장 탱크만 1000여개에 육박하는 후쿠시마 원전을 폐로하려면 오염수 발생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로 내부에 남아있는 연료 파편의 잔열은 그리 뜨겁지 않아 냉각수로 식힐 필요가 없는 수준”이라며 “공기 냉각 방식을 활용해 냉각수 유입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오염수 생성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연료 파편이 과열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열을 식혀야 하는데, 냉각수를 이용할 경우 오염수가 계속 생성되므로 공기냉각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발상이다. 사토 씨는 또 “원전을 빙 둘러싸고 해자(건물 주변에 깊게 판 구덩이)를 파면 지하수가 원전으로 유입되지 않고 해자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므로 지하수 오염이 방지된다”고 말했다.

▲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오염수 저장탱크. 지난해 8월 20일 기준으로 1~4호기의 1041개 탱크에 123만6000여 톤(t)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 그린피스

그는 나아가 원자로 내부의 연료 파편을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건식측면방식(로봇팔을 이용해 원자료 내부에 흩어진 핵연료 파편을 제거하는 기술)을 이용해 원자로 내부 연료 파편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사토 씨는 “수백 톤의 핵연료 파편을 건식측면방식으로 전부 회수하는 건 불가능하고, 회수하더라도 옮길 장소가 없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사성 폐기물 장기저장시설’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편집 :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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