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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기후위기시대] ④ 영국·독일에서 배우는 탈석탄 전략
2021년 05월 23일 (일) 20:09:34 강훈 기자 sbd500man@gmail.com

지난달 30일 밤 12시쯤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공식 폐쇄됐다. 두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 석탄발전소 수는 일단 56개로 줄었다. 각각 560메가와트(MW) 발전용량을 가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1983년 8월과 1984년 2월에 준공돼, 약 38년간 전기를 생산했다. 가동연한은 30년이었다. 문을 닫은 두 발전소 바로 맞은편에는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들어섰다. 새 발전소 2기의 합계 발전용량은 2080MW로, 폐쇄된 2기의 2배 규모다. 고성하이1호기는 지난 14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호기는 오는 10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노후발전소 2기 폐쇄된 고성에 용량 2배 신규발전소 

   
▲ 지난달 30일 삼천포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가 폐쇄됐지만, 바로 맞은편에 용량 2배의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가 들어섰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경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삼천포 1·2호기의 폐쇄결정을 환영하며 고성하이 1·2호기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의 정진영 기후위기특위 사무국장은 지난 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2019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삼천포발전소 폐쇄를 미루다가 이제야 했다”며 “온실가스를 2배로 내뿜는 고성화력발전소가 곧 가동될 예정이라 폐쇄를 축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성하이발전소 1·2호기가 가동률 92%를 기준으로 연간 1447만 톤(t)의 온실가스를 내뿜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폐쇄되는 노후 석탄발전소는 총 8기로 발전용량은 총 3740MW다. 이 가운데 보령 1·2호기와 삼천포1·2호기는 폐쇄가 완료됐고, 남은 4기 중 호남 1·2호기는 올 연말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 삼천포 3·4호기는 2024년까지 석탄화력시설을 폐쇄한 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된다. 반면 고성하이를 포함해 2024년까지 건설되는 석탄발전소는 총 7기인데, 이들의 발전용량 총합은 7260MW로, 문을 닫는 8기 합계보다 3520MW가 많다.  

9차 전력수급계획대로 된다면 2024년 말 우리나라에서 가동될 석탄발전소는 모두 59기로, 발전용량 면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시점에서 증가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발전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를 기준으로 연간 5017만t이다. 폐쇄되는 8기의 온실가스 배출량 2457만t을 제외하면 2024년 석탄화력으로 인해 증가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연간 2560만t이다. 

환경단체들 ‘석탄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 요구 

환경단체들은 석탄화력발전이 기후위기 가속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진행 중인 발전소 건설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2029년까지 기존 발전소 폐쇄를 완료하라고 요구한다. 반면 석탄발전업계는 탈석탄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한다. 또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쇄할 경우 석탄발전회사의 손실이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고 주장한다. 탈석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속도조절론에 관해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탈석탄 과정에서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급 문제는 한국의 현재 전력체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기수요 감당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서 전기수요 관리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발전시켜 전력 수급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난달 21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 <탈석탄 시대, 전력시장의 개선 방향>에서 발제를 통해 석탄발전은 낮은 전력 공급가격과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석탄발전 금융 조달은 80% 이상의 가동률을 가정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전력가격이 낮고 발전소 가동률도 점차 낮춰가는 전력 계획 아래에서 석탄발전은 앞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 현행 전력정책에서 예상되는 석탄화력발전소 이용률과 경제성 상실 시점. 가장 마지막에 지어지는 석탄발전소는 2040년에 경제성을 상실한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석탄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석탄발전의 경제성 상실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충남대학교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

김 교수는 “이제 한국의 석탄발전소는 ‘질서 있는 퇴장’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탈석탄 때문에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 퇴출 우선순위를 만들어 놓고 탈석탄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발전소의 소유구조, 발전 효율성, 지역 편중성, 전력공급 안전성 등을 감안해 특정 회사와 지역에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가동 중인 56기 중 충남에 26기가 몰려 있는데, 보령(중부발전·6기), 당진(동서발전·10기), 태안(서부발전·10기) 중 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퇴출이 일어나면 해당 회사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영국, 20년 만에 석탄발전 비중 72%에서 2%로 

전문가들은 성공적으로 탈석탄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1990년 기준으로 전력생산의 72%를 석탄발전에 의존했던 나라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석탄발전 비중이 2.1%까지 떨어졌다. 영국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을 제정, 2050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9300만t)의 80%인 6억3400만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법제화했다. 기후변화법에 따라 2008년 12월 독립 감독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가 설치됐다. 이 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기후변화 영향을 의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후변화법을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정책(Electricity Market Reform, EMR)을 2013년에 도입했다. EMR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탄소가격하한제(Carbon Price Floor)다. 이는 전력을 포함한 특정 산업에 탄소배출 t당 일정 금액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으로, 탄소세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영국은 또 석탄발전 신규 사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폈다.

▲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의 발전에너지 구성비 변화. 1990년 영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전체의 72%를 차지했으나 2019년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에너지전환정책이 본격화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에 5.9%에서 36%로 급증했다. © 강훈

영국 정부는 석탄발전소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전력시장에 재생에너지 사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with Contract for Difference, FIT CfD)를 도입했다. FIT CfD는 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는 발전원에서 만들어진 전력에 정부가 적정 가격 수준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영국 전력시장에서 석탄발전의 경쟁력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영국은 2015년 11월에 ‘2025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히 폐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탈석탄 이행을 위한 정부 보고서’를 통해 탈석탄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승완 교수는 영국의 탈석탄에 관해 “오래전부터 석탄에 투자하지 말라는 신호를 정부가 산업계에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탈석탄에 관해 정부가 일관된 철학을 갖고 구체적인 신호를 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석탄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동안 노동자들은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직자가 돼 타격을 받았는데, 영국 정부는 2009년 석탄업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포럼’을 창설해 대책을 마련했다.  

독일, ‘빨리 폐쇄하면 더 많은 보상’ 전략 

독일은 탈석탄 정책을 본격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빠른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량 감소 때문에 상대적으로 탈석탄은 빠르게 추진하기 어려웠다. 1990년부터 전력생산의 57%를 석탄과 갈탄에 의존했던 독일은 30년간 석탄·갈탄 발전 비중을 줄였지만, 2020년 현재도 약 23%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같은 기간 3.6%에서 44%로 급속히 늘면서 탈석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 1990년 이후 독일의 발전에너지 구성비 추이. 2020년에도 전력생산 비중에서 석탄과 갈탄이 약 23%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대체하고 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990년 3.6%에서 2020년 44%로 증가했다. © 강훈

독일은 지난 2018년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인 성장·구조변화·고용위원회(Commission on Growth, Structural Change and Employment, 탈석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해 7월에는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탈석탄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의 탈석탄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것과 함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강조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쇄 결정 시기에 따라 보상금을 차등 지급해서, 석탄발전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조기 폐쇄에 동참할 수 있게 유도했다. 연방 정부는 폐쇄 시기에 따른 차등 보상 정책에 경매 방식을 도입, 최저보상금액을 부른 발전사업자에게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상 정책은 MW당 최대 16만5000유로(약 2억2745만 원)까지 지급하는 1차 시기부터 4만9000유로(약 6754만 원)까지 떨어지는 7차 시기로 나눠 진행한다. 독일의 에너지전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인 클린에너지와이어(Clean Energy Wire)에 따르면 독일의 탈석탄 경매 제도는 현재 2차 시기까지 진행됐다. 지난해 1차 경매에는 총 4780MW 용량의 석탄발전소 11기 폐쇄가 결정됐고, 올해 진행된 2차 경매에서는 석탄발전소 2기와 갈탄발전소 1기 등 총 1514MW의 폐쇄가 결정됐다.

독일연방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해 고용조정지원금(APG)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최대 4만 명이며, 58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보조금 형태로 총 50억 유로(약 6조8890억 원)를 지급한다. 지원금은 개인의 연금 상황에 따라 매년 조정된다.

   
▲ 독일은 성장·구조변화·고용위원회(탈석탄위원회)를 통해 탈석탄 정책을 펼치면서 퇴직 노동자 지원 등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위원회 구성을 위해 열린 회의. © 독일 경제기술부(BMWi)

한국, 탈석탄과 함께 탄소 감축 속도 높여야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선언은 했지만, ‘2030년까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4.4%를 줄이겠다’는 소극적 목표를 오는 10월 중 수정하겠다는 방침만 밝힌 채 석탄발전소 건설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UN) 등 국제기구와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탈석탄 속도를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동시에 석탄산업 노동자의 직업 전환과 지역경제 지원 등 ‘정의로운 전환’에 유념할 것을 촉구한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3년간 일한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지난 1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탈석탄을 위해) 석탄발전 노동자 현황과 석탄발전소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용역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발전소들이 폐쇄된다면 전체 발전소 노동자 2만5112명 중 (LNG 등으로 전환배치가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 1만1286명이 갈 곳이 없어진다”며 “먼저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현황과 재취업 준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령석탄화력 1호기와 2호기 폐쇄 이후 10만이었던 충남 보령시 인구가 9만으로 줄었다”며 “발전소 폐쇄 지역에 대한 활성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충남 보령시 위치와 폐쇄된 보령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가 있는 곳. © 국토지리정보원

▲ 충남 보령시의 인구수 변화. 지난해 12월 보령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 폐쇄 후 인구 감소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 강훈

이 간사는 또 우리나라도 독일의 탈석탄위원회같은 기구를 통해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탄발전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논의기구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이 기구에서 논의된 재생에너지 전환배치, 노동자 재교육, 재취업 알선과 같은 탈석탄 정책만이 사회적으로 공정과 정의를 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탈석탄위원회는 ‘석탄발전소 폐지 협의 과정에 노동자 대표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관료·학자·노동자 등 다양한 주체로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석탄발전소의 젊은 노동자에게는 재취업을 위한 교육기회 등을, 고령 노동자에게는 연금 보상 등을 제공하기 위한 입법을 연방정부에 권고했다. 


편집 : 나종인 PD

[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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