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가상자산 재산등록법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두 개정안은 최근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발의됐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선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했습니다. 두 개정안을 아울러 '가상자산 재산등록법'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개정안 모두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법 제32조 2항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인은 당선 결정 30일 이내에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사안을 소속 상임위에서 심사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처입니다.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이해충돌'이라고 합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해 그 결과를 의장, 해당 의원 및 소속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제출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사전 신고해야 할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에 가상자산을 포함시켰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속 등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법률입니다. 그 가운데 제4조 2항은 등록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가상자산을 등록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공무원뿐 아니라 지자체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 공직자 등입니다. 

공직자의 가상자산을 등록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018년 정동영 전 국민의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여러 차례 제출됐지만, 번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코인을 자산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개념도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재산을 숨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더뎠던 논의가 급진전됐습니다. 김 의원은 2021년 7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의 경우, 금융소득을 포함해 5000만원까지 소득세를 공제하고 과세를 1년 늦추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 수익에 대한 과세가 2025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지난해 '위믹스' 코인 60억원어치를 보유했다가 전량 인출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김 의원 자신이 가상자산 과세 유보의 혜택을 받은 셈이지요. 

가상자산으로 인한 이해충돌의 소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에서 발행한 'P2E' 코인입니다. P2E란 'play to earn'의 약자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용자는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코인으로 바꿔 거래소에서 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불법입니다. 게임산업법 제32조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알선하거나 재매입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김 의원에 대한 P2E 업계의 입법 로비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 의원이 P2E 게임을 합법화하는 대가로 위메이드가 코인이나 미공개 정보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에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을 전수조사하는 특례조항도 신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 의원들은 임기 시작일부터 이달 말까지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변동 내역을 다음 달 초까지 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해야 합니다.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에 두루 적용된 ‘가상자산 재산등록법’이 가상자산을 둘러싼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부패를 해결할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이 주의 시사맥(脈), 가상자산 재산등록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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