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편견'

▲ 박진우 기자

모든 사람은 편견을 갖고 있다. ‘경상도 남자는 가부장적이다’, ‘서울사람은 깍쟁이다’, ‘여자는 운전을 못한다’, ‘공무원은 게으르다’, ‘맏이는 독립심이 강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이 생긴다. 그것이 나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지만 고치기 쉽지 않다. 무언가 언짢은 일이 생겼을 때 ‘혹시’가 ‘역시’가 되면 편견이 강해지고 그게 아니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간다.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편견을 조심하지 않으면 ‘꼰대’가 되기 쉽다.

외국인은 쉽게 편견의 대상이 된다. 낯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남자는 바람둥이다’, ‘독일인은 재미없다’, ‘유대인은 돈밖에 모른다’…… 특히 많은 사람이 중국인과 조선족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1년 외국인 1천명당 범죄자 수를 보면 조선족과 중국인은 29명으로 8위밖에 안 된다. 반면 몽골인 71명, 미국인 68명, 캐나다인 41명, 러시아인은 38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도 해외에서는 소수자임을 생각한다면 중국인에게 부당한 편견을 갖는 것은 자기 집에서만 시끄럽게 짖는 ‘똥개’ 같은 짓이다.

위 문장에도 편견이 들어있다. ‘자기 집에서만 시끄럽게 짖는 개는 똥개’라는 부정적 인식이 그것이다. 어떤 개는 태어날 때부터 얌전하고 다른 개는 훈련을 통해 짖고 싶은 욕구를 참는다. 앞에서 범한 오류는 시끄러운 개소리가 그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똥개’라고 규정한 것이다. ‘똥개’와 ‘짖음’의 상관관계는 무시하고 ‘잡종’과 ‘시끄럽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섣불리 묶었다. 그런 점에서 ‘똥개’와 ‘외국인’은 순혈주의의 희생양이다. ‘잡종’은 나쁜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고의 견종으로 ‘똥개’를 선정했다.

▲ 똥개는 최고의 견종이다. ⓒ pixabay

유전학 이론 중 잡종강세 현상이 있다. 잡종 1대가 부모 세대보다 형태, 내성, 다산성 따위에서 뛰어난 현상이다. 주로 식물 육종에 이용된다. 육종가들은 일부러 혈통이 먼 부모세대를 가루받이하여 우수한 형질의 종자를 만든다.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무 종자 하나를 개발하려면 적어도 15년이 걸린다. 그런데 개는 반대다. 포메라니안,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비글 등 순종이 최고다. 개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예쁘면 그만이다. 유행에 따라 덩치는 점점 작아진다. 다리를 짧게 만들려고 웰시코기를 다른 종과 교배시킨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려고 생명을 함부로 대한다. ‘인간 패권주의’나 다름없다. 어느 날 알파고가 패권을 잡고 인간을 종으로 분류해 입맛대로 교배시켜도 우린 할 말이 없다.

동물을 포함한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1959년 미국 백인 언론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인종차별을 체험하기 위해 하루 15시간 일광욕을 하고 약품과 염료를 사용해 피부를 검게 만들었다. 그는 흑인이 되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등 미국 남부를 여행했다. 그때 경험을 토대로 1961년 인종평등에 관한 책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를 남겼다. 그 뒤 고향에 살던 그리핀은 살해 협박을 이기지 못해 멕시코로 떠났다. 혐오가 판치는 2017년 한국에서 우리는 남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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