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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가 말하는 노인 이야기
[기획기사] 노인 ②
2017년 03월 20일 (월) 20:34:59 오소영 이수진 기자 pangkykr@naver.com

7년 전 유품정리업체 키퍼스 코리아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유품정리를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전화를 받은 김석중 대표가 “그렇다”고 하자 그는 “혼자 살고 있는데 유품정리를 예약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부인이 죽은 후 자기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주위에 없어 걱정하고 있었다. 김 대표에게 유품정리 생전예약을 의뢰한 첫 고객이었다.

   
▲ 홀로 사는 노인은 사후를 걱정해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를 문의한다. ⓒ flickr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는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 2002년부터 시작됐다. 주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사람들이 사후를 걱정해 의뢰한다. 한국에서는 2011년 키퍼스 코리아에서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를 도입했다. 책 <유품정리인은 보았다>의 저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이전까지 유품 정리는 오로지 가족의 몫이었다”며 “죽은 뒤 아무도 유품을 치우지 않을까 불안한 노인들을 위한 안심 서비스로 유품정리 생전예약을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엔딩노트를 받게 된다. 엔딩노트는 장지, 장례 절차 등 장례 방식과 삶의 이력을 기록하는 책이다. 고객은 엔딩노트를 통해 스스로 죽음을 대비하며 동시에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김 대표는 “엔딩노트를 작성한 고객들은 자기 삶을 반성하고 가족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실제로 직접 사후 유품 정리를 해준 사람은 없다”고 했다.

2015년 9월 김모(82)씨는 일본 유품정리업체 키퍼스 유한회사로 유품 정리를 문의했다. 김 대표는 키퍼스 유한회사의 요시다 대표와 함께 고객을 찾았다. 그가 만난 김모씨는 평생 교직 생활을 하다 은퇴 후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로 혼자 내려왔다. 아내와 세 자식이 있지만 드문드문 연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모씨는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를 신청했다. 유품정리를 예약한 사실이 지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일본 업체를 택했다. 김 대표는 “일을 그만두고 초라해진 자기 모습을 가족한테 들키기 싫어 유품정리를 부탁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초라한 모습을 남한테 보이기 싫어한다”고 했다.

유품정리 생전예약 서비스를 문의하는 노인 중에 김씨처럼 부유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노인들도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사후 유품 정리와 장례를 문의한다.

김모씨(70대·여)는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에 유품 정리와 장례를 의뢰했다.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는 어려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장례봉사를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고인이 살던 집의 보증금과 남은 재산, 그리고 단체 후원비로 장례가 치러진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김씨는 장례를 준비할 형편이 안됐다. 유일한 가족인 동생도 식당일을 하며 힘들게 살았다. 동생에게 손을 내밀 수 없던 김씨는 이 국장을 만나 직접 장례를 부탁했다.

심모씨의 친동생은 오빠의 생전 부탁이라며 이 국장을 찾아왔다. 독거노인 심모씨는 뇌수술 후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병원 신세를 지기 전에는 일용직을 전전했다. 심씨는 가난한 동생에게 차마 장례를 치러달라고 할 수 없었다. 동생에게는 자기가 죽으면 이 국장을 찾아가라고 했다. 이 국장은 동생의 요청으로 그의 집을 찾았다. 방에는 일용직으로 번 돈의 내용과 이 국장의 전화번호가 적힌 A4 용지가 펼쳐져 있었다. 한편에는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젊은 시절 바다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홀로 살다 홀로 죽다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고독사’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흩어져 살며 서로 뜸하게 연락하다 보니 시신이 늦게 발견되는 일이 생긴다.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살던 한 남성은 죽은 채 한 달 만에 발견됐다. 아내와 딸이 있었지만 미국에 살아 교류가 거의 없었다. 수납장에는 라면 봉지만 가득했다. 당시 현장을 정리한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는 “부인과 딸이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거의 한국말을 못했다”면서 “비싼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삶은 고독했다”고 했다.

고독사는 익명성이 강한 도시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농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살던 한 60대 남성은 죽은 지 약 3주 만에 발견됐다. 반경 이백 미터 내로 다섯 집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가 사망한 지 몰랐다. 동생도 형과 자주 교류하지 않아 형의 죽음을 뒤늦게 알았다.

전문가는 고독사가 한국 사회의 관계 단절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지난해 7월 22일 서울시복지재단이 주최한 정책토론회 <서울시 고독사 실태와 대안>에서 “고독사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가족,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들, 유품정리사

한 남성이 죽은 지 한 달 만에 발견됐다. 같은 건물 4층에는 딸이 살았지만 교류가 거의 없었다. 딸의 의뢰로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가 아파트를 찾았을 때 구더기가 방 안을 기어 다녔다. 그의 유품에서 옷가지와 통장, 도장, 사진 등이 나왔다. 딸은 통장과 도장만 찾아갔다. “아버지 사진은 어떻게 할까요?” 유품정리사가 딸에게 물었다. “치워도 됩니다.” 딸은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늘면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가족을 대신해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다. 유품정리사는 올해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됐다. 사전을 보면 유품정리사는 유족이나 의뢰인의 요청으로 고인의 유품과 자산을 정리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이나 귀중품은 상속자인 유가족에게 전달한다. 유품 정리에 그치지 않고 사망한 장소에 남겨진 혈흔, 분비물과 악취를 제거하는 특수 청소 작업도 같이한다.

유품정리 서비스는 2002년 10월 일본에서 시작됐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요시다 타이치가 유가족들이 유품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걸 발견하고 일본 최초 유품정리 전문업체인 ‘키퍼스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은 오사카, 후쿠오카를 비롯해 6개 지점으로 확대됐다. 유품정리인으로 오랜 경험을 쌓은 그는 직접 목격한 에피소드를 엮어 책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발간하기도 했다.

일본에 있던 유품정리 서비스는 2008년 전후로 우리나라에 우후죽순 생겼다. 과거에는 장례업체에서 했던 특수 청소를 했지만 고독사가 늘면서 지금은 유품정리 전문업체가 생겨났다. 한국유품정리사협회에 따르면 전문 장비를 갖추고 악취와 오염물을 제거하는 유품정리 전문업체는 지난해 기준 8곳이다. 유품정리업에 뛰어들어 별도의 전문 장비 없이 오염물만 제거하는 고물상, 폐기물처리 등 비전문적인 업체를 포함하면 대략 300곳이다.

유품정리업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지난해 1월 유품정리사들이 모여 한국유품정리사협회가 탄생했다. 지난해 기준 협회에 등록된 유품정리업체는 30곳이다. 김원 유품정리업체 하드워커스 대표이자 한국유품정리사협회 부회장은 설립 배경에 대해 “현장을 다니며 고인이 쓴 ‘열심히 살자’는 격언이나 ’인생을 잘 사는 기술‘과 같은 자기계발서를 보면 열심히 살려 했던 고인이 떠올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협회는 고양시와 ’복지나눔 일촌맺기 협약‘을 맺었다. 몸이 불편하고 가난한 노인들이 요양원으로 가면 사후에 남겨진 물건을 협회에 소속된 유품정리업체가 정리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는 고독사의 심각성을 한 입 모아 말한다. 김원 부회장이 운영하는 유품정리업체 하드워커스는 연평균 100건을 처리한다. 건당 2~3일의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거의 매일 일하는 셈이다. 김 부회장은 “늦게 발견된 죽음 중에는 자살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4년째 1위이다.

실제 김원 부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유품 정리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다. 김 부회장이 견적을 내고자 시신이 얼마 만에 발견이 됐는지, 집이 몇 평인지 물어봐도 아무 대답 없이 비용만 물었다. 보름 후 경찰로부터 유품 정리를 물어봤던 사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지막 통화목록에는 하드워커스 전화번호가 남아있었다. 길해용 한국유품정리사협회장이 운영하는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는 40대 여성이 자살해 유품을 정리하기도 했다. 유서에 적힌 스위퍼스 전화번호를 보고 오빠가 의뢰해 왔다.

유품정리사는 고독사는 ‘산 사람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김원 부회장은 “주변 사람이 고독사를 하면 남은 사람들도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고독사는 산 사람들을 위한 문제이기도 하므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단비뉴스팀은 (사)다른백년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기사는 총 7부로 1부(프롤로그)를 제외한 각 부는 사람책과 기획기사로 구성된다. [사람책]에선 한 사람의 생애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면 [기획기사]는 현실을 진단하고 원인과 대안을 보여준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편집자) 

이 기사는 (사)다른백년(http://thetomorrow.kr)에도 실립니다. 

 편집 : 황두현 기자

[오소영 기자]
단비뉴스 청년팀, 시사현안팀 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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