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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민, “비리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
[역사인문산책] 하야
2016년 11월 14일 (월) 22:11:19 전광준 기자 kooka88@naver.com
   
▲ 전광준 기자

“독일은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 독일 전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사임을 지지하는 독일 국민들의 발언에 우리 현실이 묻어난다. 불프는 취임 19개월만인 2012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혜가 이유였다. 하지만 ‘특혜’는 우리 관행으로 볼 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금리 1.5% 대신 1.2%로 받은 대출, 친구 기업가에게 빌렸다 갚은 50만 유로, 아들 선물로 자동차 회사에서 받았다는 장난감 자동차 60유로 등등. 하지만 독일 국민들의 잣대는 우리와 달랐다. 비리를 폭로해야 하는 대통령이 있으면 국가 전체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어떤가. 두 재단이 대기업에서 뜯어낸 돈은 무려 800억원대. 삼성은 무려 240억원을 냈다. 독일에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서는 35억원을 보냈다.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강요하다시피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자신이 직접 기업 회장들을 독대해 모금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최순실 일당이 갈취한 정부예산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12일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0만 출불 집회로 형성된 국민의 답은 하야다.

   
▲ 비리를 이유로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은 사임했다. 독일 국민들은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 Wikipedia Commons

탄핵도 쉽지 않다. 명분은 좋지만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 많다. 탄핵 시, 국회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이 돼 검사 역할을 맡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는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대통령과 당이 달라 검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대통령과 같은 당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다. 헌법재판소의 성향도 무시 못 할 변수다. 대법관, 대통령, 여당 등 친정부 성향 인사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이 9명 중 8명이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해 헌재에 넘기더라도 쉽게 가결되기 힘든 구조다. 기각되면 역풍만 몰아친다.

하지만 정치권 분위기가 심상찮다. 14일 제1야당인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청와대에 박근혜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안을 불쑥 내밀었다. 생뚱맞다. 국민은 하야하라는데...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당이나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그동안 말을 빙빙 돌려 왔다. 박원순과 안철수가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역시 말을 돌리는 문재인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대통령 퇴진 없는 거국중립내각이 가능할까.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한다. 추후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서도 견제수단이 없다.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대통령의 ‘선의’에만 기대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권한을 줬지만,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권한을 넘겼다. 거국중립내각은 법적 정당성이 없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고, 탄핵은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역풍 가능성이 크다. 국민 요구는 하야다. 물론 하야에 따르는 결과가 마냥 안정적인 건 아니다. 대통령 궐위 뒤 60일 이내 치뤄야 하는 대선이 복병이다. 그래서 ‘질서 있는 하야’라는 박지원의 주장은 60일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지혜로 설득력을 얻는다. 평균 지지율 5%, 20대 지지율 0%까지 떨어진 대통령. 아직도 권력에 미련을 못버리고 국정 역사교과서, 사드배치, 일본과 군사협정을 밀어붙이는 대통령. 촛불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범죄 혐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담판을 요청할 때가 아니다. 청와대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전략적 미스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다. 독일 국민처럼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는 민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신혜연 기자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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