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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하야, 국민투표로 가리자
[역사인문산책] 하야
2016년 11월 11일 (금) 15:05:50 박고은 기자 szaaa@hanmail.net
   
▲ 박고은 기자

국민투표의 나라 스위스. 매년 2∼4번씩 국민투표가 벌어진다. 스위스 국민은 정치가가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정치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정치가들의 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고 정부는 결과에 따른다. 이런 틀 속에서 국민은 정치에 소외되지 않는다. 활발한 주체로 자리 잡는다. 정부와 의회를 향해 확실한 견제가 가능하다. 이렇게 직접민주주의가 제도화되면서 스위스에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사라졌다. 마지막 정책결정권이 국민손에 달렸으니 불통의 독재 정치문화는 발붙일 수 없다. 국정 전반이 비선 실세 손에 좌지우지 됐다는 불법이 드러났는데도 광장에서 촛불 드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한국 국민의 무기력과 사뭇 다르다.

수십만 명의 국민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뉴욕타임스>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연일 심도 있게 다룬다. 내치는 물론 외치도 어려워 보인다. 정당성을 잃은 박근혜 정부가 통치를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의 실질적 이양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국정 장악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거국중립내각 아래 책임총리나 2선 후퇴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교육부가 이미 최순실표 의심을 사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강행하는 점도 2선 후퇴 없음을 잘 말해준다. 군 당국이 9일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한 2차 실무협의를 개최한 것도 마찬가지다.

   
▲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대통령과 당장 퇴진하라는 국민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방법은 국민투표다. ⓒ Flickr

칼 포퍼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장점은 국민이 자신의 지도자를 선택할 기회, 그리고 극적인 혁명 없이도 지도자를 권좌에서 몰아낼 기회를 갖는 점이다. 국회가 주도하는 탄핵은 여야 의석 분포를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하야는 헌법에 절차가 규정돼 있는 탄핵과 달리 주도권이 국회가 아닌 대통령에 달렸다. 하지만 강제 수단이 없어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대통령과 당장 퇴진하라는 국민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방법은 국민투표다. 국민에게는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지키는 길이며, 거꾸로 대통령에게는 정당성을 회복할 기회다. 현행법상 국민투표 부의권은 대통령에게 있어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1904년 오리건 주에서 처음 주민 투표가 실시된 이후 2008년까지 총 2155건의 주 단위 주민 발의와 투표가 실시됐다. 유럽연합 역시 전체 인구 5억명 가운데 100만 명의 서명 발의로 EU집행위원회에 관련 법안을 낸다.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 역시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 발의로 실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4대강 사업,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등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대통령 직에 뽑혔다는 이유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불통의 독주가 가능했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우리 사회는 국정 운영에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할 수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와 현실에 부딪쳤다. 이 지점에서 국민의 힘을 모아 지향할 목표는 자명하다. ‘직접 민주주의의 강화’.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칠 사안이나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 혹은 법률거부권을 허용한다면 정치권력의 작동방식이 달라진다. 제왕적 대통령과 무기력한 국회를 견제할 국민 소환제 도입은 금상첨화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 박근혜 대통령 하야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가 실천의 첫발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고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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