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주제② 통일론과 북한붕괴론

“통일은 선(善)인가요?”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통일론과 북한붕괴론을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통일에 대한 관성적 통념에 비판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지상주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분단에 기인한다고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분단환원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독재와 계급갈등, 남북대결 등 한반도 모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통일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통일 없이는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이때 통일론은 사회변혁의 방법이자 목표라는 점에서 진보적 의제이다.

언론은 통일의 위험성을 제대로 다루고 있나 

한국은 분단이라는 토대에서 산업화를 이뤘다. 민주화도 일정 부분 꽃피웠다. 분단체제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분단환원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통일은 보수 세력이 제안하는 의제가 됐다. 이 주간은 보수세력의 통일론은 통일을 ‘선’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분단환원론’과 닮았지만, 이전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의 통일론은 한국이 북한과의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우월적 지위에서 내거는 의제이다.

이 주간은 진보적 의제로서 통일지상주의도 보수세력의 통일론에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일은 선이 아닐 수 있다”며 “통일은 예상할 수 없는 위험한 결과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통일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고 믿는다면, 그럼에도 통일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면, 그럼에도 통일이 한반도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한다면?”

▲이대근 논설주간이 역대 통일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서혜미

이 주간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통일이 필요한 것이라면, 통일에 내포된 위험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거론된 통일론과 그 전후 맥락을 찬찬히 되새김질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이유다.

우위를 점하는 체제가 적극 내세웠던 통일론

1945년 일제 패망 후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한반도는 소련과 미군이 분할했다. 38선 이남에는 미군이, 북녘엔 소련군이 주둔했다. 당시 이승만과 한민당 세력은 분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반도 전체를 지배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우익세력은 절반만이라도 지배하는 길을 택했다. 소련이 지배한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신탁통치 후 임시정부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분단 이후 정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로 해방공간은 남과 북 양측이 각기 분단이라는 현실을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1970년대까지 북한은 남북대화를 제의하며 통일의 주도자로 나섰다. 체제 경쟁에서는 북한이 우위였기 때문이다. 반면 남한은 통일논의에 소극적이었다. 1980년대 이후 남북한의 태도는 역전됐다. 북한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한 연방제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남한은 달랐다.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믿고 대화와 통일논의를 공세적으로 내걸었다. 이 주간은 “북한을 흡수통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판단한 남한 정부는, 정부 교체 때마다 통일 구상을 다듬어 갔다”고 말했다.

이 주간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랫말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이 가사에서 ‘우리’는 누구이며 통일은 우리의 ‘일관된 소원’이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한반도에 사는 같은 민족으로 치환되고, 한민족이라는 명목 아래 통일의 당위성이 강조된다. 이 주간은 이런 ‘한민족통일론’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민족이었기 때문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선험적 전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나 된 삶은 어떤 모습이냐’에 대한 생각이 빠져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결국 ‘통일은 운명이다’라는 운명론으로 빠지게 되죠.”

민족은 오랜 시간 공동생활을 하며 언어, 풍습, 종교, 문화, 역사 등을 공유하는 인간집단이다. 분단이 고착화하면서 남북한 사람들의 민족적 동질성은 옅어지고 있다. 언어도 서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많아지고, 남한 언어는 미국과 더 동질성이 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나 사회•경제적 문화 역시 남북간 접점을 찾기 힘들다. 민족론에 기반을 둔 남북통일을 주장하고 설사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과정과 결과 모두 철저히 민족주의가 작동하기에, 배타주의나 배외주의 경향이 높아진다. 이 주간은 민족성을 주창할수록 주변국에 상당한 위협을 주거나 동북아 안보정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에르네스트 르낭은 1882년 소르본 대학 강의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국가는 최근의 발명품”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 국가 개념은 사람들의 필요로 만들어졌고 국가는 인간 의지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인간의 의지는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국가란 존재는 국민 투표의 산물입니다. 그렇기에 남북통일의 골자는 함께 살겠다는 인간 의지가 있는지, 끊임없이 그 의지가 지속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국민으로 구성되는 국가는 절대 불변의 운명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다. 함께 살려는 의지가 있다면 함께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따로 사는 것이다. 의지가 빠진 채 ‘민족’이라는 당위를 내세우며 통일을 강요한다면, 그 통일은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예멘과 베트남에서는 무자비한 수단을 쓴 폭력적 과정을 통해 통일이 이루어졌다. 독일 통일은 당시 통일의 원심력 역할을 했던 소련의 억압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예외로 볼 수 있다.

그는 남북 사이가 좋지 않을 때마다 통일 담론이 크게 대두하는 것에서도 통일의 폭력성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 과정이 없고 이미지로서 ‘통일’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은 악화할 공산이 크다. 통일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주간은 정부가 통일 노력만을 부각하면서 그들의 대북정책 실패를 은폐할 가능성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4조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향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통일이 대다수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보장되어야만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통일 논의가 가능하며, 정부의 통일정책에 국민적 지지라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흡수통일은 현실 왜곡

“남북이 평화롭게 살면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요?” 이 주간의 질문에 절반이 넘는 학생이 손을 들었다.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둘뿐이었다. 지난해 5월 동아시아연구원이 통일부에 보고한 정책연구용역 ‘통일인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30.2%가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젊은 세대의 통일 무관심에 대해 젊은층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비판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 주간은 통일에 무관심하면 도덕적으로 시민 자격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젊은층에게 통일이란 북한 붕괴와 그에 따른 혼란,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 3등 시민 북한인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동의어입니다. 이는 기성세대가 통일은 북한 붕괴와 북한 흡수라는 고정관념을 퍼뜨린 결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연설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제시했다. ⓒwikimedia

이 주간은 통일 무관심을 유발하는 흡수통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연설에서 ‘통일대박론’을 제시했다. 정부는 흡수통일 반대를 천명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통일대박론을 ‘흡수통일’ ‘제도통일’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 주간은 “통일비용 공포를 없애기 위해 등장한 통일대박론이 전제로 하는 흡수통일론은 통일비용을 늘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남북 대결 정책이 남북 갈등 심화, 남북간 군비 경쟁, 북한 개혁∙개방 지연, 북한경제난 가중으로 사실상 통일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간은 흡수통일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독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이고 소득은 3.5배 이상 차이 났다. 반면, 북한 인구는 남한의 50%나 된다. 소득은 남한이 20~40배 많다. 이 주간은 “우리보다 여건이 나은 서독이 동독과 통일하면서도 큰 비용을 냈는데 당장 통일해서 대박을 이룬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선 엄청난 통일비용을 내야 합니다. 그 효과도 독일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면 당장 흡수통일 해야 하는 것처럼 선전하기보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도록 지원하고 통일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길입니다. 남북 상호협력으로 북한 경제와 체제가 건강하게 발전해 자연스러운 남북 합의로 통일을 이룬다면 반대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입니다.”

북한은 쉽게 붕괴하지 않는다 

이 주간은 “북한 붕괴와 그로 인한 남한 흡수가 북한의 유일한 미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이 죽으면 북한은 무너진다’는 말이 돌았지만, 북한은 3대째 굳건하다. 북한붕괴론 시나리오는 보통 세 가지다. ▲경제 위기에 의한 붕괴 ▲정통성 상실에 의한 붕괴 ▲민중 폭동에 의한 붕괴다.

이 주간은 경제 위기가 반드시 체제 붕괴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경제적 쇠퇴에도 붕괴하지 않는 예가 있고 경제적 번영의 결과로 붕괴하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를 포기했을 때 본격적인 경제위기는 아니었으며, 폴란드 역시 1980년대 초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동독과 체코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과 안정을 유지했다.

이 주간은 “정통성 약화도 붕괴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이데올로기가 정책과 주민 생활에 지침이 되지 않으며, 체제가 추구하는 가치 규범에 대한 동조도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북한은 배급체계 붕괴로 체제 정통성이 매우 약화된 상태지만 붕괴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주간은 “민중 폭동으로 붕괴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토크빌은 “문제가 있는 정권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그 행실을 고치고자 시도할 때”라고 말했다. 이 주간은 “봉기는 개혁 개방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대와 실망의 차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의해 일어나는데 현재 북한에는 체념과 냉소뿐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봉기는 자신 외에 다른 주민도 같은 인식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일어납니다. 봉기 지도부와 대안 체제가 존재해야 주민 저항이 조직화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북한 주민들이 상호 연대감을 확인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집단적 저항의식을 갖기 어렵고, 북한의 통제체계가 거의 완벽해서 이런 통제를 벗어난 저항도 불가능합니다.”

이 주간은 “역사적으로 체제 전환은 대중이 아닌 엘리트들이 좌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주민 저항이 조직화해도 권력을 장악하거나 통제할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체제 전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항 세력에게 정치적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련은 1950~60년대 동유럽 저항을 분쇄해왔으나 1980년대 후반 브레즈네프 독트린 철회로 불만시민들의 정치적 행동을 안전하고 성공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무너졌다.

이 주간은 동유럽 체제 전환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배 엘리트의 분열’을 꼽았다. 지배 엘리트가 현 상태를 고수하기보다 양보와 타협으로 체제를 전환키로 한 것이 체제 붕괴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체제 전환으로 방향을 바꾼 이후 개혁 방향을 둘러싼 엘리트의 갈등이 심해졌다. 소련은 급진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고르바초프의 줄다리기가 실패하면서 붕괴했다.

이 주간은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정권 내부 갈등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당에는 권력 경쟁과 갈등을 억제하는 구심력이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간부 간 수평적인 협력이나 유대 형성을 철저히 차단한다. 핵심 엘리트에 대해 인위적 세대교체를 하지 않는 것도 충성은 영원히 보상받는다는 점을 후세대가 인식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이 주간은 “1970년대 이래 지속해온 숙청과 처벌의 오랜 역사는 간부들이 섣불리 권력 경쟁에 나서는 데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주간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곧 북한 국가의 붕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집권세력이 퇴진했다 해도 국가를 구성하는 영토, 강제력을 행사하는 권위, 그리고 주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체제 전환 과정에서 권력 공백기가 있어도 외부세계가 북한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개혁개방 하는 순간 무너진다는 것을 소련을 통해 봤습니다. 그래서 꽉 닫고 있는 것입니다. 밖에서 치면 안은 단단해집니다. 밖에서 두들겨서 바뀌는 경우는 없습니다. 북한 체제 변화를 원하면 내부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북한 지도부에게 개방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남북 대화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것이 소련과 동유럽의 교훈입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이대근 논설주간의 강연을 듣고 있다. ⓒ서혜미

평화가 우선이다

“통일은 사실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당장 시급한 과제가 아닙니다. 남한의 통일논의가 흡수통일이기 때문에 북한도 통일 논의를 반기지 않아요. 그러나 북핵 문제, 군사적 긴장, 서해 갈등 등 평화의 부재는 당장 삶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입니다.”

통일은 멀고 평화는 절실하다. 이 주간은 통일 이전에 평화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평화가 없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보유가 불가피하고, 핵 개발과 경제 병진 발전 전략을 채택해야 했으며, 경제 개선에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 남과 북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이지 통일이 아니다. 이 주간은 나아가 통일 역시 평화로부터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주간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평화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개발의 논리는 북한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안전 보장 없이는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절대 핵 폐기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평화 체제 전환 없이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 병행 전략만으로 핵 폐기를 유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주간의 지적이다.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남북과 북미 간 군사적 대결 상태가 해소되면 북핵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이 주간은 강조한다. 기존 한미의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가 아닌 북한의 선 평화체제 후 비핵화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병행하면서 상호 촉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나

“모든 자원이 서울 중심으로 초집중화한 이 체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정치권력 구조를 한반도로 확장하는 통일은 남한 사회의 갈등을 통일 이후 한반도로 확산시킬 것입니다. 또한, 북한지역을 내부 식민지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이 주간은 통일 국가는 연방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제는 다원주의, 민주주의, 분권화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10여 개 자치주로 구성된 명실상부한 연방제를 통해 지방 정부에 자치권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중앙집권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준비로 한국 사회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이 주간은 말했다.

”서독의 동방정책인 ‘접촉을 통한 변화’는 동독을 변화시키기 전에 먼저 서독이 변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도 마찬가지예요.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 사회가 통일에 적합한 사회로 먼저 변해야 합니다.“

사회 서비스 자원배분 등에서 국가 등 공공 부문의 역할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인과 시장에 맡겨진 시장만능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통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 주간은 지적한다. 합의제적 정치, 대화의 정치, 다당제, 사회적 경제, 보수 우위의 사회를 탈피해 남한 사회에 평화 체제가 구축될 때 비로소 통일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간은 평화 없는 통일은 실패한 통일이라며 강의를 끝냈다.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평화가 수단이자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통일은 평화를 만들어내는 능력, 즉 평화 역량에 따라 좌우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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