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이택광 경희대 교수
주제 ① 아시아적 근대와 자유민주주의

“김기종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공격한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진보와 보수의 어떠한 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사건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의미가 큰 사건이죠.”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이택광 교수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사건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임을 강조하며 ‘아시아적 근대와 자유민주주의: 냉전체제와 국민의 탄생’을 주제로 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피습 가해자인 ‘김기종’과 광화문 광장에서 ‘부채춤’을 추며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빌던 기독교인들에 주목했다. 리퍼트 대사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을 향한 극단의 두 태도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이념 갈등’을 설명할 병리 현상이라는 것이다.

▲ 이택광 교수가 '아시아적 근대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박진우

김기종과 부채춤의 상관관계

리퍼트 대사가 피습당한 뒤 한국의 풍경은 기이했다. 한 개인의 잘못을 두고 사회 전체가 사과를 표하고 반성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석고대죄 단식’을 하며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는 한복을 입은 이들이 ‘부채춤’을 추며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빌었다. 몸에 좋다며 개고기를 준비한 할아버지에서 발레를 선보인 소녀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풍경은 괴이했다. 누리꾼들은 이들이 벌이는 공연 사진을 보며 비웃고 조롱했다.

“사실 부채춤이 1954년에 생겼는데, 이거 낯선 거예요. 우리나라에 이런 부채가 원래 없죠. 이 부채는 무당부채예요. 우리 전통과 아무 상관 없죠. 유엔에서 와서 휴전협정 진행될 때, 미군 장교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명된 예술양식이 부채춤이에요. 굉장히 재밌는 한국의 근대 풍경이라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리퍼트 미 대사 피습사건을 두고 ‘한미 동맹에 대한 공격’이라 단정했다. 이 교수는 이 논리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김기종에 대비되는 정상적인 것이 바로 ‘한미동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게 김기종의 공격은 ‘종북’이라는 ‘비정상적 상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어느새 김기종은 리퍼트를 공격한 개인이 아니라 한국 보수층에게 최고선인 ‘한미동맹’을 공격한 ‘종북’의 상징이 되었다. 이들에게 한미동맹은 오늘날의 한국을 존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김기종이라는 종북의 상징이 한미동맹을 위기에 빠트렸기에 ‘부채춤’이라는 집단행동이 표출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김기종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상일까요? 김기종을 광신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괴물이 아님을 미국에 증명하기 위해 펼친 부채춤도 이상하긴 매한가지죠.”

반미와 친미의 민낯

“김기종은 피습사건 이후 리퍼트를 용서해요. 그리고 사과하죠. 이게 한국이 갖고 있는 친미와 반미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친미와 반미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요. 친미는 미국을 우리가 따라가야 할 존재로 보는 ‘착한 아들’이고, 반미는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나쁜 짓 하는 ‘나쁜 아들’일 뿐이에요. IS가 지금 저 난리를 피우는 목표도 비슷해요. 결국, 미국과 같아지려는 거죠.”

이 교수는 근대 한국의 탄생은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세계체제 구축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 세계체제에서 ‘친미’를 선택하는 게 한국 보수의 생존전략이었다. 한마디로 ‘한미동맹’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의식해 사고하는 한국 보수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냉전으로 분열된 세계에서 제국의 2등 시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게 친미주의자들의 기본 태도다. 이 교수는 친미주의가 한국에 얼마나 깊게 박힌 정서인지 한국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민족사관학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횡성에 민족사관학교라고 있어요. 근데 웃긴 게 뭐냐 하면 민족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사실이죠. 전 세계에 민족이라는 이름을 단 학교 중 자신의 언어가 아닌 외국어로 수업하는 곳이 있을까요?” 

반면 ‘반미’로 표상되는 한국 좌파들의 논리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두고 탄생한 사고였다. ‘고통의 극장화’로 표상되는 좌파들의 인정 욕구 역시 그 방향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반미주의자들도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아요. 반미를 외치면서 자기 자식들은 미국에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민족을 위해서’라고 답해요. 친미주의자들에게도 미국을 왜 따라가야 하느냐고 물으면 똑같은 대답이 돌아와요. ‘민족을 위해서’.”

▲ 반미주의자와 친미주의자의 행동 근저에는 미국이 우리보다 낫다는 공통된 전제가 깔려 있다. ⓒ flickr

반공주의와 냉전적 주체의 탄생

2차대전이 끝나고 소련과 공산주의 진영은 세계혁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자유주의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롭기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또 자기 이해관계를 추구하라면서 공적 영역을 해치는 것을 부도덕하다고 하는 것은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자유주의의 이상인 경제 성장을 추동하기 위해 조금 더 강력한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절대로 이념적 측면에서 공산주의를 못 이깁니다. 이건희가 맨날 하는 이야기가 내가 열심히 살았는데 뭘 잘못했냐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이건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자유주의가 원래 갖고 있는 모순이에요. 그러면 뭘 가지고 동원을 하느냐? 자유, 평화 다 추상적이잖아요. 가장 무서운 것이 안전이에요. ‘쟤가 나를 죽일지도 몰라’라는 전쟁의 공포예요. 독재와는 다른 하나가 이겁니다. 바로 경제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냉전에 따른 체제 경쟁은 경제 발전을 통해 서로를 끊임없이 증명하게 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을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경제 논리를 위해 정치적 논리인 냉전이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소비자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비자 중에서도 건전한 소비자가 돼야 해요. 그런데 소비자가 많아지면 평등을 주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국가의 힘입니다. 시장에 맡겨 놓으면 돈 있는 사람이 다 차지하게 될 테니 강력하게 통제해야 하는 겁니다. 한국의 박정희 체제가 바로 그 모습입니다. 물가를 잡고 과소비를 단속하는 거예요.”

이 교수는 “여러분은 박정희 체제가 시민단체와 민주주의를 탄압했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노동운동을 더 탄압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운동을 탄압했지만 시민운동이 주로 노동운동과 관련되었을 때 탄압했다는 것이다. 전후 미국에서 자유주의는 반공주의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가설이다. 반공주의 없는 세계 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2차대전 이후 한국에서 만들어진 국민, 한국의 우파정권들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주체가 바로 냉전적 주체입니다. 반공주의 없는 박정희 체제를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체제를 끌고 가기 위해 죽음의 공포를 가진 주체들, 자기의 삶이 전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주체가 필요합니다.”

자유주의의 딜레마와 냉전의 방식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정치철학이라고 불리지만 대중의 정치를 억압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왜냐면 과잉으로 가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정치를 억압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서 정치를 경제에 복속시킵니다.”

냉전적 주체는 절반의 주체다. 다른 걸 다 해도 되는데, 공산주의만은 금기다. 시민은 반공주의를 통해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된 경제적 주체가 된다. 그 시민은 서구의 자유주의적 도덕 개념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경제적 발전을 위해 근검절약하는 국민이 착한 국민이 되는 나라가 탄생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우리 편과 남의 편을 가르는 방식이 냉전입니다. 인간의 아날로그적인 사유방식을 디지털화 해버리는 거죠. 지금의 국정화가 노리는 것도 그겁니다. 이 편이냐, 저 편이냐, 사람을 판단하는 방식이 너무 쉬워져 버려요. 우리나라 자본가들은 기본적으로 냉전에 의해서 육성된 기업가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본가들이 자신의 자본을 축적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냉전적이에요. 우리 편만 데리고 가면 되거든요.”

이러한 냉전의 방식이 자유주의와 어긋나는 것일까? 이 교수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자유주의의 핵심을 너무나 잘 체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잘살게 해줄 테니’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 동참하라는 것이다. 국가간 무역을 활성화해 경제적으로 만족하게 되면 전쟁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자유주의 사상의 아버지 격인 흄이었다. 그는 <무역과 질투심>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심과 질투심을 가진 동물이라고 썼다. 모두가 부를 누릴 수 있어야 이 질투심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부를 누리는 사회가 자유주의 경제학의 이상이 된다. 평화의 방법이 경제라는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식이 ‘전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생기게 되는 계급 갈등 역시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간과되는 ‘전쟁’의 모습이다.

▲ 1차 민중총궐기에서 노동자와 경찰이 대치 중이다. ⓒ flickr

초기 자본주의가 성공한 배경

이 교수는 2차세계대전이 일어난 이유도 식민지 쟁탈전으로 설명했다. 초기자본주의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초기자본주의의 성공을 금욕적 자본가 정신으로 설명하는 베버의 관점은 절반만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를 번영시킬 수 있었던 것은 원재료를 공급해오는 식민지였다. 그곳에서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한 물건을 도시에 파는 무역의 방법으로 초기자본주의는 살아남았다.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 축적에서, 자본주의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아니라 우연한 형식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 어마어마한 유산을 주인공에게 물려주는 탈출범이 무엇으로 돈을 벌었을까요? 아메리카 캐리비언베이에 가서 노예들을 부려서 돈을 벌어요. 그게 자본주의의 방법이었어요. 19세기 중엽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어느 나라였을까요? 대부분 유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중국입니다. 그런데 왜 중국이 서양에게 패배했을까요?”

군사력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서양의 군사력에 의해 패배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중국을 비롯한 세계는 큰 충격을 받는다. 중국이 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조선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중국은 게으르고 방만해서 힘이 약해졌다’와 같은 해석들이 나왔다. 이 교수는 ‘힘이 강한 자가 살아남고 힘이 약한 자들은 도태된다’는 스펜서의 경쟁주의는 이런 현상을 진화론에 의해 사후 해석하며 나온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서구 열강에 패배했던 배경에도 그들이 식민지를 통해 성장한 군사력이 있었다.

“사회진화론은 생물학적인 상상력으로 사회를 설명하는 비과학적인 얘깁니다. 지정학적 분석도 아니고 정치적 분석도 아니에요. 그냥 생물학적 상상력을 가져와서 국가 관계를 분석해버리는 거죠. 무조건 강한 나라가 이기는 게 아니에요. 베트남전쟁도 보세요. 그리고 만약 강한 나라가 이기려면 중국이 이겼어야 하는 거죠.”

못생긴 게 비극인 나라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논하며 시작합니다. 강당에 잘 배열돼 있는 의자는 아름답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렇게 질서정연하고 효용성 있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우리나라만큼 잘 구현된 나라가 있을까요? 이게 너무나 잘 구현되면 우리나라 같은 괴물적 나라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대중문화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더욱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이 교수는 <렛미인>이라는 대중문화 프로그램을 예로 우리나라의 모습을 설명했다. 외국에도 ‘메이크오버’라는 화장법 등을 통해 외모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의 장르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몸 전체를 뜯어고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은 스스로 외모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된다. 남들보다 못한 외모가 그들의 슬픔과 도탄의 근원이 되고 프로그램이 이를 구조하는 형태를 띤다. 이전까지 ‘예쁘다’와 ‘못생겼다‘는 상대적인 개념이었고 취향의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못생긴 것이 비극이고 장애가 된다.

”괴물스럽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공리주의예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수술을 받을 자격이 있다, 돈이 없다면 우리가 구해줄게. 거기에 채택되려면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을 말해야 합니다. 자기 삶의 손해, 자기 삶의 잘못된 지점을 공개해야 해요.”

성형을 뜻하는 영어의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라는 말은, 장애가 있고 기형적인 얼굴을 고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성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 있는 얼굴을 보다 좋은 얼굴로 바꿀 수 있으며 바꾸길 권장하는 성형에 대한 인식은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그는 시장주의가 이렇게 창궐하고 있고, 공리주의가 강력하고, 비효율적인 것에 대해 경기를 일으키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지금의 대통령이 용인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러한 한국의 상황이 어쩌면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가 꿈꾸던 유토피아의 모습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자유주의 이상인 겁니다. 위정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알아서 사는 사회를 말합니다. 경제에서 정치가 배제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 대통령이라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핵심이잖아요. 이 사람이 맨날 외교하고 돌아다니고 패션쇼만 하고 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 대한민국에서는 몸 전체를 뜯어고치는 '미용'이 가능하다. ⓒ flickr

‘헬조선’의 사상적 기원

“자유를 중심으로 해서 정부 체제를 합리화하고 인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하느냐를 통해 통치를 정립하는 것을 푸코는 근대성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서양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자유주의를 통해서 세상이 발전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동아시아에서는 자유주의가 없었다. 이 교수는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태국 등의 공통점으로 독재를 꼽았다. 비슷한 정치제제를 가지고 있고, 다 반공투쟁을 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가 북한을 곁에 두고 있는 한국이다. 그렇게 된 배경에 아시아 나라들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자유주의가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자유주의가 들어온 게 언제일까요? 87년 이후였어요. 우리나라에서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유주의자로 보면 돼요. 정확히 말하자면 공리주의자들입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자유주의적 시각으로서 한국은 후진국이며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서구중심적 자유주의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일 뿐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서구 시각으로 보면 자유주의는 천부인권의 개념 등을 강조해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자유주의 말고도 평등과 덕을 이야기한 사상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학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을 자유주의와 무관하게 전개한 사상이었다. 유교 역시 개인의 자율성보다는 예와 덕이 있는 군주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와 다르지만 실천적 측면에서 내려오면 비슷한 측면이 많았다. 세계가 커다란 하나라면 그 하나에서 부분별로 자유주의만이 아니고 자유주의와 다른 방식으로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해온 사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제가 볼 때 ‘헬조선’은 이광수의 민족개조론, 일본의 우승열패론, 유길준의 경쟁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미개한 나라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은 그전부터 원래 있었던 주장도 아니고요. 진리도 아니에요. 그런 시각으로 한국의 역사, 세계의 역사를 다시 보면 조금 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정연주 조효제 정희진 김혜원 이문재 이택광 신형철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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