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주제 ① 자유언론과 폭력언론

“제대로 된 기사 한 줄 못 쓰면서 내가 무슨 기자냐?”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언론이 자유를 잃고 탄압당하던 때를 회상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가 75년 해직됐는데 중앙정보부 직원이 매일 출근해 신문을 검열하던 시절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비판기사를 싣기라도 하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함부로 비판기사를 실을 수도 없었다.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들은 곧 검은 지프차에 실려 가 두들겨 맞았고, 기자들은 보도해봐야 잘리는데 뭐하러 취재하냐며 매일 같이 당구장에 가서 시간이나 때웠습니다. 저녁이면 술을 먹으면서 울분을 풀었고요.”

▲ 김종철 이사장이 '동아투위' 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박기완

한때는 동아일보 광고란에 민초들 목소리가 실렸는데…

박정희 정권은 1974년 4월 3일 민청학련 사건과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긴급조치 4호를 선포했다. 언론에 대한 탄압은 더욱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해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반대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동아일보>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로 치부되던 야당의 정부 비판, 대학생들의 시위와 집회 등을 보도했다”고 김 이사장은 회상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에 들어가는 광고를 모두 차단했다. 이른바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였다. <동아일보>는 1975년 1월 25일, 박정희 정권의 탄압을 1면에 전격 보도했고, 범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곧이어 시민들은 주머닛돈을 털어 <동아일보>에 격려 광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기사보다도 더 진실한 민초들의 목소리가 광고란에 실린 것이다. 시민들이 보내는 광고는 날마다 300건이 넘었다. 세계 언론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광고만으로 언론사의 경영난을 해소할 수 없었다.

“<동아일보> 경영이 어려워지자 경영진이 운동을 주도하던 기자와 PD 113명을 폭도들을 동원해 쫓아냈습니다. 그 날이 75년 3월 17일 새벽입니다. 쫓겨난 이들이 ‘자유언론’을 위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했지만 41년째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자유’ 이상인 ‘자유언론’

‘자유언론’과 달리 ‘언론자유’는 낯선 표현이 아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했듯이, 우리 헌법도 제21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언론은 무엇일까? 김종철 이사장에 따르면, 자유언론은 단순한 언론자유 이상이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넘어서, 말하는 내용 자체가 사람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커다란 확성기를 가진 사람이 홀로 고함을 치는 상황은 자유언론과 거리가 멀다. 그는 그의 책 <폭력의 자유>에서 이렇게 썼다.

‘권력이나 대자본과 하나가 되거나 스스로 권력이 되어 민중을 억압하는 언론은 그 자체가 반사회적이다.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언론이야말로 민중의 진정한 벗이다.’

▲ 김 이사장은 '젊은이들을 위한 한국 현대언론사'를 <폭력의 자유>란 책에 담았다. ⓒ 민중의 소리

자유언론은 권력보다 민중과 가깝다. 권력언론에 대항하는 민중 언론이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자유언론의 자질이다. ‘민중’은 노동자, 농민, 생산하는 사람들을 집합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민중이라 부른다. 권력과 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해 민중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유언론의 역할이다.

반면 ‘폭력언론’은 권력과 가깝다. 김 이사장은 최근 권력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부 종편을 두고 ‘폭력’이라고 표현했다. 미디어라는 사회적 ‘공기’를 사유화하면서 권력 편에서 민중을 향해 행사하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90%는 빨갱이”라는 말로 논란이 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말은 ‘보컬 테러’라 비유했다.

‘언론인의 책무는 진실을 대중에게 전하면서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 올곧은 언론인이 가장 삼가야 할 것은 권력이나 자본에 대한 아부나 충성이다.’ <폭력의 자유>

<한겨레> <경향>도 ‘폭력의 유혹’에 빠진 적 있다

“종편 등 보수 언론만 폭력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진보 언론이라 불리는 <한겨레> <경향신문>도 폭력을 저질렀어요. 조중동과 다름없는 기사들을 썼습니다. 아니, ‘소설’들을 썼죠.”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김종철 이사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박기완

김 이사장은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며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폭력 언론’이란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유죄로 판결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은 물론 진보 언론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범인인 것처럼 보도했다. 김 이사장은 검찰출입기자들이 검찰이란 ‘빨대’를 이용해 확인된 정보 대신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사실인 양 썼다고 주장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6항은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의 진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7조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의 형사사건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진보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대신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 아직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을 전두환이나 노태우에 비교하기도 했다. ‘박연차 게이트’ 보도는 보수나 진보 언론 모두 ‘폭력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대표적 증거다.

“폭력언론을 없애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집권하고 있는 권력과 맞서려면 언론계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여러분도 폭력에 대해 학생 시절부터 깊이 연구하고 사고해야 합니다. 언론고시에 합격했으니까, 언론사에 들어갔으니까 저절로 잘할 수 있겠지 해서는 안 됩니다. 입사하면 많은 선배 또는 동지와 함께 힘을 합쳐 좋은 언론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가졌으면 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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