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문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란 말을 자주 쓰는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같은 말일까요, 아니면 어느 한쪽이 더 넓은 개념일까요?”

지난 2일 세명대 인문관에서 열린 ‘국민의 알 권리와 기자의 취재’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문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택했다. 문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사람이 향유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만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표현의 자유보다 좁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문 교수는 “헌재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같다”고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인용했다.

▲ 문재완 교수가 '언론사의 자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근홍

사상의 자유, 정보의 자유 없이 표현의 자유 없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도 헌법 제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출판의 자유와 함께 언급되죠.”

헌법에도 나오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언론의 자유와 비교할 수 있을까? 고(故)권영성 前 서울대 교수는 저서 <헌법학원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개인적 표현의 자유인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단적 표현의 자유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권 교수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보다 넓은 개념이다.

문 교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전파하는 자유가 표현의 자유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타인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려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 · 표현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상의 자유는 헌법에 없다. 문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생각만 해서 뭐하겠어요, 표현을 해야죠. 그래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같은 겁니다.” 문 교수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동일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풀이한다. 이어 문 교수는 사상의 자유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을 강조했다.

“우리는 아는 만큼 얘기하잖아요. 알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정보입니다.”

정보가 있어야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하는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에 따르면 사상의 자유는 정보획득의 자유가 있을 때 작동된다. 정보의 자유는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 즉 국민의 알 권리를 말한다. 알 권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반적 정보원에 대한 접근권이다. 국민은 남의 일기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 뉴스에 대해서는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알 권리는 사고하기 위해 필요하며 사고한 결과는 표현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표리의 관계지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 제 21조는 알 권리를 동시에 보호합니다.”

헌법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이유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의제에서 좋은 대표를 선출하려면 국민들이 후보들의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대표를 선출한 뒤에는 그들이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행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행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일반적 정보원으로,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된다.

문 교수는 알 권리에 관한 논의는 18세기 말 근대시민국가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양대 민주주의 혁명인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이후 인간의 권리를 선언하는 역사적인 문서들이 작성되면서 알 권리의 개념이 등장한다. 알 권리가 지금처럼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 강의에 몰입한 학생들. ⓒ 김근홍

언론사의 자유는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뜻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 확산시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어요. 민주주의 확산 과정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도구가 취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독립언론사였죠.”

1945년, 미국 AP통신사의 켄트 쿠퍼(Kent Cooper) 전무이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독립된 언론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은 완전하고 정확하게 제시되는 뉴스에 접할 권리를 갖고 있다. 알 권리에 대한 존중 없이는 한 국가나 세계적으로 정치적 자유란 있을 수 없다.”고 제창하면서 알 권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알 권리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의 알 권리는 기자라서 특별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기자는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 권리를 요구할 수 있었어요. 기자가 취재할 자유 등 특별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1960년대 미국의 상황이 되어야 합니다.”

문 교수에 따르면 19세기 말부터 상업신문들이 전 세계에 퍼졌고 20세기 중반까지 신문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신문의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1위와 후발주자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미디어시장은 독·과점화됐다. 시민들은 독과점 언론사의 편파적인 논조를 참고 봐야 했다. 언론사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뽑은 대표자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는지 신문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 요소인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아이러니였다.

“이 때 일반적 정보원이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액세스권이 나와요. 사람들은 편파적인 신문사나 방송사에 논조가 다른 자신의 의견도 실어 달라 요청할 수 있죠.”

1967년 미국의 헌법학자 제롬 배런(Jerome A. Barron)은 언론사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적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액세스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사가 시민의 의견을 싣고 공적으로 중요한 논쟁거리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주창된 언론사의 자유는 국민의 입장에서 공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해야하는 의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바뀌었다.

언론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의 충돌

“여러분이 조선일보나 한겨레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독자투고를 해요. 언론사가 그 글을 실어야 할까요?”

독자는 <조선일보>에서만 정보를 얻지 않는다.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신문을 읽고 TV를 보거나 인터넷도 검색한다.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문 교수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중심이 된 일인 미디어 시대에 더 이상 언론사에게 액세스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액세스권 개념이 도입되었을 때는 언론사의 독과점 폐해가 심해 규제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런이 강조한 언론사의 자유가 누구나를 지금에도 언론사에 강요하는 것은 국민이 향유해야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금 우리는 신문 말고 또 어디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 Flickr Rachel Adams

문 교수는 방송에게는 여전히 언론사의 자유를 강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과 주파수의 제한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전파를 이용해 방송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방송시장은 국가에 의해 허가제로 운영된다. 방송시장은 자유경쟁시장이 아니라 과점시장이다. 국민을 대신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방송사업자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멋대로 방송할 수 없다. 문 교수는 방송사를 제외한 '언론사의 자유'를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언론사를 특별히 다르게 대하라는 논리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겁니다. 언론사가 많이 없을 때 말이에요.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사람들이 정보를 다른 곳에서 다 구하는데 아무리 편파적이라 해도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배런의 언론사의 자유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강요하는 자체가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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