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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디어 비평] 포털을 인터넷 언론에 포함하자는 논란을 보며
2015년 09월 30일 (수) 23:02:59 김재희 기자 allthatk@gmail.com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지난 21일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에 네이버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진 올드미디어가 열독률 1위를 차지했었다. 사람들은 포털이 1위에 오른 사실에 놀라며 한편으로 ‘포털도 언론이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누구도 ‘맞다, 아니다’를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과연 포털은 언론인가? 논란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점차 거세지고 있다.

커지는 포털의 영향력, 높아지는 규제 목소리

현재 한국에서 포털(Portal)은 관문(關門)이라는 뜻에 보다 충실해졌다. 포털이 언론사의 모든 정보를 모아 공급한다. 카카오가 지난 14일 밝힌 다음뉴스 배치 절차에 따르면, 뉴스 에디터가 140여개 매체에서 보내는 2만~3만여 건의 기사를 클러스터링(비슷한 것끼리 분류) 기술로 정보량과 주제를 파악한다. 어뷰징 방지를 위한 문서간 중복과 선정적∙광고성 문서를 걸러낸 후,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루빅스(RUBICS) 알고리즘을 거쳐 다음뉴스 첫 화면에 배치된다. 

많은 소비자는 정보습득을 포털에 기댄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포털의 메인 페이지에서 손쉽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포털 한 곳에서 전적으로 의지해 정보를 얻는 기형적인 구조는 한국에만 존재한다. 사용자들의 포털 이용 습관은 그대로 모바일에 이어지고 있다. 랭키닷컴이 안드로이드 단말기 사용자 6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바일 인기 어플리케이션 인기 순위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6위∙3위∙3위, 다음은 16위∙14위∙13위를 차지해 포털이 모바일 시장에 비교적 상위권에 올라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모바일 웹사이트 인기 순위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이 2013년, 2014년 연말 연속 1위, 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의 웹에서의 충성도가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모바일에서 어떤 포털 사이트를 이용할 것인가는 웹 이용 습관과 큰 연관이 있다. © Pixabay

1990년대 말, 포털은 초기 인터넷 시대에 검색 서비스로 영향력을 얻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반검색은 물론 뉴스, 웹툰, 쇼핑, 동영상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포털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털의 힘은 메인 페이지 편집권에서 나온다. 사용자는 포털의 첫 페이지에 선정된 뉴스를 선호한다. 당연히 어느 언론사도 포털이 선정한 '메인 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털 사이트가 메인 페이지 중앙 뉴스박스에 어떤 기사를 거느냐에 따라 언론사의 트래픽 유입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난 2008년에 편집권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됐다. 당시 한나라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로 포털을 규제하려고 시도했다. 논쟁이 규제까지 확대되자 포털은 여러 시도를 해왔다. 2009년 네이버는 사이트 이용 권한을 이용자에게 넘기기 위해서 ‘뉴스캐스트’ 방식을 채택했다. ‘뉴스캐스트’는 NHN과 제휴맺은 언론사 43개 사 중 인기 있는 14개 사 기사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나머지 언론사는 사용자가 직접 선정한다. 소비자가 뉴스를 클릭하면 포털 뉴스섹션으로 이동하는 ‘인링크’ 방식에서 해당 언론사로 직접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포털로 쏠리는 ‘뉴스편집권’에 대한 비난을 줄이고, 언론사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아웃링크 방식으로 언론사의 트래픽 유입량은 개선됐다. 하지만 더 많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어뷰징과 뉴스 연성화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 네이버는 사용자가 선택한 언론사의 제호만 노출하는 ‘뉴스스탠드’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언론사 트래픽 유입량을 감소 시켰다. 각 언론사는 이용자의 클릭을 높이기 위해 뉴스스탠드 메인 페이지에 선정적인 화보나 자극적인 제목을 싣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는 메인 화면은 뉴스스탠드와 아웃링크로, 뉴스섹션에서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일부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러운 정치권의 포털 공격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언론으로 인정하느냐’ 논란은 오래된 숙제로 공직선거법(선거법), 신문법 그리고 언론중재법과 연관이 있다. 선거법은 2003년부터 포털을 인터넷 언론으로 규정했다. 사회여론 형성에 포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듬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사의 범위와 예시를 결정했다. '뉴스공급원으로부터 뉴스나 기사를 제공받아 편집·가공,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그 때 처음으로 인터넷 언론에 포함됐다. 하지만 선거법에 의한 포털 단속은 시민의 정치참여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관위의 기준이 모호해 일반 사용자가 판단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면 시민으로서 의견 개진을 스스로 통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이어 신문법에서 논의도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0월 제출한 신문법안에서 ‘인터넷 언론’을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취재∙편집∙집필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제2조의5)로 규정했다. 논란 끝에 2005년 1월 신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인터넷 언론에 포털을 포함할 것인가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재 신문법 제2조 5항은 ‘인터넷신문’을 '전자간행물로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문법의 바탕이 되는 정기간행물법을 계승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에 방점이 찍힌다. 신문법에 따르면 포털은 직접 기사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아니다. 논란은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옮겨 실으며 제목이나 위치를 편집하기 때문에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 최형우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새누리당과 정부 관련 기사에 부정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고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 '포털 모바일뉴스(네이버ᆞ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갈무리

최근에는 ‘언론중재법’을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의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근거로 포털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보고서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의 네이버와 다음의 모바일 뉴스 제목을 분석해서 작성됐다. 김 대표는 '포털이 지나치게 야당 편향적'이라며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기사가 야당 비판과 비교해 10배 정도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전문가들에게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편향성으로 몰고 간 아전인수격 결론’, ‘연구 기준도 제시 안된 논평할 시간조차 아까운 보고서’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8일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론중재위원회 박용상 위원장이 “(포털 관련)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2월에 '포털의 자의적 기사배열에 언론중재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일련의 '포털 때리기’는 선거를 앞둔 포털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기본정신은 표현의 자유 신장과 언론자유 보장

손 안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모바일 스마트폰 시장에서 포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용자의 뉴스 소비 습관이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 메인 페이지는 여전히 포털이 편집한다. 웹과 비교해 작은 화면을 가지는 모바일은 포털이 선정하는 뉴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아직 모바일 편집권에 대해서는 포털이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 다양한 뉴스 편집 방식을 시도하는 웹 메인 페이지의 뉴스 박스와는 다르게 모바일에서는 과거 방식으로 기사가 노출되고 있다. © 네이버ᆞ다음 모바일 웹 페이지 갈무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는 영웅이 된 자신에게 부여된 막중한 책임을 되새긴다.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학부 교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포털은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인터넷신문의 영역에 포털사이트를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언론 유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포털이 공론장으로, 유사 언론으로서 기능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포털을 일방 규제한다면 많은 전문가의 우려대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포털을 둘러싼 한국 언론 지형은 해외 다른 모델과 다르다. 벤치마킹할 사례도 마땅치 않다. 포털 뉴스 편집자들은 스스로 공정성을 확보할 방법을 고민하고, 언론은 권력의 비판과 감시에 최선을 다하라. 정부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되, 정치적 목적으로 포털을 흔드는 일은 삼가라. 세 발 솥의 한 다리가 부러지면 국물이 쏟아진다.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시대정신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솥을 다시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장, 미디어팀 김재희입니다.
뜨거운 체온으로, 무장한 눈빛으로 누구도 일러주지 않은 사실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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