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20.1.24 금
> 뉴스 > 미디어 > 미디어비평
     
사도세자는 왜 뒤주에 갇혀 죽어야 했나
[미디어 비평] 드라마 '비밀의 문'과 영화 '사도' 서사구조 분석
2015년 11월 27일 (금) 01:16:32 박성희 기자 sunghee6546@hanmail.net

임금의 자리를 이을 아들이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충격적 사실 때문일까? 사도세자만큼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역사적 인물도 드물다. 1956년 영화 <사도세자>부터 2014년 서울방송(SBS)의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이하 비밀의 문), 2015년 영화 <사도>에 이르기까지 사도세자가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는 10편이 넘는다. 작년 9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방송된 24부작 드라마 <비밀의 문>과 올해 9월 16일 개봉한 영화 <사도>의 서사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영화 촬영 후반부에 드라마가 방송되기 시작해 <사도>와 <비밀의 문>은 빈번하게 비교됐다.

서사구조의 주요 구성 요소는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로 분류되는 캐릭터, 그들의 갈등 관계, 이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과 플롯이다. 서사가 발생하는 것은 대립이항으로 설정된 캐릭터간의 갈등 관계 때문이다. 따라서 서사구조 분석은 텍스트 내에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가 어떻게 대립이항으로 설정되었고, 그들의 갈등 요인이 무엇인지 사건과 플롯을 통해 분석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비밀의 문>의 사도세자는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개혁적 인물 ‘이선’(이제훈 분)이다. 여기서 사도세자는 우리가 익히 알던 비운의 세자가 아니다. 이선은 “왕실의 권위는 백성의 존중과 신망에서 나온다”며 “그렇지 못한 왕실은 존속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영조(한석규 분)는 수 차례의 선위 파동으로 신하는 물론 세자를 시험하며 왕권을 지키려는 보수적 인물이다.

드라마는 이선이 아끼던 유일한 벗인 신흥복의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이선은 특별수사대를 꾸려 진실에 접근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 의문의 연쇄살인에 말려든다. 이선은 사건의 중심에 노론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노론 세력이 영조와 손을 잡고 경종을 죽여 왕위를 뺏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계약서 ‘맹의’와 왕실 기록인 ‘의궤’가 그 증거였다.

이제 이선은 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영조는 세손 이산을 지키기 위해 고뇌 끝에 세자를 폐위하기로 마음먹는다. 세자 이선이 역모 주도자로 몰리면 세손 이산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론은 "폐위만으로 안 된다"며 "불온의 싹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영조는 "천륜을 저버리고, 내 손으로 아들을 죽이라는 말이냐"고 반박했지만 노론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때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의 아버지 홍봉한(김명국 분)이 "세손을 살리기 위해 국본을 죽여야 한다“며 세자를 죽인 후 세손까지 제거하려는 노론의 입장을 영조에게 전한다. 결국 영조는 노론의 수장 김상로(김하균 분)에게 "세자를 보내고 세손에게 보위를 물려줄 것"이라며 "단 세손은 세자의 아들이 아닌 과인의 아들로 입적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선 역시 이산의 안위를 걱정해 스스로 뒤주에 들어간다.

여기서 프로타고니스트는 영조와 사도세자, 안타고니스트는 노론 세력이고, 갈등 프레임은 ’권력투쟁‘이다. 조선은 왕권과 신권이 대립, 투쟁하는 정치체제였다. 신권을 기반으로 유교적 이상국가를 꿈꾸었던 삼봉 정도전과 왕권을 기반으로 동양적 전통국가를 유지하려 했던 태종 이방원의 권력 투쟁 프레임이 조선 후기까지 스테레오 타입화해 지속된다는 서사구조다. 따라서 드라마 <비밀의 문>은 시대사극의 범주에 속한다.

   
▲ <비밀의 문> 갈등 프레임은 프로타고니스트 영조와 이선, 안타고니스트 노론 간 ‘권력 투쟁’이다. 신권을 기반으로 유교적 이상국가를 꿈꾸었던 삼봉 정도전과 왕권을 기반으로 동양적 전통국가를 유지하려 했던 태종 이방원의 권력 투쟁 프레임이 조선 후기까지 지속된다는 서사구조다. ⓒ SBS <비밀의 문> 공식 홈페이지

<사도>는 영조, 사도세자, 정조의 3대를 그린 영화다. 125분의 러닝타임에 사도세자(유아인 분)가 영조(송강호 분)를 죽이려 칼을 쥐고 경희궁에 난입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8일을 그렸다. 8일의 시간 사이에 과거 이야기를 교차 삽입해 프로타고니스트 사도세자와 안타고니스트 영조의 갈등을 드러냈다.

영조는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52년 재위기간 내내 천민 출신 후궁의 소생이라는 정통성 논란과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즉위 11년 만에 왕위를 물려줄 아들이 태어났다. 영조는 생후 두 돌도 되지 않았을 때 세자로 책봉할 만큼 사도를 사랑했다. 사도세자 또한 어린 시절 남다른 총명함으로 영조에게 기쁨을 줬다.

그러나 영조에게 세자의 총명함은 위협이기도 했다. 권력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세자의 총명함은 자신의 폐위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영조는 사도를 아들이기보다 세자, 즉 잠재적 권력투쟁의 대상으로 대했고, 사도세자는 영조를 왕이기보다 아버지로 생각했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하며 외치는 사도세자의 절규와 “너의 존재 자체가 역모야”라는 영조의 대응은 극에 치달았던 두 사람의 갈등을 보여준다. 영화는 영조가 왜 그토록 사도를 미워하게 됐는지, 자기 파괴적인 사도의 ‘울화’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심리 묘사에 집중해 상세하게 그린다. 영화 후반부, 아들이 갇힌 뒤주를 바라보는 영조의 독백 신은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하며 외치는 사도세자의 절규와 “너의 존재 자체가 역모야”라는 영조의 대응은 극에 치달았던 두 사람의 갈등을 보여준다. ⓒ <사도> 공식 사이트

영화 <사도>에서 프로타고니스트는 사도세자, 안타고니스트는 영조다. 여기서도 갈등 모티브는 ’권력’이다. 프로이드적 관점에서 아버지는 제도, 관습으로 억압을 상징하고, 아들은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권력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조는 이를 은폐하려 한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며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라 집안일이다”라거나 “가장으로서 애비를 죽이려고 한 자식을 처분하려는 것이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영화 <사도>를 드라마 <비밀의 문>과 달리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

결국 <사도>의 프레임은 시대사극을 뛰어넘는 ‘가족사’다. 왕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특수하지만, 가족 갈등의 일반적인 패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현대 사회의 어느 가정에서도 일어날 법하다. 3대에 걸친 비극은 영화 후반부 성인이 되어 등장한 정조에 의해 치유된다.

‘사도세자’라는 역사적 인물을 두고 <비밀의 문>은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된 개혁적 인물로, <사도>는 왕실에서 모자란 것 없이 자랐지만 누구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한 아들로 묘사했다. 같은 이야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게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픽션’의 매력이 아닐까?


편집 : 김영주 기자

[박성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청년팀, 시사현안팀 박성희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관련기사
· 신화를 부수기 위한 신화
· 라디오가 진화하려면
· ‘응답하라’의 진정성
· '교과서 국정화' 보도와 에펠탑 효과
박성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등록일 : 2017-11-27|발행인: 이봉수|편집인: 김문환|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