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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피디수첩’의 몰락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2015년 09월 25일 (금) 15:22:28 김이향 기자 lookyh88@gmail.com

방송에서 예능은 뜨고 정통시사는 지는 모양새다. MBC ‘무한도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예능 프로그램이 트위터 버즈량을 기반으로 하는 화제성지수의 상위권을 휩쓴다. 진지한 담론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남은 프로그램들은 연성화되고 있다. KBS1 ’역사저널 그날’, ‘글로벌 정보쇼 세계인’ 등은 토크쇼 형식으로 역사 및 시사이슈를 다루고 MBC ‘리얼스토리 눈’, SBS ‘SBS 뉴스토리’ 등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사건사고를 재연한다. 새로운 예능을 선보인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IPTV가 강세를 보이고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이 컨텐츠 유통의 대세로 자리잡으며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의 파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광고주는 시청률 확보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예능 포맷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 사이 시사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급락했다. KBS2 '추적 60분'은 지난 6월 자체 최저 시청률 1.1%를 기록했다.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사건’, ‘광우병 파동’ 등의 보도로 PD저널리즘을 이끌어 온 MBC ‘PD수첩’ 역시 최근 5% 미만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유일하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만 지난 7월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편에서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화제성과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PD저널리즘의 교과서였던 ‘추적60분’과 ‘PD수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 2008년 광우병 보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피디수첩에서 더 이상 치열했던 피디저널리즘의 명성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갈무리

탐사보도는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며 사실 속에 감춰진 진실을 지향하며 탄생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가 지도층과 공공기관, 재벌 등 권력집단을 감시하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쳐 갈채를 받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장기간 조사와 심층분석으로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 여론을 형성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시사프로그램들은 국민의 분노와 정의감을 촉발시켰고 이들이 방관자가 아니라 공공이슈의 참여자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 나서게 만들어 왔다.

지금의 ‘추적 60분’과 ‘PD수첩’은 최소한의 PD 저널리즘 역할조차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 ‘PD수첩’이 최근 2개월 동안 다룬 아이템은 ‘여성혐오’, ‘교사 성추행’과 ‘악성 소비자’ 등이었고, ‘추적 60분’의 경우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영업자 실태’, ‘낙동강 오염’, ‘분노범죄’ 등이었다. 민감한 정치이슈나 재벌문제 등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템은 다루지 못하고 연성 아이템 중심의 소재주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구조적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치열함이 사라졌다.

주제와 소재의 연성화는 내부 제작시스템의 변화에서 왔다. 2012년 파업 복귀 직후, MBC는 제작진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기존 ‘PD수첩’ 팀에서 일했던 작가들을 동시에 해고했다. 오래된 경력과 함께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떠나면서 숙련된 PD와 작가가 협업을 통해 만드는 제작 시스템이 무너졌다. 당시 MBC는 'PD수첩' ‘남극의 눈물’ 등을 제작하던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했고, 지난해에는 아예 교양제작국을 해체했다. 그동안 MBC를 상징하던 ‘W', '시사매거진 2580', ’불만제로‘ 등 대표 고발성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었다.

KBS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KBS에는 기자가 제작하는 ‘시사기획 쌈’, 정부, 정치권, 재계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시사투나잇’, 매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 등 실험성 강한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도본부 직속으로 26명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탐사보도팀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탐사보도팀은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김앤장을 해부한다’, ’고위 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검증한다’ 등 굵직한 기획으로 국내 보도상을 휩쓸었으며 국내 최초로 전미탐사보도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폐지되었고 탐사팀은 대폭 축소되었다. ‘추적 60분 -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현업 제작진이 5년간 재판 절차에 시달려야 했다.

   
▲ '추적 60분'은 경성 아이템보다 연성 아이템을 많이 다루며 지난 6월에는 1.1%라는 치욕적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2 추적 60분 – '분노범죄'편 갈무리

지금 방송을 보면 세상이 읽히지 않는다. 해서 비록 망가졌지만 ‘추적 60분’, ‘PD수첩’을 포기할 수 없다. 언론없이 민주주의는 없기 때문이다. 반듯한 저널리즘 없이는 사회감시와 발전, 혁신은 불가능하다.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방법이 바뀌어도 심층탐사 프로그램은 지키고 키워내야 할 저널리즘의 본령이다. 아무리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 재미있고, 세상의 트렌드를 반영한 리얼리티라고 해도 예능 한 쪽으로 쏠린 방송은 바보상자일 뿐이다. 탐사보도가 제 기능을 할 때 국민은 사회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공론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는다. 탐사프로그램은 시민사회에 ‘신뢰’라는 자본을 축적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방송은 저널리즘과 아티즘 두 날개로 난다. 우리가 예능을 즐기면서도 재미없는 ‘추적 60분’과 ‘PD수첩’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김이향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장, 미디어팀 김이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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