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신의 현장을 가다] ① 블로터닷넷 미디어랩

바야흐로 미디어혁신의 시대다.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조직을 정비하고 콘텐츠제작과 유통방식을 혁신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드미디어, 뉴미디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변화는 신기술의 적응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변신의 현장을 미디어팀의 시선으로 발굴, 미디어의 미래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며 콘텐츠를 접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독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도 텍스트 일변도에서 시각자료가 포함된 종합적 콘텐츠 양상으로 다양해졌다. 오늘날 모든 언론사의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할까’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면 우리 기사를 많이 읽게 할까’다.

<블로터 닷넷>은 1인 미디어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인터넷 언론사다. 블로터는 블로그와 리포터를 합성한 단어다. 블로그 사용자 모임으로 시작한 블로터는 IT와 인터넷 등 디지털 관련 기사에서 깊이 있는 기사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블로터의 사내 분위기는 평온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편집국에서는 기사를 편집하고 디자이너들이 곧 있을 컨퍼런스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한쪽 방에서는 기자와 IT 개발자가 모여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뉴스 전문채널을 틀어놓고 정신없이 기사작성지시가 떨어지는 일반적인 언론사와는 확실히 달랐다.

▲ 미디어랩 소속 개발자와 기자가 R을 활용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서명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 김현우

곧 로봇이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오늘날, 인간 기자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저널리즘 형태를 고민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맥락을 짚어내는 빅데이터 기사와 영화를 보는듯한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기사가 출판된 것은 그런 고민의 결과다. 덕분에 오늘날 기사는 기자만의 작품이 아니고, 글만 쓰는 기자도 사라져간다.

블로터는 지난해 10월 ‘미디어를 혁신하는 작은 미디어’를 기치로 ‘미디어랩’을 출범했다. 미디어랩은 기술과 저널리즘의 결합을 꾀한다. 콘텐츠를 담는 홈페이지부터, 개별 기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독자가 더 만족할 뉴스를 생산하고, 어떻게 기사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고민한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시각적 기사의 활용

오픈소스는 무상으로 공개된 소프트웨어나 소스 코드를 뜻한다. 소스 코드는 쉽게 말해, 프로그램의 기초 설계도다. 누구나 오픈소스로 풀린 코드나 소프트웨어를 변형할 수 있다. 단, 기초 설계를 바꾸지 않는 선에 한한다. 오픈소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집단지성으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 더욱 빠르게 완성한다는 기조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 등이 대표적인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블로터 닷넷은 콘텐츠 관리 도구(CMS)로 ‘워드프레스’를 사용한다. 워드프레스는 ‘오픈 소스 설치형 블로그’다.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등 서비스형 블로그와는 달리, 자유로운 디자인과 뛰어난 확장성을 자랑한다. 또 플러그인(Plug-in)을 추가해 기사 작성에 있어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언론사에서 주로 쓰이는 플러그인은 기사와 관련된 콘텐츠 링크를 제공하거나, 소셜 네트워크 연동, 보도 사진 슬라이드 등이다.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오픈소스라서 필요한 플러그인이 있다면 웹에 퍼져있는 플러그인을 찾아 받으면 되고 여의치 않으면 직접 개발하면 된다”라며 “워드프레스는 ‘기사’라는 콘텐츠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라고 엄지를 치켰다.

▲ <“인간 기억, 컴퓨터에 업로드” 커즈와일이 옳았나> (2015년 2월 25일자 기사)에 포함된 타임라인 플러그인. 각각의 이미지는 기사 링크를 담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 블로터

미디어랩은 올해 2월, ‘세로형 타임라인’ 플러그인을 직접 개발했다. 사안의 맥락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플러그인이다. 블로터는 이를 <“인간 기억, 컴퓨터에 업로드” 커즈와일이 옳았나> (2015년 2월 25일자 기사)에 활용, 10년에 걸친 구글의 ‘두뇌 장악’ 프로젝트를 시각화한 기사로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퀴즈 플러그인을 활용한 기사를 선보였다. 2015년 5월 7일 출판된 <이 기사는 로봇이 썼을까, 기자가 썼을까>는 같은 경기를 다룬 다른 야구 기사를 나열한 뒤, 로봇이 썼는지 기자가 썼는지를 독자가 골라보는 요소를 도입한 기사다. 놀이요소가 도입되면 독자들이 기사를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두 플러그인 모두 워드프레스 기반의 오픈소스다. 즉, 워드프레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 플러그인을 가져다 쓸 수 있다.

▲ 지난 5월 7일 출고된 블로터의 기사, <이 기사는 로봇이 썼을까, 기자가 썼을까>. ⓒ 블로터

미디어랩에는 기자와 개발자, 데이터저널리스트가 각각 한 명씩 있다. 기자가 미디어랩을 방문한 날, 이들은 ‘R'을 공부하고 있었다. R은 여러 가지 그래프와 차트로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GUI(Graphic User Interface)도 갖춰 통계학에서 주목받는 데이터 통계분석용 프로그래밍 언어다. R 역시 오픈소스라 필요한 플러그인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은 R 프로그램을 이용한 데이터 시각화를 연습하고 있었다. 각 대학별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서명 페이지에서의 서명 증가 추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하는 중이었다.

기사는 텍스트가 많을 때 호소력을 갖는 유형이 있는가하면, 많은 데이터를 간단하게 시각화했을 때 맥락이 쉽게 전달되는 유형도 있다. 오늘날 같이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가 방대해진 시대에는 후자 유형 기사가 더 필요하다. 이른바 빅 데이터 시대에 다양한 시각화 도구가 각광받는 이유다.

독자분석을 통한 독자맞춤형 기사를 작성하라

“미디어 격변기에 언론사가 어디로 가야할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독자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며 무엇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지 뉴스를 소비하는 시간대는 언제고, 시기별로 어떤 뉴스에 집중하는지는 알 수 있잖아요. 변화하는 독자들의 뉴스 수용 환경을 반영해 뉴스 제작방식이나 유통방식을 바꿔가는 것, 앞으로 바뀌어갈 독자를 바라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날 뉴스소비패턴은 다양해졌다. 다양해진 소비패턴에 맞춰 이제 언론은 생존을 위해 쌍방향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한다. 어떤 기사가 독자 선호가 높은지 반응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 독자 선호에 따라 기사 형태가 바뀌어 가는 시대다.

구글 웹 로그 분석은 사이트 방문자 수, 방문자의 접속지역, 접속기기, 체류기간 등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독자분석도구다. 구글의 웹 로그 분석보다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하는 무료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워선지 이용자도 많다. 사이트 운영자는 분석을 통해 독자의 선호와 취향을 파악하고 해당 페이지의 발전 전략도 세울 수 있다.

블로터도 지난 7월까지는 구글 웹 로그 분석을 활용해 왔다. 지난 7월 말부터는 직접 개발한 플러그인 ‘아쿠아’를 함께 쓰고 있다. 아쿠아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블로터 기사 공유수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플러그인이다. 블로터는 아쿠아 분석을 마치는 대로 어떤 기사가 많이 공유되는지 분석하고 기사 생산에 이를 반영해 독자 친화적 기사를 생산하려 한다.

▲ 블로터가 개발한 오픈소스 소셜네트워크 독자분석 플러그인 '아쿠아'. 페이스북 상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와 그 추이를 알 수 있다. ⓒ 블로터

미디어랩은 독자 아이디어 랩을 만들어 독자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 아이디어랩은 일반적인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아니다. 독자 아이디어 랩에서는 컨퍼런스 개최 홍보부터 모바일 페이지 선호도 조사, 취재 도움을 구하는 요청까지 이뤄진다. 블로터는 독자와 소통하며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뉴스 소비 다원화 시대에도 좋은 기사는 힘이 있다

뉴스 소비 형태는 지면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텍스트 기사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사의 조건은 오랜기간 읽히는 생명력이다. 오랫동안 읽히는 기사는 분명 통찰과 해설이 탄탄한 글에서 시작한다.

이성규 미디어랩장은 “좋은 기사는 그 힘을 잃지 않는다”라며 “독자 별로 잘 읽히는 기사 유형이 다양해진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해진 기사 유형 때문에 텍스트 기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는 의미다. 그는 시대별로 달라진 컨텐츠 소비문화 패턴에 따라 선호하는 뉴스유형도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 텍스트로 콘텐츠를 소비한 계층은 텍스트 뉴스를, 영상 콘텐츠를 소비한 계층은 영상뉴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뉴스 소비 패턴이 다양화된 시대에 뉴스 공급자가 “우린 영상 뉴스를 만드니 영상만 봐라”거나, “텍스트 기사만 쓰니 텍스트만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오늘날 뉴스 공급자의 과제는 저널리즘을 수용자 입맛에 맞게 변화시켜 전달하는 능력이다. 기자는 과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필요를 느낀다는 것은 곧 호기심이고 관심이다. 기자라는 직업의 전통적인 요건이다. 결국 미디어 혁신의 시대에도 기자의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 기자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형태만 바뀔 뿐이다. 미디어 혁신에 대한 블로터의 대답은 기술과 저널리즘의 결합이다. 시대가 바뀌더라도 저널리즘은 독자의 니즈에 충실해야한다. 블로터가 주는 메시지다.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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