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 시대로 전망하는 미래의 방송

나는 아이돌그룹 빅뱅을 좋아한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Youtube)에서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 빅뱅의 음악과 패션은 실험적이며 세련됐다. 혼자 감탄하며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연관영상에서 '빅뱅 reaction' 영상을 클릭한다. 영어를 쓰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빅뱅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멤버들이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괴성을 냈다. 뮤직비디오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한국 아이돌의 리액션비디오(reaction video)는 주로 팬들에 의해 제작되고, K-pop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K-pop을 알게 되는 통로가 된다. K-pop 팬들은 다양한 K-pop 리액션비디오를 직접 제작해 소개한다.

▲ 유튜브 채널 2MinJinkJongKey을 운영하고 있는 코트니(Cortney·왼쪽)와 재스민(Jasmine·오른쪽). © 유튜브 채널 2MinJinkJongKey

이들처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사람을 유튜버(Youtuber)라고 한다. 유튜버는 TV나 영화에 나오는 스타가 아닌 옆집 누나, 동네 형들이다. 영상의 소재는 연예, 게임, 음악, 코미디, 뷰티 등 다양하다.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일반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챙겨보는 팬덤이 생겼다. 챙겨보는 적극적 행위는 스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는 팬의 행동과 닮았다.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총괄인 거텀 아난드는 “시청자는 채널을 수동적으로 고르는 존재라면 팬은 어떻게 볼지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존재”라고 차이를 설명한다. 구독자가 많아지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유튜브 스타’들이 생겨났다.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의 2014년 조사에서, 10대(13~18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물 1~5위를 할리우드 스타들을 제치고 유튜브 스타들이 차지했다. 유튜버들의 성공은 전 세계적으로 유튜버의 출현을 가속화했다. 국내에도 양띵, 대도서관 등 구독자 100만 명 넘게 보유한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인기 유튜버의 등장은 1인 창작자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다.

▲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유튜버 양띵. © 양띵 YouTube 채널

유튜브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서도 1인 창작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안재억의 재미있는 인생'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안재억 씨는 코믹한 영상을 올려 조회수 1천만을 넘겼다. 그는 현재 비디오빌리지라는 회사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디오빌리지처럼 1인 창작자들을 관리해주는 회사를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고 한다. MCN은 기획, 펀딩, 프로모션, 저작권 관리, 상품화 및 판매 등 1인 창작자가 하기 어려운 업무를 도와주고 수익을 나눠 가진다. 기존의 영상유통 방식을 허무는 새로운 방식의 등장이다. 유튜브에서 1인 창작자 영상의 가능성을 확인한 MCN사업자들이 생겨났고, 미국의 거대 미디어기업들은 MCN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월트디즈니는 메이커 스튜디오를 우리 돈 1조원에, 드림웍스는 어썸니스TV를 390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MCN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CJ E&M은 지난 5월 개인 창작자 400여 팀을 모아 DIA TV를 설립했다. 지난 1월 설립된 트레져헌터는 유튜브에서 1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양띵을 비롯해 김이브, 악어 등 유명 1인 창작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MCN사업자들은 1인 창작자들의 콘텐츠 유통, 저작권 관리, 광고유치 등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트레져헌터는 현재까지 총 107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자유치 금액을 공개한 국내 스타트업 중 7위에 해당하는 투자규모다. CJ E&M은 유럽의 최대 동영상 플랫폼 ‘데일리모션’, 일본 MCN사업자 ‘움’, 중국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쿠’ 등 세계의 미디어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은 1인 방송과 기존 방송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은 방송을 보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채팅하는 방식의 아프리카TV와 유사하다. KBS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1인 창작자를 소개하고, 한 주간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상들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인 <예띠TV>를, SBS는 TV스타들과 SNS 스타들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얻기 위해 영상을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18초>를 선보였다. 양띵, 영국남자 등 1인 창작자가 지상파에 출연하고, 반대로 TV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 1인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개그맨 최군은 아프리카TV에서 연예인을 섭외해 인터뷰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1인 방송의 파워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 인터넷의 1인 방송 형식을 가져와 큰 인기를 얻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 MBC<마이리틀텔레비전>

한 때 1인 방송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많은 논란을 겪었다. 소재도 먹방, 게임 등 한정적이었다. 아마추어적이고 저급한 B급방송이란 인식이 강했다. 이제 연예인보다 유명한 1인 창작자의 등장은 1인 방송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방송사의 1인 미디어 포맷도입은 1인 방송이 젊은 세대에서 핫한 콘텐츠임을 인정하고, 제작방식의 혁신을 통해 지상파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1인 방송은 지속가능할까. 현재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약 400만 명이다. 동영상이 100만 뷰 시청되면 유튜버는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일부 유명 창작자를 제외하면 1인 창작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창작자들의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1인 방송은 게임, 먹방 등 수익성이 있는 특정 콘텐츠 영역에서 머무르고, 성장도 주춤할 것이다. 앞으로 MCN사업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1인 창작 생태계가 결정될 전망이다.

1인 방송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이용행태가 점점 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매스미디어는 사라지고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니치(niche)미디어가 보편적형태가 된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셜미디어가 일상이 되었고,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 대중은 집단(group)으로가 아니라 연결된 개인(connected)으로 존재하며 다양한 1인 미디어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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