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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나를 파괴하게 하라
[씨네토크] 완벽을 찾아 떠나는 여정, 영화 '위플래쉬'
2015년 03월 27일 (금) 23:23:07 김재희 기자 allthatk@gmail.com

2011년,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죽었을 때 그녀는 27살이었다. 평생 두 장의 정규앨범을 냈을 뿐이었지만 2008년 그래미 어워드 5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팬들은 소울로 가득 찬 목소리에서 나오는 그녀의 재능을 사랑했다. 심지어 그녀의 불행한 삶도 사랑했다. 음주와 약물 중독, 불행한 결혼생활은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이름과 함께 실렸다. 천재성을 요절로 증명하듯 그녀는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그리고 커트 코베인의 뒤를 따라 죽음으로 27클럽에 들어갔다.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돼서 34살에 죽는 건 내 성공 기준은 아니란다.”
"34살까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사는 것보단 34살까지 살고 오래 기억되는 것이 훨씬 낫죠."

   
▲ 재즈 연주가 가지는 박진감과 인물 사이의 스릴이 매력인 영화 <위플래쉬>. ⓒ 쇼박스 공식 페이스북

세계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셰이퍼 음악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아버지와 식사자리에서 성공한 인생에 대해 언쟁을 한다. 앤드류는 "34살까지 살고 오래 기억되는 것이 훨씬 낫다"며 이미 자신이 걸어갈 길이 어느 쪽인지 결정했음을 대답으로 암시한다. 영화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도 "앤드류는 약물중독으로 30대에 삶을 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반으로 가는 비용은 기꺼이

논픽션 작가인 제프 다이어는 재즈 연주자들의 삶을 다룬 <그러나 아름다운>에서 "재즈를 만들어낸 바로 그 당사자들을 불운한 운명에 굴복하도록 하는 어떤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운한 운명이 비용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초기 재즈 연주자들은 술과 마약, 그리고 인종차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재즈의 역사를 말할 때, 뛰어난 연주자의 '단명'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에 따르면 팝 뮤지션의 수명은 일반인보다 적어도 15년 이상 짧다는 결과를 낸 바 있다.

앤드류에게 플래처는 과거 다른 재즈 연주자가 겪은 마약이나 술과 같은 존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주와 스트레스 때문에 손을 대는 약물이나, 완벽하라고 압박과 부담을 주는 사람의 존재는 자신을 몰아세우는 장치이자 의지할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좋은 매개가 되기도 한다. 착한 아들이자 무난한 학생이었던 앤드류에게 플래처는 최고의 뮤지션으로의 길을 안내했다. 아버지의 계속된 만류에도 선생에게 돌아가는 앤드류의 모습은 안전한 길이 아님을 알고도 목적을 위해 전진하는 수행자와 닮았다. 

그동안 앤드류는 선생 플래처(J.K 시몬스 분)의 등장, 연습으로 상처 입은 손 등 매번 다른 이유로 연주를 멈춘다.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야 선생을 압도하며 연주를 자신만의 것으로 완성한다.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10분은 앤드류가 비로소 진정한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앤드류는 플래처의 도발 앞에 자괴감으로 뭉친 현실에서 벗어나 빛나는 열반(nirvana)을 체험한다. 재즈평론가이자 책 <Paint it Rock>의 저자 남무성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즈는 예술적으로 클래식을 넘어서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재즈 뮤지션의 길을 간다는 건 구도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지만 아버지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아들이었던 앤드류. 일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플래처를 만나도록 한다. ⓒ 쇼박스

하나의 목표 안에서 통제된 삶은 '나'를 파괴하라 한다. 앤드류의 드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즈 드럼과 다른 느낌이다. 맹목적이고 속도에만 집중한다. 그루브나 스윙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계적인 노력은 앤드류가 플래처에게 선택을 강요받은 이유이다. 감독은 "부족한 면을 끊임없이 연습하는 일은 결코 즐겁지 않다"며 "만약 모든 것이 즐겁다면 그것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은 곧 그들의 삶이다

<위플래쉬>에서 음악은 감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곡을 편안하게 들려주지 않는다. 주인공인 앤드류의 마지막 연주 '카라반'과 플래처의 재즈클럽 연주는 두 사람이 가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플래처는 믿을 수 없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스테이지 위에서 따뜻한 빛을 받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플래처는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다시 만난 앤드류에게 이내 굳은 표정을 보여준다.

플래처는 재능을 인정받고 음악을 시작했지만, 연습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간적 한계에 부딪힌 범재일지 모른다. 때문에 그는 한계 앞에서 느낀 절망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적당한 만족으로 끝나는 노력은 완벽한 비극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플래처는 바로 적당한 만족과 연주자가 만나는 지점이 재즈가 죽어가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영어에서 가장 해로운 두 단어는 '그 정도면 됐어(good job)'야."

많은 연주자들은 생계를 위해 학생을 가르친다. 그도 마찬가지라고 가정한다면, 플래처에게 앤드류는 '제2의 찰리 파커'를 발견했다는 환희를 주었을 것이다. <위플래쉬>의 신(scene)은 플래처의 시선을 반영한다. 긴 복도 끝에서 연습하는 앤드류를 롱테이크로 잡는 장면은 플래처가 계속 지켜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훌륭한 제자를 만나 선생으로 느끼는 흥분을 반영했다.

   
▲ 제자가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이해도 천재를 만들겠다는 일념은 변하지 않는다. 플래처는 우연히 자신을 찾아온 앤드류에게 드럼스틱을 다시 쥐게 만든다. ⓒ 쇼박스

플래처가 앤드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독한 교육이 많은 적을 만들었지만, 학생이 정해진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앤드류에게 설명한다. 학생을 완벽한 연주자로 만들려는 플래처의 노력은 재즈를 대하는 뮤지션의 자세다. 

최고의 연주자 찰리 파커(Charlie Parker)가 형편없는 연주를 보여주어 드러머인 조 존스(Jo Jones)에게 심벌즈를 맞았다는 사례는 영화 내내 플래처의 입으로 다양하게 인용된다. 재능만 있던 청년 찰리 파커를 위대한 '버드(Bird)'로 만든 이 사건은 앤드류를 각성시키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다시는 비웃음 당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선 무대에서 완벽한 연주를 보여준 찰리 파커는 플래처에 가까워 보인다. 앤드류 이전, 자신의 가르침 때문에 학생 션 케이시를 정신쇠약에 걸리게 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도록 했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간 앤드류를 불러 앤드류를 만난 순간 자신이 '천재'를 다시 키울 기회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우리 밴드 드럼 주자가 시원치 않다는 말로" 앤드류에게 다시 드럼 스틱을 잡게 했다. 플래처는 또 하나의 기회를 잃을 위기에서 벗어난다.

파괴로 다시 태어나는 재즈

앤드류에게 드럼을 다시 시작하게 한 플래처는 행복해졌을까. 플래처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리고 앤드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둘이 가질 행복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쯤,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재즈는 부담감과 위압감 사이에서 진짜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히는 '즉흥성'은 아무 틀이 없어 실수를 만들 가능성도 내포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은 한 인터뷰에서 "미스터리 오브 미스테이크스(mystery of mistakes). 실수와 멋의 사이. 실수는 멋으로 만드는 장치"라고 재즈를 정의했다. 음악을 망칠 위기가 최고의 연주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앤드류 또한 다시 선 무대에서 처음 보는 곡 '업스윙잉'에 당황하여 어찌어찌 끝내지만,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연주자로서의 삶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 그들은 각각 합당한 비용을 치른다. 하지만 완벽을 위한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지독한 교육을 고수하는 플래처와 기꺼이 따르는 앤드류. ⓒ 쇼박스

<위플래쉬>에는 듀크 엘링턴의 '카라반'과 행크 레비의 '위플래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플래처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두 곡을 계속 연습한다. 플래처도 자신 밴드의 드러머를 선택하는 주요한 장치로 사용한다. 앤드류에게 드러머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하는 곡들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연일까. 주인공 앤드류는 자신을 채찍질(위플래시)하며 모래사장을 돌며 오아시스를 찾아 카라반처럼 재즈가 주는 완벽의 세계를 향해 떠돌기 시작했다. 영화는 완벽을 찾아 끝없이 전진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재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장, 미디어팀 김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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