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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엄마’, 인간의 책임을 묻다
[씨네토크] 환경운동가의 80년 생애 담은 영화 ‘제인 구달’
2014년 12월 22일 (월) 18:35:18 김선기 기자 goodgireen@gmail.com

1940년대 초반 열 살 남짓이던 영국 소녀 제인 구달은 소설 <타잔>을 읽고 동물들과 어울리는 타잔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아프리카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이나 동네 이웃들은 이런 제인에게 ‘실현할 수 있는 꿈을 꾸라’고 충고했지만 어머니만은 달랐다고 한다. 제인의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있으면 꿈을 이룰 길이 생긴다”고 딸을 응원했다는 것이다. 

타잔을 동경한 소녀, 아프리카로 가다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존경받고 있는 제인 구달은 올해 81살.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지만 당당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아직 연 300일 이상을 세계 각지에서 강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찾아 국립생태원과 이화여대 등에서 환경운동가와 학생 등을 만났다. 어린 시절 꿈을 버리지 않고 아프리카 초원을 찾아간 그녀의 삶은 2010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개봉한 영화 <제인 구달(Jane's Journey)>에 잘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지난달 27일 국내 개봉돼 서울 케이유(KU)시네마트랩, 부산 국도예술관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 극장 관람 수익 일부는 ‘생명다양성재단’에 동물보호 기금으로 기부된다.

   
▲ 노년이 되어서 곰배 국립공원을 다시 찾은 제인 구달. ⓒ 영화 <제인 구달> 화면 갈무리

영화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를 동경한 소녀가 침팬지 전문가로, 이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성장하기까지의 발자취를 찬찬히 응시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전반부는 제인이 침팬지를 연구한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을 2009년에 다시 찾아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학사학위도 없는 23살의 여자가 연필과 노트, 그리고 열정만 챙겨서 아프리카로 떠났던 그날, 모든 역사가 시작됐다. 

“1960년 9월 25일에 침팬지 서식지에 왔어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죠.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이곳에서 늘 꿈꾸던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제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런던에서 비서일 등을 하다 케냐에 사는 친구의 초대를 받자 만사 제쳐두고 떠났는데, 거기서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를 알게 됐다. 야생 침팬지 생태를 연구하던 리키 박사는 제인의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조수 일을 맡겼다. 제인은 여성 특유의 교감 능력을 발휘해 침팬지 무리에 다가갔고, 의미 있는 관찰 결과를 속속 내놓았다. 예를 들면 침팬지 세계에서도 좋은 어미를 둔 새끼가 잘 자라고 무리에서의 생활도 잘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미 침팬지가 새끼와 신체접촉을 많이 할수록 새끼 침팬지의 정서도 안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만이 도구를 쓴다’ 정설 뒤집은 발견   

제인의 발견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당시 학계의 정설과 달리 침팬지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이었다. 침팬지들은 나뭇가지를 개미잡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제인의 발견은 ‘도구의 인간’, 즉 호모파베르(Homo Faber)라는 정의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이 관찰의 공을 인정받아 제인은 대학을 다닌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96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동물행동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연구에 더욱 정진하게 된다. 침팬지를 사랑한 나머지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이후 침팬지가 식용 등의 목적으로 학살되는 장면 등을 목격한 후 야생동물과 지구환경 보호를 외치는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 어린이를 돕기위한 사업 '뿌리와 새싹'의 전 세계 분포모습. 현재는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활발히 운영중이다. ⓒ 영화 <제인 구달> 화면 갈무리

영화 후반부에선 인간과 자연의 조화, 인류의 평등을 추구하는 활동가 제인 구달의 모습이 그려진다. 청소년들의 환경보호 인식개선을 위한 ‘뿌리와 새싹’ 운동,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는 ’테이케어(TACARE)‘ 프로그램 등 제인 구달이 일궈낸 업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말이 있죠. ‘이 세상은 부모들이 물려준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빌린 것이다.’ 우리는 빌린 게 아니에요. 빌리는 건 갚는다는 건데 이건 훔친 거죠. 지금도 훔치고 있고요. 우린 달라져야 해요.”

영화에서 제인 구달은 개인의 무책임한 소비가 후손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 것인지 강조하면서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생하는 길을 찾자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위기를 연구하는 환경운동가 폴 길딩 캠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대붕괴(The Great Disruption)>에서 “인간이 지금처럼 소비하기 위해선 지구가 여섯 개 필요하다“며 자원 과소비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환경론자들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셰일원유 채굴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원유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화석에너지 소비감축 운동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달 초순 페루 리마에서 유엔기후변화 총회가 열렸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획기적 합의는 이뤄내지 못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시점으로 시계초침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인 구달은 관객을 향해 묻는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나요. 하나뿐인 터전을 어찌 파괴하죠?”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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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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